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Transformers) - 2007. 7. 8.

'스티븐 스필버그'의 동심과 휴머니즘, 그리고 '마이클 베이'의 영상과 액션이 합체한 영화 '트랜스포머'.

재밌습니다. 정말 재밌습니다. '매트릭스'와 '반지의 제왕' 이후 제가 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가운데 가장 재밌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 전개나 시각효과에서 방심할 틈이 없을 정도 입니다. 특히 차량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순간에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변신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차량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일이 '당연'하게 느껴지더군요.

각각 제작자와 감독으로 참여한 두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의 특기(?)들이 잘 녹아있습니다. 외계에서 온 로봇과 지구 소년의 우정, 그것은 'E.T'를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범블비'가 정부 비밀기관에 잡히는 애처로운 장면에서 특히 그렇더군요. 인간에 가까운 모습과 성격을 보여주는 로봇들의 모습은  'A.I.'의 로봇들과 비슷하구요. 캐릭터의 성격에서 스필버그 감독의 입김이 컸다면, 영화의 영상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차지였습니다.

영화 후반부의 도심에서 벌어지는 추격씬과 액션씬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전작 '아일랜드'을 긴박했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강렬한 태양과 붉은 불길 등 붉은 빛이 두드러지는 화면역시, 가깝게는 '아일랜드'에서 멀게는 '아마겟돈'이나 '더 락'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지구 수호'라는 진부한 주제와 '변신 로봇'이라는 유치할 수 있는 소재를, 전혀 진부하지 않고 전혀 유치하지 않게 그려낸 영화 '트랜스포머'. 이 영화는 단순히 '오락'을 넘어서 대부분의 남성들이 어린 시절 꿈꾸었던 '변신 로봇에 대한 로망'에 향수을 불러일으키고 그 '로망'을 다시 한번 불사르게 합니다. 동심과 로망을 위한 찬가 '트랜스포머', 별점은 4.5개입니다.

어떤 스포일러들

2007/07/14 19:58 2007/07/14 19:58

게이샤의 추억 - 2006.2.3.

어제 '게이샤의 추억'을 보았습니다. 오후 9시 영화였는데도 금요일 밤이기 때문인지 매진되었더군요. '라스트 사무라이'가 일종의 '일본의 남성성(무사도)'에 대한 환상이라면 '게이샤의 추억'은 '일본의 여성성(게이샤)'에 대한 환상이라고 하겠습니다.

중국 배우에, 영어에, 푸른 눈의 게이샤라는 -개봉 전부터 좀 우스꽝스러운 설정이었지만- 영화 시작 후 조금 지나면 오히려 영어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어보다는 영어가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높지 않고, 듣기가 조금 되면 자막과 비교해 보는 맛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일어에 전혀 익숙하지 않을 중국 배우들에게 일어를 주문하는 것은 역시 무리였겠죠. 하지만 영어를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작이 '영어'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번역이 잘 되었다고 원작의 느낌을 살릴 수는 없을 것이고, '늙은 은퇴 게이샤의 영어로 된 회고담' 정도로 생각한다면 별 무리 없을 듯합니다.

영화 13km나 되는 일본 가옥 세트를 지었다고 하고 멋진 의상들도 등장하니 볼거리는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의 풍경은 왠지 무협 영화의 저자거리를 생각나게 하는지...

주인공은 사유리(장쯔이)지만 오히려 마메하(양자경)나 하츠모모(공리)에게 눈이 더 가더군요.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는 장쯔이도 나쁘지 않았지만, 표독스러운 하츠모모를 연기한 공리와 우아함과 너그러움이 느껴지는 마메하를 연기한 양자경이 더 좋았습니다. 양자경은 '특히' 좋더군요. 어린 치요를 연기한 오고 스즈카는 나름대로 장쯔이와 닮은 구석이 있는 듯하여 괜찮았지만 어린 호박을 연기한 조 웨이젠바움은 혼혈로 보이는 외모는 옥의 티였습니다.

영화에서 남자 배우들은 정말 '들러리'에 불과한데, 우리의 '키메이커(랜달 덕 김)'도 등장합니다.

재현이 잘 되었는지 못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발벗고 나서서 전통을 재현하다니 일본의 보이지 않는 힘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우려했던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한다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원작자가 미국인이고 회고의 주인공이 남성들의 '오만의 역사'와는 떨어져 있는 '여성'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배경음악은 특히나 좋았는데 존 윌리암스가 음악 감독이고 요요마가 참여했다는군요. 마지막 대사 '이건 황녀의 추억도 아닌,왕비의 추억도 아닌,게이샤의 추억이다.'의 자막은 좀 아쉬웠습니다. 영어 대사에서는 '게이샤의 추억'이라고 직접 언급하지 않고 '또 다른 종류의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영어 쪽이 뭔가 더 진한 여운을 줍니다.

볼거리만 있지 시시하다는 평도 있지만 화려한 화면 뒤에 가려진 내용을 놓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위를 지나고 새길을 만드는, 물의 기운을 갖고 태어난 '치요', 그녀가 '사유리'로 다시 태어나면서 배운 것은 결국 그녀 희망을 향한 진보가 아닌 것이 아니라 게이샤라는 자신의 운명에 복종해야하는 체념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녀의 갈등과 성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린 치요와 성숙한 사유리가 사모하는 '회장님'은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본명이 아닌 '회장님'으로만 등장하는데 그녀와 회장 사이의 결코 좁힐 수 없는 '거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인을 처음 만나는 게이샤들과 미국인이 만나자마자 영어로 대화한다는 우스꽝스러운 상황만 뺀다면 기대하지 않았던, 상당히 좋은 영화였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6/02/04 17:59 2006/02/04 17:59

아일랜드(the Island) - 2005.7.21.

