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타루 in 12월 20일 숲의 큐브릭

금토일 삼일 연속 홍대 출동의 마지막이자, 연말 '숲의 큐브릭 출동' 시리즈의 첫번째는 바로 '타루'의 어쿠스틱 라이브 공연 '어쿠스틱 타루'였습니다. 'Swinging Popsicle'과 함께하여 참 좋았던 앨범 발매 공연과 기대에 비해 여러모로 아쉬웠던 예스24 팬미팅으로 롤러코스터같은 모습을 보여준 그녀였기에, 이번 공연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그리고 미니앨범은 일렉트로니카, 1집은 팝락 성향의 앨범으로 어쿠스틱과는 거리가 있는 곡들을 담고 있기에 '어쿠스틱'을 표방한 이 공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죠.

20일 드디어 공개된(?) '어쿠스틱 타루'는, 이제는 타루의 '절친'이라고 할 수 있는 키보드 세션 '오박사(오수경)'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했습니다. 멋진 피아노 연주곡이었는데 범상치 않은 음악적 능력으로 '오박사'라는 별명이 붙은 그녀답게, 자작 탱고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예전에 만들어둔 곡으로 '어쿠스틱 타루'를 위해 갑자기 다시 연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랜만의 연주라 그런지 실수가 있었고, 그녀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타루와 관객들의 양해를 구하고 다시 한 번 연주해서 소원성취하였습니다. 총 두 곡을 들려주었는데 다른 한 곡도 그녀의 자작 탱고곡이어서 그녀의 탱고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본격적인 '어쿠스틱 타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첫곡은 바로 'Kiss Kiss'였고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떄문일 수도 있겠지만, Kiss Kiss는 왠지 마지막 곡이나 앵콜곡 정도로 쓰일 '비장의 카드'같은 느낌이 강한 곡이었는데, 처음부터 꺼내드는 '초강수'를 동원했기 때문이죠. 아무튼 오박사의 감미로운 연주와 함께 듣는 Kiss Kiss는 너무 좋았습니다. 이제는 Kiss Kiss하면 '스위트피'가 불렀던 리메이크 버전 보다도 타루의 부른 버전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요. 이어서 미니앨범 'R.A.I.N.B.O.W'에서 유일하게 어쿠스틱으로 부를 만한 'Yesterday'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하는 타루의 모습은 조금 불안해보였습니다. 최근 열과 두통에 시달리고 있는지, 스스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안스러웠죠. 과연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구요. 두 곡을 깔끔하게 들려준 그녀를 위해 지원군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꼬꼬마스'라는 삼인조 여성 보컬 팀으로 타루 외에 두 명의 여성이 무대 위로 올라왔죠. 타루를 포함한 꼬꼬마스 세 사람과 오박사까지, 무대위에 오른 네 사람 모두, 스웨터나 원피스, 셔츠 등 모두 상의를 빨간 색으로 통일하여 가까이 다가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꼬꼬마스'의 등장은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Altogether alone'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캐롤 'Ashanti'의 'Hey Santa', 타루의 '연애의 방식', Mocca'의 'Sing', 그리고 '카니발'까지 아름다운 세 사람의 화음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벤트성의 프로젝트로만 머물지 않고 '꼬꼬마스'의 정식 앨범이 발매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습니다. 이어 1부의 마지막으로 저렴한(?) 게스트로 꼬꼬마스의 한 명인 '송희란'과 남성 기타리스트 '류석원' 공연을 볼 수 있었스니다. 두 사람의 보컬이 어우러진 'Jason Mraz'의 'Lucky'는 솔로들의 가슴을 후벼팔 기세였으나 감미로운 원곡의 보컬과 비교했을 때 남성 보컬은 아쉬웠습니다. 이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달구는 'Joyful joyful'을 들을 수 있었죠.

오박사와 함께 등장한 2부에서는 지금까지 타루가 쌓아두었던 미발표 자작곡들을 다수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감히 '어쿠스틱 타루'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었죠. 그녀는 먼저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두 곡을 정해주었습니다. 한 곡은 'Dynamic Life(가칭)'로 가사처럼 역동적인 인생을 꿈꾸는 곡이라고 하며, 다른 한 곡은 'Show me your love(가칭)'였습니다. 이어 얼마전에 알게되었다는 첼리스트 '세윤'의 연주와 함께 자작곡 '지금이 아니면'을 들려주었습니다.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이 너무나 잘 어울렸던 곡으로 반드시 다음 앨범에 현악과 함께 실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어 다시 '꼬꼬마스'가 등장하였고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루왁 블루'라는 제목의 고양이에 대한 노래를 들려주었죠. 그런데 너무나 교태로운 코러스는 미성년자 관람가였던 공연의 등급을 순간 '19금'으로 치솟게 하면서 분위기를 달구었습니다. 꼬꼬마스는 꼭 앨범이 나와야합니다. 한 곡을 들려주고 꼬꼬마스는 다시 퇴장하였고, 타루의 마지막 두 곡이 이어졌습니다 'With you'라는 자작곡에 이어, 마지막 곡은 앨범 수록 예정 1순위 '여기서 끝내자'였습니다. 멜로디와 가사, 모든 면에서 완성단계에 이른 이 곡은 정식 앨범 발매 전에, 조금 더 빨리 '디지털 싱글'의 형태로라도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정도로 이 곡은 애절한 느낌이 좋았고, 타루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게하는 곡입니다. 당연히도 앵콜요청이 이어졌고, 타루가 앵콜곡으로 즐겨부르는 '사랑의 찬가'와 또 다른 신곡 'Good night'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대에 오를 때부터 정말 힘들어보이는 그녀였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공연은 마칠 수 있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120%를 모습을 보여주었던 타루의 '어쿠스틱 타루'는 성원에 힘입어 두 번째 공연이 1월 10일에 예정되어있고, 순식간에 매진이 되었네요. 앞으로 보여줄 더욱 진정한 그녀다운 모습,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타루가 기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빨리 앨범을 통해 그녀의 자작곡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지네요. 당당한 그녀, 타루의 행보를 기대해봅니다.

