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랜만에 빵을 찾았습니다. '빵'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제가 좋아하던 밴드들을 해체, 무기한 활동 중단, 군입대 등으로 볼 수 없어지면서 빵을 찾던 발길이 뜸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고 싶은 라인업이 19일에 잡혀있기에 다녀왔답니다. 이미 알고 있던, 지난 빵공연에서 보았던 두 밴드 '데미안더밴드(데미안)'과 '한음파' 외에도 궁금했었던 밴드 '비둘기우유'가 라인업에 올라와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이티 코알라'라는 처음 보는 이름의 밴드까지 총 4팀이 예정되어 있었지요.

하루 전과 마찬가지로 홍대 앞 골목의 바람은 싸늘했고, 공연 시작전 빵에서 만날 수 있는 음료인 따뜻한 유자차를 마시며 몸을 녹였습니다. 토요일이기 때문인지, 저처럼 라인업이 좋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이날의 빵은 빈자리가 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객이 들어찼습니다.

첫 팀은 네 팀 중 가장 막내라고 할 수 있을 '마이티 코알라'였습니다. 처음보는 이름이라고 했는데, 진짜 밴드의 멤버들은 많아야 20대 중반정도로 어려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더욱 신선했구요. 'Mighty love song'을 시작으로 귀여운 보컬과 흥겨운 멜로디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곡이 3분을 넘지 않아서 상당히 여러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귀여운 모던락을 들려주는 이 밴드의 발견은 이날 빵 공연을 본 최고의 수확이었습니다. 이날 공연의 전 공연은 두 달 전이었고 또 그 전 공연은 1년 전이었다고 하니 이 밴드를 볼 기회가 없을 수 밖에 없었네요. 꾸준히 공연하는 모습, 그리고 이날의 미흡했던 점을 보충하여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지는 팀은 '한음파'였습니다. 빵 공연 한 번과 '벨로주'에서 있었던 어쿠스틱 공연 한 번, 두 번의 공연으로 저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밴드이기에 해가 바뀌기 전에 꼭 한 번 더 보고 싶은 밴드였죠. '한음파'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찾은 빵의 분위기에 부응이라도 하듯, 지난 빵에서 보여주었던 공연보다 뜨거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집의 첫곡인 '초대'를 시작으로 '200만 광년으로부터의 5호 계획'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빵에서 보다도 멤버들의 움직임은 열정적이었죠.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한음파의 매력 포인트는 역시 '마두금'의 존재였습니다. 이날은 친절하게도 마두금의 뜻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허리춤에 마두금을 걸고 켜는 모습이 꼭 기마자세를 닮은 것이, 마두금이라는 악기가 몽고의 악기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켰습니다. 마두금과 함께한 한음파는, '독감'을 시작으로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무중력'이 이어졌습니다. 셋리스트는 지난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더욱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비둘기우유'였습니다. '빵'과 '바다비'의 공연일정에서 이릅으로만 보았고, 1집 발매하였다는 소식을 들을 적만 있는 밴드였죠. '비둘기우유'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만큼 어떤 음악을 들려줄 지 궁금했습니다. 전형적인 4인조 구성된 이 밴드는 홍일점인 여성 멤버를 프런트로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피어싱과 망사스타킹에서는 지금까지 빵 여성뮤지션들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인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보컬보다는 연주가 중심이된 사이키델릭한 음악들이었습니다. 멤버 구성부터 시작해서, 어떤 점에서는 '그림자궁전'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은 '데미안(데미안더밴드)'였습니다. 빵 대표 밴드답게 이 불사나이들은 분위기를 마지막까지 타오르게할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토요일 공연임에도 7시 30분에 시작되었고 앞선 밴드들이 짧지 않은 공연을 보여주어 상당한 시간이 흘러간 때였기에, 데미안이 공연을 시작할 때 즈음에는 몇몇 관객들은 자리를 비웠습니다. 멘트에서 빵에서 공연하는 밴드들 가운데 데미안 멤버들이 유일하게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두 밴드와 같이 공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 빵에서 공연한 역사가 절대 짧지 않은 데미안임을 생각하면 앞선 두 밴드의 연륜(?)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앨범 미수록 곡들 "Funkin' ambrella", "VIntage Dance", "Everybody's every party" 등을 들을 수 있었고 비교적 최신곡 'Floating in Paris"와 "June and july"와 가장 최신곡 "Black out(가제)"까지 이어졌습니다.

역시 'SSAM'을 찾았던 하루 전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추운 날씨였지만, 홍대앞 인디씬의 식지 않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제가 인디음악을 듣던 초창기에 가장 많이 찾아갔던 두 클럽, 많은 밴드들의 요람이 되는 '빵'과 'SSAM'이 많은 사람들이 발길로 더욱 번창했으면 바람입니다. 더불어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들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