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살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2003/03/26 23:04
2003/03/26 2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