2009/12/29 02:51 2009/12/29 02:51

마이티 코알라, 한음파, 비둘기우유, 데미안 in 12월 19일 클럽 빵

또 오랜만에 빵을 찾았습니다. '빵'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제가 좋아하던 밴드들을 해체, 무기한 활동 중단, 군입대 등으로 볼 수 없어지면서 빵을 찾던 발길이 뜸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고 싶은 라인업이 19일에 잡혀있기에 다녀왔답니다. 이미 알고 있던, 지난 빵공연에서 보았던 두 밴드 '데미안더밴드(데미안)'과 '한음파' 외에도 궁금했었던 밴드 '비둘기우유'가 라인업에 올라와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이티 코알라'라는 처음 보는 이름의 밴드까지 총 4팀이 예정되어 있었지요.

하루 전과 마찬가지로 홍대 앞 골목의 바람은 싸늘했고, 공연 시작전 빵에서 만날 수 있는 음료인 따뜻한 유자차를 마시며 몸을 녹였습니다. 토요일이기 때문인지, 저처럼 라인업이 좋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이날의 빵은 빈자리가 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객이 들어찼습니다.

첫 팀은 네 팀 중 가장 막내라고 할 수 있을 '마이티 코알라'였습니다. 처음보는 이름이라고 했는데, 진짜 밴드의 멤버들은 많아야 20대 중반정도로 어려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더욱 신선했구요. 'Mighty love song'을 시작으로 귀여운 보컬과 흥겨운 멜로디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곡이 3분을 넘지 않아서 상당히 여러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귀여운 모던락을 들려주는 이 밴드의 발견은 이날 빵 공연을 본 최고의 수확이었습니다. 이날 공연의 전 공연은 두 달 전이었고 또 그 전 공연은 1년 전이었다고 하니 이 밴드를 볼 기회가 없을 수 밖에 없었네요. 꾸준히 공연하는 모습, 그리고 이날의 미흡했던 점을 보충하여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지는 팀은 '한음파'였습니다. 빵 공연 한 번과 '벨로주'에서 있었던 어쿠스틱 공연 한 번, 두 번의 공연으로 저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밴드이기에 해가 바뀌기 전에 꼭 한 번 더 보고 싶은 밴드였죠. '한음파'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찾은 빵의 분위기에 부응이라도 하듯, 지난 빵에서 보여주었던 공연보다 뜨거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집의 첫곡인 '초대'를 시작으로 '200만 광년으로부터의 5호 계획'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빵에서 보다도 멤버들의 움직임은 열정적이었죠.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한음파의 매력 포인트는 역시 '마두금'의 존재였습니다. 이날은 친절하게도 마두금의 뜻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허리춤에 마두금을 걸고 켜는 모습이 꼭 기마자세를 닮은 것이, 마두금이라는 악기가 몽고의 악기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켰습니다. 마두금과 함께한 한음파는, '독감'을 시작으로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무중력'이 이어졌습니다. 셋리스트는 지난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더욱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비둘기우유'였습니다. '빵'과 '바다비'의 공연일정에서 이릅으로만 보았고, 1집 발매하였다는 소식을 들을 적만 있는 밴드였죠. '비둘기우유'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만큼 어떤 음악을 들려줄 지 궁금했습니다. 전형적인 4인조 구성된 이 밴드는 홍일점인 여성 멤버를 프런트로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피어싱과 망사스타킹에서는 지금까지 빵 여성뮤지션들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인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보컬보다는 연주가 중심이된 사이키델릭한 음악들이었습니다. 멤버 구성부터 시작해서, 어떤 점에서는 '그림자궁전'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은 '데미안(데미안더밴드)'였습니다. 빵 대표 밴드답게 이 불사나이들은 분위기를 마지막까지 타오르게할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토요일 공연임에도 7시 30분에 시작되었고 앞선 밴드들이 짧지 않은 공연을 보여주어 상당한 시간이 흘러간 때였기에, 데미안이 공연을 시작할 때 즈음에는 몇몇 관객들은 자리를 비웠습니다. 멘트에서 빵에서 공연하는 밴드들 가운데 데미안 멤버들이 유일하게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두 밴드와 같이 공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 빵에서 공연한 역사가 절대 짧지 않은 데미안임을 생각하면 앞선 두 밴드의 연륜(?)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앨범 미수록 곡들 "Funkin' ambrella", "VIntage Dance", "Everybody's every party" 등을 들을 수 있었고 비교적 최신곡 'Floating in Paris"와 "June and july"와 가장 최신곡 "Black out(가제)"까지 이어졌습니다.

역시 'SSAM'을 찾았던 하루 전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추운 날씨였지만, 홍대앞 인디씬의 식지 않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제가 인디음악을 듣던 초창기에 가장 많이 찾아갔던 두 클럽, 많은 밴드들의 요람이 되는 '빵'과 'SSAM'이 많은 사람들이 발길로 더욱 번창했으면 바람입니다. 더불어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들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2009/12/26 16:51 2009/12/26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