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문명은 여러 방면에서 '고품질'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PC와 함께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VHS에서 DVD를 지나 블루레이로 발전하는 영상 정보도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음성 정보는 어찌보면 시대에 역행한다고 할 수있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카세트 테이프에서 CD로 바뀌고 디지털 시대와 함께 음원 파일, 특히 MP3 넘어오면서 '고품질'보다는 '편리'가 우선하게 되었습니다. 메모리 용량의 한계로 처음 저음질로 대중화가 시작된 MP3도 점점 음질이 향상되었지만, CD의 음질을 따라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역행을 바꾸려는 시도가 드디어 국내에서도 시작되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젠하이저 모멘텀(Sennheiser Momentum)'과 함께 장만한, 이제는 잊혀진 MP3P의 명가 'iriver(아이리버)'의 회심의 작품 'AK100 Astell&Kern(아스텔앤컨)'입니다.2005년 구입하여 2년정도 사용한 iPod 3.5세대를 마지막으로 음악을 듣기위해 이어폰/헤드폰을 사용하는 일은 아주 가끔이었습니다.(퇴역한 iPod는 지금 제 자동차에서 media center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 PC-fi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Head-fi는 완전히 관심 밖으로 사라졌죠. 그런 마음에 다시 불을 붙인 녀석이 바로 아이리버의 'AK100 아스텔앤컨'입니다.

과거에 아이리버는 '거원(현재는 코원;Cowon)'과 더불어 국내 MP3P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회사였지만, Apple의 공세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잊혀지면서 네이게이션/블랙박스 등 새로운 시장을 외도를 해왔었죠. 하지만 휴대용 오디오 기기 시장를 포기하지 않고, 영광을 되찾기 위해 출시한 물건이 바로 'AK100 아스텔앤컨'입니다. 좀 생소한 이름인데, Astell은 그리스어로 '별(star)'을 의미하고 Kern은 '중심(혹은 핵심)'을 의미합니다. (흔히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kernel이라는 용어도 kern에서 나온 단어라고 생각되네요.) '별과 중심'이라는 거창한 이름만큼 일반 MP3P와는 비교할 수 없는 스펙을 보여줍니다.

국내 휴대용 오디오 기기로는 최초로 24bit/192kHz를 지원하는 DAC를 내장하였습니다. 이 DAC는 'Wolfson'의 제품이라는데, DAC로는 꽤 유명한 회사라고 합니다. 보통 MP3가 16bit/44.1kHz인 점을 생각한다면 AK100에서 구동되는 파일도 다르리라고 생각되는데, 당연히 무손실 음원으로 잘 알려진 FLAC, APE 등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아이리버에서 AK100을 출시하면 MQS(Mastering Quality Sound)라고 명명한, 음원의 녹음 당시의 음질에 최대한 가까운 FLAC 파일(MQS FLAC)도 지원합니다. 보통 무손실 FLAC은 CD에서 추출하여 CD 수준의 음질을 들려줍니다. 하지만 녹음 당시의 음질인 MQS 수준의 음원은 CD에 담을 때 용량의 한계로 음질의 손실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손실이 일어나기 전의 음원이 MQS FLAC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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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100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커다란 패키지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패키지는 아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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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로 밀어서 여는 외부 1차 케이스를 제거하면, 옆으로 당겨서 여는 2차 케이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케이스를 열면 AK100의 모습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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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100 본체 아래는 아주 작은 책자가 있습니다. 헤어라인이 들어간 검은 알루미늄 바디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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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자는 아직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구하기 힘든 MQS FLAC 파일을 담은 microSD 카드와 수록곡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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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에는 헤드폰잭과 광입력/출력잭, 그리고 전원 버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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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에는 데이터 전송 및 충전을 위한 USB 잭과 microSD 카드 슬롯이 보입니다. 특이하게 2개의 micoSD 카드를 장착할 수 있고, 각각 최대 32Gb를 사용할 수 있어, 내장 메모리 32Gb까지 더하면 총 96Gb의 음원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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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서는 AK100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볼륨휠이 돋보이며, 모서리의 다이아몬드 컷팅은 세련미를 더합니다. 반대편 측면에는 재생/정지, 되돌리기, 건너뛰기 버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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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은 iPhone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유리 제질로 되어있습니다. 외관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검은 정장을 빼입은 '차가운 도시의 신사'를 연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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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부속품으로 충전 및 데이터 전송용 USB 케이블, 파우치, 간단 설명서, 그리고 보증서가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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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버튼을 누르면 로딩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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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면 언어를 선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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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100이 지원하는 파일은 위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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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커버를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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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를 사용하지 않을 때 음악을 듣기 위해 사용하던 'Panasonic SL-CT810 CDP'와 광케이블로 연결한 'Audioengine D1 DAC입니다.
 
