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뭉쳤다는 점만으로도 엄청난 관심을 일으킨 영화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두 사람이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에서 손발을 맞춘 적이 있었지요.

또 국내 영화계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광풍과 한국 영화의 부진 그리고 떠오르는 희망 '친절한 금자씨'때문에 '우주전쟁'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많이 뒷전에 있었구요. 사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가 90년대 만 못해졌고 톰 크루즈의 출연작들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두 사람이 뭉쳤다고 대단한 기대를 한 사람은 극소수였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영화 전개는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볼거리 역시 상당합니다. CG는 ILM이 담당한 만큼 확실하네요. 시원시원한 파괴와 살육의 장면들은 여름용 블록버스터로 손색이 없습니다. 마치 살충 스프레이로 벌레 죽이듯 인간을 학살하는 장면은 매우 흥미진진하더군요.

'허버트 조지 웰스'의 원작은 1897년에 발표되었으니 100년이 넘는 시간차를 두고 영화화가 되었지만 나름대로 외계 침공을 촌스럽지않게 그려내었습니다. 외계인의 식량 혹은 연료와 이상한 배출물들을 보면, 작가 웰스는 아마도 화성의 붉은 색을 보고 영감을 었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톰 크루즈'의 연기는 괜찮았고, 깜짝 등장한 '팀 로빈스'의 이미지는 '미스틱 리버'에 연장선 위에 있는 느낌입니다. 톰 크루즈의 전 부인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해진 '에오윈' '미란다 오토'더군요.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모를 '다코다 패닝'은 시끄럽게 소리 빽빽질러대고 버릇없고 히스테릭한, 짜증나는 연기를 보여주네요.

사실 이 영화는 SF나 액션이라기 보다는 그냥 한 편의 '재난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딱 좋을 듯합니다. 지난해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에 이어 미국이 쑥대밭되는 스펙터클을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빠르게 시작되어 숨가쁘게 진행되던 영화는 마지막 몇 분에 순식간에 영화 속 모든 갈등이 해결됩니다. 조금은 허무하지만 과학적으로 납득할 만한 결말이구요. "혹시 이 영화도 비슷한 소재의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같은 미국식 영웅물이려나?"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군요. 시원시원한 볼거리와 유치한 미국식 영웅물이 되지 않은 점, 두 가지만으로도 상당히 괜찮은 영화네요. 별점은 4개입니다.

우리나라 개봉 제목 '우주전쟁'은 정말 너무하는군요. 차라리 StarWars를 '우주전쟁'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