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ll...'조디 포스터'가 주연인 영화 'Nell'에서 밴드 이름을 빌려온 이 밴드의 노래를 처음 들은 때는 그들의 첫번째와 두번째 앨범이 나온 2001년 쯤으로 기억한다. 처음 느낌은 '어? Radiohead의 냄새가 팍팍나는걸?'이였다. 정말 그랬다. 지독한 우울함과 그 우울함의 절정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란 Radiohead의 음악과 많이 닮아있었다. 하지만 달랐다. 들으면 들을 수록, 이제는 변절해버린 혹은 변질된(욕심일지 몰라도 OK Computer 때의 느낌을 바라며 Kid A이후의 앨범을 계속 사고있지만 그럴때마다 느끼는 실망이란...그들의 음악은 이제 너무 maniac하다.) Radiohead와는 또 다른 음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들의 두장의 앨범이 낼 소속사 IMSTATION이라는 회사에 문제가 생기고 그렇게 2년 정도가 아깝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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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괴수인디진...그러다 작년 초 'Nell'이 'Pia' 등의 밴드들과 함께 서태지가 설립한 괴수인디진의 소속이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서태지의 설립한 레이블에 참여함으로서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타게된 점은 그들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꽤나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로써 그들의 새로운 앨범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 점이 또 그다지 달가운 것만은 아니었다. 이제 그들의 이름 앞에 지독하게 따라다닐 '서태지'라는 꼬리표가 있으니깐. 역시나 걱정대로 'Nell'을 서태지가 발굴한 밴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Nell의 팬으로서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3집' 혹은 '메이저 데뷰 1집' 나오다...'괴수인디진'이 이름에서는 '인디'라는 이름때문에 꽤나 '마이너'한 느낌을 주지만, 이점은 정말 '인디에 대한 모독'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괴수인디진은 엄연한 '메이저' 레이블이다. 물론 서태지라는 막대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뭐, 우리나라같은 작은 음악시장에서 '마이너', '메이저'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소위 '마이너'와 '메이저'의 단절이 상당한, 기형적인 우리나라의 음악시장을 고려해보면 우리나라 만큼 그 둘의 구분이 명확하면서 규모가 상당한 음악시장도 흔하지 않으리라. 지금 각종 TV 방송을 수놓고 또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들만 생각해 보더라도, '마이너'가 '메이저'가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Nell'은 이 괴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것일지고 모르겠다. 아무튼 서태지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기대 속에 괴수인디진 출범후 첫 앨범이자 'Nell'의 통산 3번째 앨범이 2003년 6월에 발매된다.
'절망'을 안겨주다...그들의 노래는 우울과 함께 '절망'이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그 점이 그들의 음악의 매력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3번째 앨범은 정말 '절망'이었다. 정말 기억하기 싫은 악몽같은 타이틀 곡 'Stay', 그 '절망'의 포문을 여는 곡이다. 슬프나 카타르시스가 빠져버린 그 흐느적 거리는 슬픔이란...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서태지라는 꼬리표가 달리면서 기대보다 컸던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리고 곡의 내용물들은 확인 사살을 하듯 결정타를 먹인다. 반 정도의 트랙은 신곡이 아닌 1,2집의 곡들을 리메이크곡들로 채우며, 차라리 2.5집에 가까운 '3집'이라는 이름이 섭섭함을 크게했다.
2집 나오다...지난 앨범이 나온지 약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 새 앨범 'Walk through Me'가 2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2집이라는 이름이 왠지 거북하다. '4번째 앨범인데 4집이라고 해야하는 것 아닌지?'라는 반발 심리까지 일어난다. 괴수인디진에 거슬리는 부분이 또 하나 늘었다고 할까? 오히려 지난 앨범은 깨끗하게 잊고 이번 새앨범을 3집이라 불러야하는 것은 아닐까?
들어보다...