이 두 기기와  AK100의 음질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CDP에는 CD를 물렸고, AK100는 그 CD에서 추출한 무손실 FLAC를 넣었습니다. 헤드폰은 '젠하이저 모멘텀'을 사용했습니다.
 
D1 DAC를 연결하고 않은 CDP의 음질은 깨끗하지만 공간감이 부족하고 소리가 심심합니다. 이미 DAC에 익숙해져서 그렇겠지만, DAC를 연결하니 소리에 더 넓은 공간감이 생기고, 깨끗한 소리에 더불어 노래와 각 악기들의 소리가 맛깔나게 살아납니다. AK100의 음질도 광출력으로 DAC를 연결한 CDP의 음질과 비슷합니다. (AK100을 외장 DAC로 사용하여 CDP와 연결하고 싶었지만, 광케이블이 맞지 않아서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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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100과의 크기 비교입니다. AK100의 음질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CDP + DAC의 크기는 AK100을 압도합니다. 더구나 AK100은 휴대용 기기이지만, D1 DAC는 USB로 노트북이나 PC에 연결된 경우가 아니라면 별도의 전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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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의 U10 MP3P와의 크기 비교입니다. U10에서 AK100 모습이 조금은 보이는 듯도 합니다. AK100이 크지만 ,음질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체급이 다르다고 할까요? U10이 국산 중형 세단이라면, AK100은 수입 스포츠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헤드폰으로 AKG K518LE와 젠하이저 모멘텀을 사용했을 때, U10에서는 두 헤드폰으로 듣는 음질 차이가 AK100으로 들었을 때의 차이보다 크지 않습니다. AK100에 번들 이어폰 하나 들어있지 않고, 비교적 고가의 헤드폰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저가의 헤드폰으로는 AK100의 성능을 완전히 뽑아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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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U10의 번들 파우치, 오른쪽은 AK100의 파우치입니다. U10의 충격흡수제가 들어간 파우치가 더 좋아보이는데, 이 점은AK100의 단점입니다. AK100의 가격을 고려했을 때, 파우치는 너무 부실합니다. AK100 본체를 위한 파우치라가 아니라, 충전용 케이블을 보관하기 위한 파우치라고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그 밖의 단점으로, AK100의 포인트인 볼륨휠에는 덜덜 거리는 유격이 있습니다. 또, 저는 아직 겪어보지 못했지만, 전원을 켜면 로딩하다가 멈춰버리기도 합니다. (아마 이 점은 전용 프로그램인 아이리버 플러스와의 호환성도 한 몫한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아이리버 플러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음원 파일의 태그에 따라서 데이터베이스 생성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음반 커버를 불러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점은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차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외장 DAC로 사용할 때, 광입력만 가능하고 USB 연결은 불가능한 점도 아쉽습니다. 휴대용 DAC로 사용하기에는, 광출력을 지원하지 않는 노트북도 많기 때문입니다.
 
MP3P로만 본다면 왠만한 휴대폰 가격과 맞먹는 AK100은 이해할 수 없는 물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Hi-fi 영역에서 해외 고가의 기기들과 가격대비 성능을 비교한다면 비싸지 않은 물건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서 MP3P와 AK100를 자동차에 비교했는데, 고성능 스포츠카처럼, AK100도 일반 대중을 위한 제품은 아닙니다. 이 정도의 DAC를 장착한 휴대용 오디오 기기는 100만원이 넘습니다. MP3P가 아닌, 마니아들이 추구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로서는 AK100의 가격이 경쟁력입니다.

AK100이 들려주는 뛰어난 음질은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음악의 세계로 안내하기에 충분합니다. 같은 재료로도 다른 맛을 내는, 맛집만이 보유한 '맛의 비법'이 바로 DAC가 아닐까요? 기존 CD 음질을 넘어, DAC를 통해 헤드폰으로 전해지는 소리는 이전까지 스피커를 통해서만 듣던 소리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음악의 맛'을 알게 합니다. 그리고 헤드폰이 전하는 놀라운 집중력은 평소 익숙한 곡에서도 '이런 소리가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AK100은 아마도 초고가의 오디오 장비에서나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좀 더 쉽게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최대 장점은 역시 AK100의 뛰어난 휴대성입니다. 지금까지 거실이나 개인 서재 정도에만 국한되었던 Hi-fi 음악 감상의 공간을 벗어나, 욕실/화장실, 침실 등 집안 구석구석으로 넓혔고, 더 나아가 헤드폰/이어폰의 차폐 성능만 충분하다면 생활 어디에서나 소리가 주는 감동을 전하는 기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홍보의 '감성'을 이용한 Apple의 어떤 휴대용 기기보다 더 감성적인 제품이 'AK100'이라고 생각합니다. 빨빠르게 사용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아이리버의 모습과 더불어 AK100로 재도약하는 아이리버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