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 Z"는 '브래드 피트'가 제작자 및 주연으로 국내에는 "월드워 Z"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던 영화의 원작이디. 영화 속 내용을 상상하면서 이 책을 읽었는데, 영화가 '좀비의 대공습'이라는 주재와 몇 가지 소재를 빌려갔을 뿐 줄거리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아예 장르가 다르다고 해야할까?

원작이 헐리우드식 영웅물이라면, 이 원작 소설 속에는 영웅은 없고 '세계대전 Z'에서 살아남은 인간들만이 있다.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일반적인 소설들과는 다르게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영화는 두 시간이 안되는 시간에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지만, 원작 그대로 드라마로 만든다면 아마 시즌 몇개는 나올 만큼 적지 않은 분량의 이야기다. 500 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이지만, 작가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여러 생존자들의 입을 빌려서 지루하지 않고 상당히 몰입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일반적인 소설들이 따르는 서사적 구조가 아닌, 미국 부통령부터, 군인, 의사, 일반 시민 등 전세계 각계 각층의 사람들의 녹취된 체험담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이 체험담을 통해 좀비 전쟁을 꽤나 생생하게 풀어나간다. 여러 생존자들의 녹취록들에는 사건이 벌어진  시간적 혹은 공간적 차이 뿐만 아니라, 각 생존자들의 국적, 인종, 직업이나 사회적 위치, 그리고 세계관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좀비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체험담의 조각들이 모여서 '인류를 멸종 직전까지 몰고 갔던 대재앙, 좀비 전쟁'의 큰 그림을 그려간다. 좀비 자체는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황당한 재난'이지만, 그 전쟁 속에서 있었던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 사람들의 생각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는 모습까지 그려낸 작가의 치밀함과 노련함에 감탄하게 된다. 

'체험담' 위주로 풀어나갔기 때문에, 이 책만으로는 생존자들이 보지 못했던 좀비 전쟁의 다른 부분이나, 전세계에 걸친 좀비 전쟁이 어떻게 퍼져나가고 어떻게 끝났는 지를 확실하게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좀비'라는 것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리고 '좀비의 생태(?)'대해서도 불분명한 점도 아쉽다. 저자 맥스 브룩스가 쓴 '세계대전 Z 외전'과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도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