첫 번째 트랙 '迷我', 미혹할 '미'에 나 '아'로 '나를 미혹한다'. 역시나 'Nell'이 추구하는 우울함이 피아노 연주와 함께 시작하는, 오프닝곡으로 적절하고 좋은 곡이고 생각된다. 나머지 곡들도 계속 이 곡만큼만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두 번째 '백색왜성'(백색왜성은 별의 수명단계에서 태양보다 조금큰 '신성'이 폭발한 후 만들어지는 '별의 잔해'라고 한다.)은 무난한 곡이다.
세 번째 타이틀 곡이라는 'Thank You'는 처음 들어서는 왠지 'Stay'의 악몽을 상기시키지만 'Stay'보다는 좋다. 역시나 'Nell' 특유의 우울함보다는 무난함을 선택한 듯하다.
네 번째 'Selfish Love', 도입부부터 이전까지의 Nell의 곡들과 좀 다르게 느껴진다. 멜로디는 경쾌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데 김종환 보컬은 역시나 우울하다. 그 둘 사이의 모순이 시너지를 일으킨다. 차라리 이 곡을 타이틀로 하지!!
다섯 번째 'Unsaid', 우울한 분위기를 만드는 베이스와 보컬이 두드러지는 좋은 곡.
여섯 번째 '피터팬은 죽었다'는1집의 '길들임'이 연상되기도 하는, 기본에 충실한 곡이라 생각된다. 지난 앨범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Nell 치고 밝다'라는 느낌을 다시 한번 확인 가능하다.
일곱 번째 '부서진 입가에 머물다' 한마디 '무난하다'.
여덟 번째 '몽중인의 현실 체험기', 제목부터 불안하다. 지금까지의 몽롱한 우울함에서 깨어나겠다는 말처럼... 시작이 경쾌하다. 가사도 밝은 편, 키보드는 조금 'Coldplay'의 'Clocks'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되게 하지만 Nell의 곡이라는 선입견(아마 역시 Nell 이라면 우울해야...이런 선입견)을 버린다면 좋은 곡.
여덟 번째 '자해', 조금 가라앉은 보컬로 시작해서 다시 김종완 특유의 고음의 보컬로... 유유히 흐르는 듯한 괜찮은 곡.
아홉 번째 'Marionette', 모든 멤버 조화가 느껴지는, '피터펜은 죽었다'와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되는 곡이다. 내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락'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곡.
열 번째 'Last Advice', 앞의 대부분의 트랙들처럼 이 곡도 평균이상의 곡.
열한 번째 'One time Bestseller', 앨범의 끝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슬픈 곡으로, Nell의 노래들 중 가장 발라드적이며 우울함의 카타르시스를 다시 느끼게 해주는, 가장 Nell답다고 할 수 있을 곡이다. 좋다!!
마지막 'empty', 마지막 곡다운 곡, 중간에 일렉기타 연주가 앨범의 끝난다는 아쉬움을 더 한다.
와우!! Nell 다우면서 Nell의 변화들이 잘 녹아있고, 거의 모든 트랙이 평균 이상이며 대중성을 충분히 갖춘, Nell의 '마스터피스'가 될 만한 앨범이라 생각된다. 苦盡甘來라고 역시 지난 앨범에 대한 '절망' 이후의 기다림은 참고 견딜 만한 것이었다.
이 정도라면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의 '올해의 앨범'도 노려볼만 하지 않을런지...(이 앨범 전까지는 'My Aunt Mary'의 'Just Pop'이 유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이것이 Nell이다! 이제 각종 음반몰에서 소개에 따라붙는 서태지라는 꼬리표는 떼어주자. Nell은 스스로 성장했고 성장하고 있는 밴드다. 서태지라는 이름으로 묶어두기엔 그들의 능력은 서태지의 그것을 뛰어넘기 충분하다. 아니 이미 음악적인 면에서 Nell은 혁명적이었던 '아이들'과 함께한 서태지가 아닌 무난한 음악의 '솔로' 서태지는 충분히 넘어섰다고 생각된다.
Nell의 가능성을 한정짓는 듯하지만.. 별 5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