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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함께 파리에 가자'


참 낭만적인 제목이다. 오래전에 사두고 이제서야 읽었지만, 아마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도 이 제목에 끌려서 샀을 게다. 프랑스는 커녕 유럽도 가본 적이 없지만, 문화와 예술이 살아 있는 낭만의 도시 '파리(Paris)'라는 이름이 부사 '함께'와 만나니 그리도 낭만적이면서도 애틋하게 들리는 이유는 왜일까? '언젠가'는 모호한 시간을 의미하는 부사로 허언처럼 들리게 할 수도 있지만, '가자'라는 힘있는 동사와 만나니 언젠가는 꼭 이뤄질 법한 약속처럼 들린다.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는 우리나라에 많은 책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작가이자 영화 감독이자 뮤지션으로 예술에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이는 사람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로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졌고,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 '나카야마 미호'의 남편으로 더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다. 우리말로 번역된 그의 책은 많지 않지만 몇몇 소설들을 꽤 재밌게 읽은 기억도 있기에, 이 책도 집어 들었다.(그런데 사실은 온라인으로 샀다.)

이 책의 일본어판은 2005년에 출간되었는데, 약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파리에서 살면서 취재하고 쓴 책이라고 한다. 2003~2005년이 될테니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파리 생활'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는 이 책을 여행자들이 목적지로 떠나기 전에 읽는 '가이드 북'이 아니라 '라이브 북'이라고 한다. '가이드 북'들은 유명하거나, 꼭 가봐야 하거나, 가볼 만한 곳들을 모아서 '백화점'식으로 소개하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런 가이드 북들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이 책은 '파리 여행자'를 위한 책이 아니라 '파리에 거주할 예정'인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가이드 북처럼 관광지를 떠먹여 주는 책이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나온 파리에서 살아가는 요령과 마음가짐 등을 알려주는 책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잡은 물고기를 주지 않고 낚시할 때 요령이나 마음가짐 정도를 알려주는 책이랄까?

그렇고다 여행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은 아니다. 미식가가 유난히 많아 보이는 일본답게, 그도 나름 미식가로서 여러 음식점들을 추천하고 있다. 몇 년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음식점을 평가하는 유명한 기준인 '미슐렝 가이드'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미슐렝 가이드'는 이름처럼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 '미슐렝(Michelin)'이 조사하고 발간한 책으로 최대 3개로서 음식점을 평가하는데, 프랑스에서도 꽤 중요한 음식점 판단 물론 입맛이라는 감각이 다분히 주관적이 요소도 크게 작용해서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파리에는 미슐렝 가이드에서 별이 3개에서 2개로 떨어져서 자살한 쉐프가 있을 정도로 쉐프들에게는 자존심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픈한 유명한 쉐프 '피에르 가니에르'도 언급되니다. 그렇지만 미슐렝 가이드의 별점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가 찾아낸 잘 알려지지 않은 맛집도 소개하고 있다.  다만 이 책에 나온 음식점 이름들은 약 10년 전의 정보라서 지금도 유효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만의 맛집을 찾아내는 요령도 놓지지 않고 있는 책이기에 파리에 오래 머무른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먹는 이야기가 분명히 많지만, 프랑스의 기나긴 '바캉스', 파리에서의 '운전', 다정한 인사 '비주', 일본과는 다른 아내의 '출산' 등 거주자가 아닌 여행자라면 알 수 없을 이야기들도 담고 있어서 '파리에서의 삶'을 여러 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문화적으로더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은 한국와 일본이기에 일본인이 파리에 살면서 겪었을 곤란을 한국인으로서 공감할 부분들이 많았다. '인구 고령화', '저출산', '독신 가구'의 증가 등 여러 사회 현상에서 우리보다 수 년에서 십수 년을 먼저 겪은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이기에, 이런 현상들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이나 대처는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일본보다도 더 빠르게 그런 현상들을 겪은 프랑스를 일본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점도 흥미롭다. 과거 유럽 최저 출산 국가였던 '프랑스'는 약 10년 전부터 늦은 출산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지금은 유럽에서 출산율이 높은 국가라고 하는데, 이 책에도 그론 늦은 출산이 유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프랑스, 그리고 파리. '프랑스 대혁명'은 자유주의 기원이 되었고 수 많은 예술가들이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는 '예술이 살아 숨쉬는' 도시답게 '자유와 낭만의 도시'라고 불린다. '경제 지표'만을 강조하고 국민들에게 세뇌시키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확실히 다른 풍경들이다. 시민 의식 수준 또한 굉장히 높다고 하는데, 그런 의식 수준의 바탕이 된 역사적 유산과 문화적 배경은 부러울 따름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한국을 벗어난 '낯선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파리'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그렇게 해보고 싶어졌다.

2014/04/03 22:44 2014/04/03 2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