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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전라북도 전주에서 있었던 '9와 숫자들'의 단독공연.

최근 인디밴드들의 전국 투어 소식이 많이 들리는데, 몇년 전부터 봄부터 여름까지는 소위 '잘 나가는 인디밴드들'의 전국 투어 시즌(혹은 전국 '수금'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9와 숫자들'도 투어를 해주었으면 좋겠지만 투어 소식이 들리지 않았는데, 전북 전주에 위치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오랜만에 지방 공연을 한다고 해서 찾아갔다. 이 공연은 '아트스테이지 소리'라는 연작공연의 하나로, 여러 인디밴드들을 초대해서 열리는 공연으로, 9와 숫자들은 16번째였다.

주말 공연 시간으로는 좀 늦은, 저녁 7시보다 넉넉하게 도착해서 둘러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예술의 전당'이 생각날 정도로 겉보기에는 꽤나 크고 근사한 곳이었다. 공연이 열리는 '연지홀'의 규모도 상당했고, 전주 외각에 위치했기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을 위해 주차장도 넉넉했다. 연지홀 공연장 내부도 생각보다는 큰 규모였지만, 이전에 가보았던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설들보다는 공연을 즐기기에는 좀 더 좋은 느낌이었다. 보통 지자체의 시설들이 규모는 크지만 인디밴드의 공연보다는 오케스트라나 뮤지컬같이 큰 규모의 공연이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면, 연지홀은 객석의 높이나 무대의 규모가 인디밴드가 공연하기에 더 편해보였다.

관객 구성도 눈에 띄였는데, 보통 홍대 근처에서 공연을 보면 '여자들끼리 온 경우(친구 혹은 팬클럽)',  '남녀 커플이 온 경우', 그리고 '남자 혼자 온 경우'정도가 대부분인데, 전주 공연에서는 '남자들끼리 온 경우'와 '가족이 온 경우'까지도 볼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정도로 보이는 남자들끼리 온 경우도 있었고, 어머니와 자녀들이 온 경우도 보였다. 이런 다양한 관객 구성은 '9와 숫자들'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공연 셋리스트는 작년 말에 보았던 단독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집과 EP 수록곡, 그리고 '겨울 독수리', '깍쟁이', '북극성'을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점은 관객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는 점이다. 전주에서는 9와 숫자들의 인기가 아이돌 그룹 수준인지, 아니면 전주 시민들이 너무나 공연에 목말라 있었는지, 공연 막바지에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로 분위기는 뜨거웠다.(특히 가운데 맨 앞에 앉은 남자 3명의 반응은 최고였다.) 9 의 '맨체스터 댄스'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몫했다.

당연히 앵콜이 있었고, 뜨거운 분위기에 화답하기 위해, 원래 준비했던 '착한 거짓말들'대신 한 여름에 듣는 캐롤송 '산타클로스'를 들려주었다. 밴드와 관객이 뜨겁게 교감하는 '깜짝 선물'같은 공연이었다. 그리고 9와 숫자들의 치솟는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가을에는 시간을 내서 전국 투어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다만 연지홀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외형적인 시설에 비해 소리(사운드)는 좀 아쉬웠다. 음량부터가 좀 부족한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