'친절한 금자씨'의 개봉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묘한 긴장감을 갖고 조조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오늘 개봉한 따끈한 '아일랜드(the Island)'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의 주제를 이야기하자면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여섯번째 날(the 6tht Day)' 등 이야기가 한 없이 길어질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이전에 개봉 전에 공개된 예고편과 각종 매체를 통해,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눈치있는 관객이라면 대략적인 줄거리는 쉽게 간파했을 겁니다.

처음으로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잡고 DreamWorks를 통해 영화를 내놓은 '마이클 베이' 감독은 역시 전작들에 빠지지 않는 스케일의 영화를 보여줍니다. 거기에다 인간복제라는 민감한 소재를 첨가해 겉만 뻔지르르한 영화에서 생각할 거리가 있는 영화를 시도했구요.

이 영화 PPL의 집대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짜증날 정도는 아니지만, 곳곳에 작게 등장하는 로고들(PUMA, Apple, MSN, X-box, Calvin Klein, 그 외 명품들)로 어찌 보면 광고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장면들이 광고에 딱 어울릴만한 것들도 많이 있구요. 제가 찾지 못한 로고들이 있으면 더 알려주세요.

초반의 우주선 내부라고 해도 좋은 미래적인 스타일의 의상과 인테리어는 2000년 부터 시작되었던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들(A.I나 Minority Report)의 맥을 잇는 듯합니다. 하지만 초반을 지나면 역시 마이클 베이 감독다운 아메리칸 스타일의 영화가 됩니다. 그의 전작들, 더 록(the Rock)이나 아마겟돈(Armageddon)에 등장하는 끝없이 펼쳐진 USA표 황무지와 그 한 가운데에 있는 싸구려 바(Bar)와 폭주족들...아마도 카우보이 시절을 그리워하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줍니다. 근미래에도 역시 변함없나 봅니다.

차세대 액션스타 이완 맥그리거, 근육질 스타들에 비해 중량감은 떨어지지만 뛰어난 연기력으로 커버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 때부터 그의 액션 영화 등장에는 조금 의문이 있었지만 이제는 액션스타로서도 손색이 없네요. 스칼렛 요한슨, 영화가 진행될 수록 매력에 빠져들게 되네요. 정말 이쁩니다. 근미래적인 분위기에도 딱 어울리구요. 그리고 위에 언급한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에서도 비중있는 조연이었던 그 사람, 스티브 부세미 역시 비중있는 좀 방탕하지만 양심있는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베이 감독이 엄청 좋아하는 배우인가 봅니다. 아니면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의 삶에 어울리는 배우인가요? 최근 조연으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우리의 보로미르, 션 빈도 역시(?) 악역으로 등장하네요.

아일랜드, 모두가 가길 바라는 신비에 섬. 지금 우리 모두에게도 모두가 바라는 그런 존재가 있지 않을까요? '지금의 삶이 힘들지만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는 희망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좋은 날'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심어놓은 헛된 환상이 아닐까요? 화려한 스케일과 근미래적 스타일을 즐기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5/07/22 00:28 2005/07/22 00:28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 - 2005.7.9.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뭉쳤다는 점만으로도 엄청난 관심을 일으킨 영화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두 사람이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에서 손발을 맞춘 적이 있었지요.

또 국내 영화계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광풍과 한국 영화의 부진 그리고 떠오르는 희망 '친절한 금자씨'때문에 '우주전쟁'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많이 뒷전에 있었구요. 사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가 90년대 만 못해졌고 톰 크루즈의 출연작들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두 사람이 뭉쳤다고 대단한 기대를 한 사람은 극소수였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영화 전개는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볼거리 역시 상당합니다. CG는 ILM이 담당한 만큼 확실하네요. 시원시원한 파괴와 살육의 장면들은 여름용 블록버스터로 손색이 없습니다. 마치 살충 스프레이로 벌레 죽이듯 인간을 학살하는 장면은 매우 흥미진진하더군요.

'허버트 조지 웰스'의 원작은 1897년에 발표되었으니 100년이 넘는 시간차를 두고 영화화가 되었지만 나름대로 외계 침공을 촌스럽지않게 그려내었습니다. 외계인의 식량 혹은 연료와 이상한 배출물들을 보면, 작가 웰스는 아마도 화성의 붉은 색을 보고 영감을 었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톰 크루즈'의 연기는 괜찮았고, 깜짝 등장한 '팀 로빈스'의 이미지는 '미스틱 리버'에 연장선 위에 있는 느낌입니다. 톰 크루즈의 전 부인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해진 '에오윈' '미란다 오토'더군요.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모를 '다코다 패닝'은 시끄럽게 소리 빽빽질러대고 버릇없고 히스테릭한, 짜증나는 연기를 보여주네요.

사실 이 영화는 SF나 액션이라기 보다는 그냥 한 편의 '재난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딱 좋을 듯합니다. 지난해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에 이어 미국이 쑥대밭되는 스펙터클을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빠르게 시작되어 숨가쁘게 진행되던 영화는 마지막 몇 분에 순식간에 영화 속 모든 갈등이 해결됩니다. 조금은 허무하지만 과학적으로 납득할 만한 결말이구요. "혹시 이 영화도 비슷한 소재의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같은 미국식 영웅물이려나?"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군요. 시원시원한 볼거리와 유치한 미국식 영웅물이 되지 않은 점, 두 가지만으로도 상당히 괜찮은 영화네요. 별점은 4개입니다.

우리나라 개봉 제목 '우주전쟁'은 정말 너무하는군요. 차라리 StarWars를 '우주전쟁'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2005/07/09 14:36 2005/07/09 1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