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버드로 예매해서 수개월을 기대린 끝에 드디어 7월 26일! 금요일이라 휴가까지 내고 달려간 '안산 대부도'. 홈페이지에서 알려준 주차장 주소를 찍고 갔는데 전혀 다른 곳이 나와서 당황했고, 이정표보고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로 갔더니 차량은 못들어간다고해서 당황했다. 다행히 근처 공영주차장에 주차! 어처구니 없게도, 무료인 공영주차장이 유료인 전용주차장보다 가까웠다. 그래서 3만원은 절약! 근데 티켓팅하고도 10분가까이 걸어들어가야 해서 난감했고, 비는 그쳤지만 페스티벌 부지의 절반정도는 질척질척한 진흙탕에 가까워서 또 난감했다.

첫 날은 뜨거운 햇살덕에 힘들었다면, 두 째날부터는 비가 내려서 그마나 말랐던 땅이 더욱 질척해졌다. 바다 근처라서 더욱 습하기까지 해서 날씨는 여러모로 너무 아쉬웠다.

- 디아블로 & 램넌츠오브더폴른

빅탑 스테이지와 그린스테이지에서 연달에 벌어진 하드코어/메탈 계열 밴드들의 공연. 슬램도 벌어지고 메탈매니아들에게는 신나는 자리였을 듯. 첫 날이고 평일 낮시간이라 아직 관객은 적었지만, 분위기를 달구기에는 좋은 라인업이었다.

- 참깨와 솜사탕

어느덧 최근 1~2년사이에 빅밴드로 성장한 '데이브레이크'의 피해자 '참깨와 솜사탕'. 데이브레이크와 겹치는 바람에, 더구나 가장 작은 뉴텐트 스테이지라서 관객은 적었지만, 적당히 달달한 노래들로 굳세게 공연을 마쳤다. 아무래도 참솜은 록페스티벌보다는 GMF나 BML같은 무대에서 더 좋을 듯하다.

- 아시안 체어 샷

두 째날의 첫 밴드였던 '아시안 체어 샷'. 음악보다도 그 뒤에 있었던 기괴한 영상이 더 인상적이었다. 음악은 오프닝으로서 흥을 돋구기에는 충분했다.

- 불싸조

정말 오랜만에 보는 불싸조. 큰 무대에 올랐다는 점보다도 아직도 해체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신기했다. 역시 이 밴드의 음악은 라이브로 들어야 제맛이고, 록페스티벌에서 들으니 더 꿀맛이었다. 음원으로 들었을 때는 그 맛이 안난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 9와 숫자들

이렇게 큰 무대에서는 처음 만나는 '9와 숫자들'. 시간이 짧았던지라 인기곡 위주로 꾸려갔고,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뜨겁게 싱얼롱할 곡이 없다는 점. 오히려 '그림자궁전' 시절의 곡이 싱얼롱하기에는 더 좋기에, 그림자궁전이 한 5년정도만 더 늦게 활동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 한희정

확실히 2집의 수록곡들이 록페스티벌에는 그나마 잘 어울렸달까. 페스티벌을 위한 그녀의 신의 한수? 밴드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한 의상도 인상적. 얼마전에 보았던 '뮤즈 인시티'와 비슷한 셋리스트였다. '흙'은 참 묘하게 중독적이다.

- Nell & Pia

두 밴드가 같은 날 다른 무대에 섰는데, 공연시간이 10분 정도 겹친 일은 대단히 아쉬운 점이었다. 두 밴드 모두 '괴수인디진'에 들어가서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는 올랐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전의 앨범들이 더 좋았기에 '애증의 밴드'가 되어버린 두 팀이다. 피아가 하드코어/메탈계열의 밴드답게 남성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면, Nell은 여성팬들이 상당히 많았다.

- 이진우

좀 으슥한 곡에 있었던 뉴텐트 스테이지에 오른 또 다른 피해자 '이진우'.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한 1집만큼이나 공연은 안정적이었다. 역시 봄이나 가을 페스티벌에서 보았으면 더 좋았겠다.

- 두번째달

음반은 수 없이 들었지만, 정작 공연은 보지 못했던 '두번째달'을 드디어 보았다. 사실 '록'과는 거리가 있는 밴드인지라 기대보다도 걱정이 앞섰는데, 신나는 곡들로 뜨거운 분위기를 식히는 '소방수'는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얼음연못'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두 번째 앨범을 준비중이라는데, 작년 디지털 싱글로 발표했던 (팬들이 밴드에게 묻고 싶은 말)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와 가수 '혜이니'와 함께한 곡도 들려주었다. 빨리 나와라 2집.

- 페퍼톤스

수 년 혹은 십수 년후, 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오를 국내 밴드를 꼽으라면 빼먹어서는 안될 밴드로 성장한 '페퍼톤스'. 인기는 꾸준히 좋았지만, 록밴드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굳힌 4집은 '신의 한수'였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도 들려주었지만, 싱얼롱하기 좋은 '행운을 빌어요'와 '21세기의 어떤 날'은 앞으로 페스티벌 무대에서는 빠질 수 없는 곡들이겠다. 당연히도 싱얼롱으로 화답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다만 신재평의 티셔츠에도 적혀있던 'Bikini'를 듣지 못한 점은 좀 아쉬웠다.

기타 잠깐 본 밴드들은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