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Polyphonic Spree

기타,베이스, 드럼, 키보드 등 기본 밴드 구성에, 브라스와 현악, 그리고 코러스까지 더해져 무려 14명이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만으로도 뭔가 압도적인 느낌의 'the Polyphonic Spree'. 그런데 이 밴드 원래 멤버가 20명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밴드란다. 14명이면 대다니 조촐하게 무대에 올랐다고 해야할까? 멤버 대부분이 거의 비슷한 의상을 입고 그 규모에 맞는 빵빵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교회 성가대' 혹은 '사이비 종교 집단'이 생각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Hold me now' 이 곡에서 압권이었는데, 상당히 감동적이면서도 선동적인 '떼창'을 부르는 곡이었다.

- Cat Power

안산까지 온 이유들 가운데 하나인 'Cat Power'. 사실 아는 곡은 영화 'My Blueberry Nights'의 OST 수록곡 'the Greatest' 뿐이지만 라인업에 올라온 그녀의 이름을 보는 순간 꼭 라이브를 보고 싶어졌다. 아는 노래들은 없었지만 공연은 좋았다. 1995년에 데뷔했다는데, 그 연륜에서 느끼지는 원숙함과 구성진 보컬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녀에게 할당된 시간은 너무 짧았고, 꼭 단독공연으로 내한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도 좋았지만, 그녀와 함께한 대부분이 여성인 투어 밴드도 인상적이었고, 마지막으로 무대 매너도 너무 좋았다.

- Vampire Weekend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보게된 밴드 'Vampire Weekend'. 밴드 이름만으로는 무시무시한 메탈이나 하드코어 밴드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상당히 말큼한 옷차림으로 올라온 이들은 모두 뉴요커로, 뉴욕에서 결성된 밴드란다. 경쾌한 음악에 독특한 보컬이 인상적이었다. 랩의 음악적 요소를 더하는 라임처럼, 보컬을 가사 전달과 더불어 좀 더 악기처럼 사용한다고 해야하나? 개인적으로는 'Step'이라는 곡이 가장 인상적.

- the XX

빅탑에 오른 Vampire Weekend에 이어 그린스테이지에 오른 'the XX'. 오히려 'Vampire Weekend'라는 이름에 잘 어울릴 만큼 모두 검은 의상으로 맞춰입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멤버 구성도 독특했는데, 보컬/기타를 담당하는 여성 멤버와 보컬/베이스와 디제잉을 하는 두 남성 멤버들로, 그들의 음악처럼 '미니멀'했다. 남녀가 주고 받는 보컬과 음악, 그들의 무대 의상과 조명까지 상당히 잘 짜여진 쇼를 보는 보는 기분이 들었다. 첫 날 최고의 무대가 아니었을지.

- the Cure

첫 날의 헤드라이너, 1979년에 첫 앨범을 발표하고 아직까지 활동중이니 브릿팝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할 만한 'the Cure'. 리더 '로버트 스미스'도 여장한 변태 아저씨처럼 보였는데, 그 시절에는 섹시 스타였단다. 놀라운 점은 오래된 밴드이고 오래된 음악인데도 전혀 '올드하게' 들리지 않았다는 점. 1990년대에서 2000년대의 모던락/팝락 정도의 느낌이 나는 곡들을 주구 장창 들려주었다. 30년을 기다렸다는 팬들이나 30년동안 에너지를 유지하는 밴드나, 모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무대였다.

- Prisciilla Ahn

록페스티벌에서 들려주기에는 잔잔한 곡들이지만, 한국계 아티스트로 마음에 드는 노래들을 들려주었기에 꼭 보고 싶었던 그녀. 그녀 역시 이번에 안산까지 오도록 만든 이유였다. 각종 페스티벌을 통해 최근 상당히 자주 내한하고 있는 그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최근에 발표된 3집 수록곡과 기존 히트곡을 들려줬고, 한국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단독 공연으로 꼭 다시 보고싶다.

-Steve Vai

거장 기타리스트 Steve Vai. 광기어린 속주같은 건 보지 못했지만, 기타라는 악기 하나 만으로 때로는 구슬프게, 또 때로는 매혹적으로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원숙한 거장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