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코믹스'의 '엑스맨(X-Men)'을 훌륭하게 스크린에 남아냈던  '브라이언 싱어'가 '슈퍼맨'의 리부트를 위해 떠나고 만들어진, 3부작을 완결 영화 '엑스맨 : 최후의 전쟁(X-Men : The Last Stand)'은 상업적 성공을 제외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브라이언 싱어'가 만들었던 스크린 속의 엑스맨 세계는 그가 떠나면서 무너졌다고 할 수 있죠. 엄청난 혹평의 후폭풍이었는지, 엑스맨 시리즈의 영화화 판권을 쥐고 있는 '21세기 폭스'도 후속편에 대해 고민과 걱정이 꽤나 컸었나 봅니다. 이 시리즈가 2011년 '매튜 본' 감독에 의해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X-Men : First Class)'로 화려하게 부활하기까지 약 5년동안 울버린의 스핀오프 한 편만 제작됐을 뿐입니다. 하지만  엑스맨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한 진중한 선택이라기 보다는,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인 '휴 잭맨'의 '울버린'으로 '상업적 성공'과 '엑스팬 판권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영화였다고 생각됩니다.

다행히 메튜 본 감독의 프리퀄 3부작을 시작하는 '퍼스트 클래스'가 좋은 평가와 함께 성공을 거두면서 엑스맨 시리즈는 새로운 생명과 추진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3부작과는 전혀 다른 배우들을 기용하고 윈작 코믹스의 인물 관계를 무너뜨리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3부작은 '프리퀄과 '리부트' 사이의 모호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퍼스트 클래스의 성공은 당연히 후속작에 대한 관심을 모았고, '메튜 본'이 하차에 이어 '브라이언 싱어'가 돌아온다는 충격적인 소식들이 이어지면서 미궁에 빠졌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극장판 엑스맨'의 창조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엑스맨을 떠나고 연출했던 '슈퍼맨 리턴즈', '작전명 발키리', '잭 더 자이언트 킬러'가 연이어 실패했으니 그의 역량에는 당연히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지난 미래의 나날들' 정도가 되는 독특한 재목처럼, 영화는 SF 영화의 단골 소제인 '시간 여행'을 담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본인도 '최후의 전쟁'으로 너덜너덜해진 오리지널 3부작에 대한 회한이 컸을까요? 그 '시간 여행'은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과 와 메튜 본이 새롭게 만들어낸 '퍼스트 클래스의 세계'를 이어주는 가교가 됩니다. 영화 속에서 돌연변이들이 보여주는 초능력과 액션은 규모는 사실 엑스맨 시리즈 가운데 가장 소박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 여행을 통해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영화 속 인물들의 얽힌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낼 뿐만 아니라, 원작 3부작과 새롭게 시작된 3부작, 그리고 울버린 스핀오프 시리즈까지 진행되면서 꼬인 설정의 오류들까지 멋지게 해결하는 모습은 관객들을 환호하게 할 정도로 대단합니다. 특히 '최후의 전쟁'이라는 시리즈의 어두운 역사를 지워내는 부분에서는 환희와 더불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처절한 회한와 결자해지의 마음까지도 느껴집니다.

이 영화를 퍼스트 클래스의 후속작으로만 보기에는 확실히 위치가 애매합니다. 기존 3부작의 캐릭터와 배우들로 50년 후의 '미래'를 설정하고, 새로운 3부작과 연결을 시도하는 이 영화는 두 시리즈의 '교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교차점은 그 자체로 남지 않고, 기존 3부작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고 이제 1편만 남은 '퍼스트 클래스 3부작'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최후의 전쟁'은 '다중 우주' 혹은 '평행 우주' 속 다른 우주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최후의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21세기 폭스'의 엑스맨 시리즈는 기존 3부작의 배우와 캐릭터들로 후속편 제작이 가능해졌고, 두 3부작의 '연속성'이 생기면서 '퍼스트 클래스 3부작'이 끝난 뒤에도 기존 3부작의 캐릭터들 혹은 배우들까지 이용해서 후속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시간 여행자'로 '울버린'이 선택된 이유가 단순히 '인기'때문이 아니라, 이 3부작 교차점에 '울버린 스핀오프'까지 교차시켜서  '스핀오프에 대한 정리'도 꽤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영화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울버린'과 '스트라이커'의 악연까지 영화 속에 담았고, 수상한 결말을 남김으로 울버린 스핀오프도 새롭게 시작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이런 점들이 관객들이 이 영화에 환호하는 이유이자,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게하는 이유입니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마블 코믹스 원작의 '히어로 무비' 3편이 달마다 개봉했습니다. 3월의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4월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그리고 5월의 이 영화까지 마블 히어로들이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지나갔고, 현재 세 영웅의 판권을 각각 다른 영화사(각각 디즈니/마블스튜디오, 소니픽쳐스, 21세기 폭스)가 소유하고 있기에 세 영화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하지만 '비교 불가'의 수준 차이라고 할 정도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엑스맨 시리즈 최고의 영화이자, '마블 코믹스 원작의 히어로 무비를 통틀어 최고'라고 할 만했습니다. 더불어 브라이언 싱어의 성공적인 복귀로 '매튜 본과 브라이언 싱어'라는 양날개를 얻은 '21세기 폭스'가 판타스틱4의 리부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디즈니/마블스튜디오'의 '어벤져스'와 선의의 대결을 펼쳐나가길 기대해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울버린이 (잠에서 깨어나면서 과거에 도착했듯이) 새로운 현재에서 잠을 깨고 프로페서X와 이야기하는 모습은 다분히 '일장춘몽'이라는 사자성어와 '동양의 선(禪)'이 떠오르는 부분입니다.

**기존 3부작과 연결을 만든 부분은 좋지만, 기존 3부작의 배우들도 나이가 꽤 있어서 십수년 뒤에는 어쨌든 '리부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떤 배우들이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이어받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특히 '살아있는 간달프', '이안 맥켈런'과 '영원한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장', '패트릭 스튜어트' 두 배우는 연세가 꽤나 있어서 걱정까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