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리비언 (Oblivion) - 2013. 4. 28.

'마이너리티 리포트', '우주전쟁'를 잇는 '톰 크루즈'  주연의 세번째 SF 영화 '오블리비언'.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진실이 아니다'라는 주제는  SF영화에서 흔하게 쓰이는 주제였습니다. 이런 주제로 성공한 SF영화를 꼽자면 '매트릭스(the Matrix) 삼부작'이 되겠고, 이 주제는 많은 영화들에서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사용되어왔죠. 역시 같은 주제를 담고 있는 '오블리비언'의 내용은 보는 내내 데자뷰(deja vu, 기시감)을 일으킵니다. '매트릭스'를 비롯해, '다크시티(Dark City)' 등 오블리비언의 선배뻘 되는 영화들을 떨쳐버리기는 어렵습니다.

뻔한 주제라면, 볼거리가 중요한 요소인 SF영화에서 그 주제를 어떤 배경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할 수 밖에 없겠죠. 스크린에 펼쳐지는 -외계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달 파괴로 인한 인력의 변화와 핵무기 사용으로- 황량한 지구의 광경과 홀로 남아 발전시설을 지키는 '잭 하퍼 49요원(톰 크루즈)'의 모습은 (홀로 남겨진) 적막함과 (인간 본연의) 고독함을 전하기에  충분합니다. 황폐화된 지구를 떠나 토성(Saturn)의 위성 타이탄(Titan)으로 떠났다는 인류, 그리고 조만간 타이탄으로 떠다는 49의 요원들을 보면서 의문점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왜 타이탄에서 무척이나 먼 지구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가? 왜 '49 요원'들의 기억을 지웠으면 '49'의 의미는 무엇인가? 두 요원으로 지구 전체의 발전시설 관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타이탄으로 이주할 정도의 과학기술력을 갖고 있으면서, 요원들의 거주지와 장비는 그 과학기술 수준을 따라가지 못할까? 위험 지역인 방사능 구역에 가까운 곳이 왜 안전지역에서는 보이지 않는 '숲'이 존재할까?...누구나 이런 의문들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지구로 불시착한 우주선과 그 우주선의 조난자 가운데 잭 하퍼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여인이 나타나면서 의문은 하나씩 풀려갑니다. 지구와 인류의 불편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잭 하퍼', 잭 하퍼의 기억 속의 그녀 '줄리아(올가 쿠릴렌코)'. 그리고 살아남은 인류의 지도자 '말콤 비치(모건 프리먼)'의 조합은 여러모로 영화 '매트릭스'를 이끌어가는 '네오(키아누 리브스)',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 그리고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가 떠오르게 합니다. 조작된 인류의 기억 그리고 희생을 통하여 얻어지는 인류의 구원도 역시 닮아있습니다.

수 많은 비슷한 주제의 SF영화들도 그렇지만, '오블리비언'에서는 뚜렷한 무신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밝혀지는 49의 의미와 기억을 공유하는 52요원에서 모습에서 인간을 정의하는 것은 (확인 불가능한) '영혼'이 아니라 생명체 내에 기록되고 저장되는 (확인 가능한) '기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는 주연배우 톰 크루즈의 개인적인 신앙과도 어느 정도의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내용보다는 영화가 던지는 숨겨진 메시지와 영상과 어우러지는 음악에 더 관심이 가는 영화가 바로 '오블리비언'이 아닐까 합니다. 황폐한 지구를 보면서 떠오르는 적막함과 고독함에 잘 어우러져 그 감정들을 증폭시키고 전달하는 음악들은, 이 영화를 어느 멋진 뮤직비디오처럼 보이게도 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 '조셉 코신스키'의 전작 '트론:새로운 시작(Tron:Legacy)'에서도 음악감독을 담당했던 '조셉 트라파네스(Joseph Trapanese)'와 프랑스 밴드 'M83'의 멤버 '안토니 곤잘레스(Anthony Gonzalez)'가 함께 만든 음악은 이 영화를 완성시키는 '마침표'라고 할 만큼 뺴어납니다. 영화음악계의 두 거장,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심장을 울리는 웅장함과 박진감 그리고 '반젤리스(Vangelis)의 미래적이고 우주적인 음향을 적절하게 배합한 배경음악들은 엔딩크레딧까지 짙은 여운을 전합니다.

무난한 볼거리와 평범한 내용의 SF영화라고 할 수있지만, 해피 엔딩이라고 하기에는 꽤 무거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엔딩은 인간이 멸종하기 전까지도 고민할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블루레이로 감독의 코멘터리 등을 수록하여 발매가 된다면 꼭 소장하고 싶은 타이틀이네요.
2013/05/07 18:19 2013/05/07 18:19

미션 임파서블 3 (Mission Impossible 3) - 2006.5.4.

2000년, 햇볕이 따갑던 토요일에 '미션 임파서블 2'를 본 기억이 있는데 벌써 6년이나 지난 일이군요. 요즘은 대부분의 영화가 목요일에 개봉하고 빠른 경우 수요일에 하는 영화도 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토요일 개봉이 대세였지요. '미션 임파서블 2'도 개봉일인 토요일에 학원이 끝나자마자 달려가 보았었구요. '미션 임파서블 2'로부터는 6년, '미션 임파서블'이 1996년에 개봉했으니 11년만에 세번째 시리즈가 나온 것이네요.

