새로운 소속사와 함께하는 새로운 시작, 여성 싱어송라이터 '비스윗(BeSweet)'의 첫 EP 'Bitter Sweet'.

옛 노래처럼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참신 했던 '메이랜드(Mayland)'의 노래를 다시 듣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객원보컬 '비스윗(BeSweet)'은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그녀의 첫 EP를 발표했습니다. '메이랜드'를 통해 알게된 '비스윗'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파스텔뮤직에서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행히도 파스텔뮤직에서도 같은 생각이었나봅니다.

과거 인터넷 개인 방송이 한창이던 시절에 여성 DJ의 목소리가 생각나는 그녀의 음성은 독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인디씬에서는 남성 보컬들처럼 여성 보컬들도 담백하게 부르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되는 듯하고 실제로도 그런 보컬들이 인기가 많은데, 비스윗읜 경우에는 비음이 섞여있는 느낌이고 약간의 바이브레이션까지 있어서 '담백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어조와 가사를 통해 전달되는 감정들이 그녀에게서는 목소리 자체에서도 느껴집니다. '간드러지게' 들릴 수도 있는 점들이 그녀에게는 어떤'간절함'으로 들립니다.

그녀의 특별한 음성에서오는 감정의 전달은 그녀의 첫 EP 'Bitter Sweet'의 첫 곡 '슬프다는 말'에서부터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보통 노래들처럼 두 절과 반복되는 후렴구로 되어있는 이 노래에서, 각 절에 해당하는 가사들에 운율을 넣어 읊조리는 그녀의 음성은 슬픈 멜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대사처럼 들립니다. 고심 끝 이별을 고하는 투명한 슬픔의 음성은, 슬프다는 말을 쏟아내는 수 많은 노래들 사이에서 그녀의 노래를 특별하게 합니다.

조금은시니컬한 어조로 부르는 '오빠가'는 첫곡을 생각한다면 반전같은 곡입니다. 오빠의 뻔한 변명는 어쩐지 주머니가 가벼운 '복학생'이 떠오르고 그런 핑계를 알고도 속아주는 여자친구는 점점 세상에 물들어가는 '새내기 여대생'이 떠오르는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보통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시절 연애의 끝에 씁쓸해집니다. 연애 시절에도 핑계를 그 끝에도 핑계로 끝낼 수 밖에 없는 오빠의 입장에 씁쓸하고, 알고도 속아주는 여자친구의 사정에 또 씁쓸합니다.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허밍은 후반으로 갈 수록 점점 감정이 실려서,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너의 곁에'에 뒤에 듣게 될 '잘못'과 더불어 그녀의 첫 정규앨범 'Lost of Spring'에 수록되었던 곡입니다. 원곡은 조금은 빠른 템포와 신디사이저로 팝의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EP에 다시 수록되면서 템포를 늦추고 피아노 반주만 사용하여 그녀의 음성과 감정 표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눈의 하얀색과 핏빛의 붉은색이 명확한 대조를 이루는 가사는 인상적입니다.

제목처럼 '달콤 씁쓸한' 사랑에 대한 노래들이지만 '이미 없는데'는 제목과는 다르게 연주가 상당히 경쾌합니다. 그 유치한 첫사랑에 대한 생각에 달콤(sweet)하지만, 이제는 늦었기에 씁쓸(bitter)합니다. '잘못'은 원곡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이제는 '인디씬의 메이저'라고 할수 있는 파스텔뮤직의 실력(?)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비스윗의 1집이나 파스텔뮤직의 과거 음반들과 비교했을 때, 이 EP를 비롯하여 최근에 발매된 '에피톤 프로젝트'나 'Sentimental Scenery' 음반에서는 메이저 시장의 음반들과 비교할 만큼 향상된 레코딩과 믹싱이 들립니다.

'이미 없는데'의 어쿠스틱 버전이 보너스 트랙이라고 본다면, 이 앨범의 마지막 곡인 '달빛아래'는 틴로맨스 소설처럼 밝고 경쾌합니다. 제목을 '두근두근'이나 '나만의 선물'이라고 했어도 잘 어울렸을 법합니다. 달콤 씁쓸한 사랑이지만 희망을 놓치지말라는 메시지일까요?  비스윗처럼 달콤 씁쓸한 노래들이 많았던 파스텔뮤직 초기의 밴드 '미스티 블루'가 떠오르는데, 이 곡 '달빛아래'는 그래서 '날씨 맑음'이 떠오르게 합니다. 수 많은 여성 뮤지션들이 소속되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 여성 뮤지션이 줄고 '에피톤 프로젝트', 'Sentimetal Scenery', '짙은' 등 남성 뮤지션들이 중심이 되는 파스텔뮤직이었는데, 비스윗같이 달콤한 팝락을 들려주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을 소개했다는 점이 반갑습니다. 다만 그녀에게 아쉬운 점은 비음의 영향인지(아니면 혹시나 사투리의 영향인지) 발음이 된소리나 거센소리가 된다는 점입니다.

혹시나 메이랜드처럼 이 EP가 단발성 이벤트가 될 지, 두 번째 정규앨범으로 찾아올 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파스텔뮤직을 통해, 앨범 자켓에서 보이는 육각기둥 원석(석영?)에서 더욱 다듬어진 보석이 되어 찾아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