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다음(Daum) 첫 페이지 뉴스란에 이루마씨와 김지우양의 열애설이 뜨더군요. 정말 의외의 조합(?)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기사 밑에 달린 리플들을 보니 헛소문은 아닌듯했는데 역시나 악의적인 리플들이 눈썹을 찌푸리게 하더군요.

이루마의 다음 팬카페의 익명게시판에 가니 난리도 아니더군요. 이루마에 실망했다는둥, 상업적이더니 그럴줄 알았다는둥 인신공격적인 글들도 많았구요. 사건의 전말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겠더군요. 물론 이루마씨가 경솔한 점도 있었지만 팬이라고 자처하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변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실망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바람직하지 못한 팬덤(fandom)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합니다.

그런 비난을 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묻고 싶네요. 당신이 이루마를 좋아하게된 이유는 뭐냐고... 저의 경우는 제가 남자이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스캔들 기사에 별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루마라는 사람을 알기 전에 그의 음악를 듣고 좋아 음반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비난을 퍼붙는 사람들은 아마도 그의 음악 자체를 좋아하기 보다는 그의 외모나 언변 등 겉으로 보여지는 것을 먼저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게 되네요.

그리고 거의 1년에 앨범이 한 장 꼴로 나오는 것을 보고 '상업적이다'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음악도 일종의 비지니스인지라 상업적인것은 당연합니다. '상업적'인 즉 '팔리는' 음악을 만들지 않으면 음악을 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고 음반업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유지되니까요. 그리고 1년에 1장의 앨범을 발표하는 것은 기본이고 2장의 앨범을 내는 가수들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1년에 1장 정도를 상업적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것일까요? 순수음악에 가까운 장르를 하는 음악인은 꼭 수 년의 고뇌 끝에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해야 하는 것일까요?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1년에 한 장씩 꾸준히 발표하면 상업적인가요? 한 앨범이 지난 앨범의 수록곡을 그대로 혹은 리믹스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수록하는 것도 아닌데요.

또 이번에 나온 이루마의 두번째 정규 앨범 'First Love'의 리팩키지 앨범에 대해서도 상업적이라는 비난이 역시 있더군요. 하지만 저에게는 음반업계에서 정말 '진짜 상업적'인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들로 밖에 안들립니다. 앨범 'First Love'는 2001년에 첫 발매된, 올해로 '4년'째가 되는 앨범이자 이루마의 앨범들 중 가장 꾸준히 팔리는 앨범이기도 하구요. 또 이미 이 앨범의 기존판은 일부 온라인 매장에서 품절이 되었을 정도로 제고가 '소진'된 상태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재판을 찍어내면서 몇곡을 추가해서 리팩키지로 내는 것을 단지 상술적으로만 치부해야 할까요? 물론 상술적인 면도 있겠지만, 이미 기존판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존판의 가치를 높인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 아쉽네요. 또 좋은 음악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찾아 들을 수 있었다는, 일종의 희열을 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것일까요?

'상술적인 음반사'하는 빼놓을 수 없는 두 회사가 생각나네요. 우선, 90년대 말부터 몇년전까지 리팩키지 열풍을 불러일으킨 'Rock Record'가 생각납니다. Back Street Boys, Nsync, Britney Spears가 소속되있는 미국의 Jive Record의 국내 발매를 당담했던 Rock Record는 그야말로 '리팩키지의 대마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 였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가수들의 새앨범은 발매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리팩키지로 다시 발매되지 일수였죠. Rock 소속의 국내 가수들도 '몇 장만 돌파 기념'식으로 신곡, 미공개 곡이 포함된 리팩키지를 어김없이 발매했구요. 결국 저는 Rock에서 발매하는 앨범들은 기다렸다 리팩키지가 나온 후에야 샀답니다.

또 최근의 이수영이 소속된 '이가기획'도 상술의 맥을 이어가는 회사이죠. 이수영의 1집부터 4집까지는 앨범 발매후 1곡 정도 추가해서 스리슬쩍 재판을 발매했었죠. 4집부터는 '.5집'의 개념으로 1년에 정규앨범 한 장에 스페셜 앨범 한 장으로 도합 2장을 꾸준히 발매하고 있습니다. 5.5집은 리메이크로 괜찮았지만 그 앞뒤의 .5집들은 베스트나 앨범 미수록곡들의 짜집기이죠. 하지만 가장 문제되는 것은 '6집 사태'이라고 생각되네요. 6집 사태란 6집의 예약판매당시 친필 사인CD로 예약판매를 했는데 '선착순'이라거나 '몇 명 추첨'의 단서가 붙어있지 않았죠. 많은 사람들이 예약구매로 받은 CD는 결국 눈에 보기에도 대필임을 잘 알 수 있는 사인CD들이었습니다. 예약판매만으로도 몇 만장을 팔릴 것을 아는 이가기획의 농간이었죠.

이루마씨는 처음 순수음악을 하는 음악인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하지만 거의 만능 엔터테이너를 요구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대중매체에 자주 노출되고 어느 정도의 인기 얻게되면 음악인이 '연예인'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무조건 분노하고 비난을 퍼붓기보다는, 지켜보고 축하해주는 사람이 진정한 팬이고, 그런 것이 팬덤이 아닐까요? 좀 더 성숙한 팬덤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