감독이 홍콩의 '오우삼'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임무(mission)보다는 톰 크루즈에게는 불가능해(impossible) 보이는 무술에만 치중해서 정말 대단히 실망했던 '미션 임파서블 2' 때문에 '3편은 오죽할까?'하는 생각을 갖고 보았는데 기대보다는 상당히 볼 만하네요.

1편과 비슷한 헤어 스타일로 돌아간 '톰 크루즈'만 보더라도 조금 예상할 수 있을 수도 있겠네요. 2편에 비해 액션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고, 좀 더 임무 수행과정에 촛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극중 최강의 요원이 된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동료들에게 불가능한 임무(Mission Impossible)는 없는 듯, 지난 시리즈들과 다르게, 모두 일사천리로 해결해 갑니다.

이미 1편과 2편에서 헌트의 둘 도 없는 동료로 등장했던 '루더'가 등장하고 추가로 두 명의 젊은 요원, 꽃미남 '데클렌'과 동양계 미녀 '젠'이 등장합니다. (네이버 영화에서 '젠'에 대해 찾아보니 본명은 'Maggie Denise Quigley'이고 '인상적인 관계'로 '다니엘 헤니'가 나와있네요. 2005년에 염문설이 있었다나요.) 이렇게 4인의 시리즈 사상 최강의 팀이 수행하는 세 가지 임무는, 2편 같은 큰 긴장감은 없지만, 아기자기하게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보는 재미를 줍니다.

전편들에서 언제나 엄청난 역할을 해왔던 '가면'이 역시나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그 제작과정을 담아서 관객들의 궁금에 대한 그럴 듯한 답을 제시합니다. 목에 부착하는 음성 변조기의 음성 변조 과정도 담고 있지만 아직은 조금 억지스럽고 미흡합니다. 4편이 나온다면 더 그럴 듯한 답이 나올지도 모르게습니다.

역시 1962년에 태어난 '톰 크루즈'의 나이는 속일 수 없나 봅니다. 얼굴을 close up한 장면에서 세월은 속일 수 없는 얼굴의 주름들을 확인할 수 있고, 그래서 액션이 약해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만큼 강해진 짜임새와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한 냉소'가 좋았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6/05/05 15:10 2006/05/05 15:10

매그놀리아(Magnolia) - 2005.12.25.

동생이 입수해 놓은 '매그놀리아' DVD, '톰 크루즈'가 출연해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고 하여, 한 '6년 전'부터 볼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야 보게 되네요. 생각보다 재생 시간이 기네요. DVD 케이스를 보니 188분이라고 나와있네요.

조용히 집에서 편안히 볼 만한 영화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얽여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시작부분의 메시지처럼 이 사람들의 연결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드라마같은 영화라 뭐라 할 말이 없네요. 톰 크루즈의 연기는 아마도 제가 본 그의 영화 중에서는 최고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언젠가 다가올 결말, 그 결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2005/12/25 22:56 2005/12/25 22:56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 - 2005.7.9.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뭉쳤다는 점만으로도 엄청난 관심을 일으킨 영화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두 사람이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에서 손발을 맞춘 적이 있었지요.

또 국내 영화계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광풍과 한국 영화의 부진 그리고 떠오르는 희망 '친절한 금자씨'때문에 '우주전쟁'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많이 뒷전에 있었구요. 사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가 90년대 만 못해졌고 톰 크루즈의 출연작들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두 사람이 뭉쳤다고 대단한 기대를 한 사람은 극소수였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영화 전개는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볼거리 역시 상당합니다. CG는 ILM이 담당한 만큼 확실하네요. 시원시원한 파괴와 살육의 장면들은 여름용 블록버스터로 손색이 없습니다. 마치 살충 스프레이로 벌레 죽이듯 인간을 학살하는 장면은 매우 흥미진진하더군요.

'허버트 조지 웰스'의 원작은 1897년에 발표되었으니 100년이 넘는 시간차를 두고 영화화가 되었지만 나름대로 외계 침공을 촌스럽지않게 그려내었습니다. 외계인의 식량 혹은 연료와 이상한 배출물들을 보면, 작가 웰스는 아마도 화성의 붉은 색을 보고 영감을 었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톰 크루즈'의 연기는 괜찮았고, 깜짝 등장한 '팀 로빈스'의 이미지는 '미스틱 리버'에 연장선 위에 있는 느낌입니다. 톰 크루즈의 전 부인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해진 '에오윈' '미란다 오토'더군요.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모를 '다코다 패닝'은 시끄럽게 소리 빽빽질러대고 버릇없고 히스테릭한, 짜증나는 연기를 보여주네요.

사실 이 영화는 SF나 액션이라기 보다는 그냥 한 편의 '재난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딱 좋을 듯합니다. 지난해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에 이어 미국이 쑥대밭되는 스펙터클을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빠르게 시작되어 숨가쁘게 진행되던 영화는 마지막 몇 분에 순식간에 영화 속 모든 갈등이 해결됩니다. 조금은 허무하지만 과학적으로 납득할 만한 결말이구요. "혹시 이 영화도 비슷한 소재의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같은 미국식 영웅물이려나?"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군요. 시원시원한 볼거리와 유치한 미국식 영웅물이 되지 않은 점, 두 가지만으로도 상당히 괜찮은 영화네요. 별점은 4개입니다.

우리나라 개봉 제목 '우주전쟁'은 정말 너무하는군요. 차라리 StarWars를 '우주전쟁'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2005/07/09 14:36 2005/07/09 1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