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제작에 '봉준호' 감독으로 제작발표부터 기대를 모았던 "설국열차(Snowpiercer)".

한국을 대표할 만한 두 감독이 각각 제작자와 감독으로 뭉쳤고, 영화 '괴물'에서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영화속 부녀 '송강호', '고아성'과 이제는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크리스 에반스',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어떤 영화에선가 보았을 '틸다 스윈튼', '존 허트', '에드 해리스' 등 준수한 캐스팅이 공개될 수록 영화 '설국열차'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장르인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영화이기에 봉준호 감독이 그려내는 미래는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오랜만에 개봉 당일 심야 상영으로 보는 영화가 되었네요.

영화를 본 사람들이면서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이어지며 상승하는 신분 구조는 '설국열차'가 '국가' 혹은 '인류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점 정도는 인지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머리칸에 도착했을 때, 설국열차를 만든 '설국열차'의 '지도자'이자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윌포드'가 주인공 '커티스'를 회유하여 설국열차의 새로운 지도자로 만드려는 장면은,  혁명이 성공하더라도 변하지 않고 존재하는 지배구조를 비꼬고 있습니다. 더불어 윌포드가 말하는 꼬리칸의 폭동에 대한 진실과 반전은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역시 많이 아쉽습니다.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가면서 점점 볼거리를 늘려갈 법했지만, 머리칸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고, 드디어 만난 윌포드는 이미 복선으로 예상이 가능했을 말들을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결말은 공허합니다. 열차가 폭파하고, 설원에 홀로 남겨진 두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99.9% 죽음 밖에 답이 없어 보입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북극곰을 '희망'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지만, 제 관점에서는 오히려 인간의 오만에 대한 비웃음으로 보입니다. CW-7에 의해 찾아온 멸망인 인간 세계과 인류 대부분의 멸망일 뿐이지, 모든 생명체의 멸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도 북극곰처럼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동물들이 존재하니까요. 더불어 지구를 파괴하는 인류가 이렇게라도 사라짐으로서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에게는 더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지구에서 인간은 무분별하고 무자비하게 지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바이러스'일 뿐이니까요.

400억의 제작비가 들었다고 하는데, 제작비 대부분을 배우들의 출연료 등의 인건비로 사용했는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상영시간을 늘려서라도 설국열차에 대해 더 상세하게 묘사하고 볼거리를 늘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별점은 3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