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마리'의 약 30세부터 50세 정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좌안'의 2권.
1권에서보다 마리의 남성편력은 약해져서 한 사람만이 등장하고, 마리의 딸 사키는 더 큰 비중으로 다가온다. 늙어가는 마리와 성장하는 사키는 엄마와 딸로서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보여주면서 시대의 변화와 두 사람의 성장과정에서의 차이를 비교하게 한다.
마리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 어린시절에 자살한 오빠 소이치로와 옆집 친구 큐, 그리고 유일한 마리의 남편 하지메가 결국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다고 해야겠다. 역시 큐와 교차되는 부분은 거의 없는 수준인데, 1권에서보다는 큐의 이야기 '우안'을 궁금하게 만든다.
먼길을 돌아서 연인이 아닌 다시 옆집 친구로 재회한 마리와 큐, 서로 많으 다른 인생을 살아왔지만 사실은 많이 닮아 있는 삶을 살아왔음을 짐직하게 만드는 결말은, 강 양쪽의 둔덕을 의미하는 제목의 의미 처럼 끝까지 만날 수는 없겠지만, 언제나 함께 달릴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을 의미하나보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분신들, 마리의 딸 사키와 큐의 아들 아미에게 인생의 과제가 되었다.
성장, 가족, 연애, 그리고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오랜만에 재밌는 에쿠니 가오리의 장편소설이었다. 이제 우안을 읽어야겠다.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에쿠니 가오리 - 좌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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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연못 <3>
소년과 소녀는 점점 가까워졌어.
호수를 두고 서로 반대편에 있는 마을,
그 중간 즈음에서
친구들과의 놀이를 핑계로 자주 만나곤 했어.
몇 번의 계절이 지났을까?
소년의 키는 한 뼘정도 자라났고,
소녀는 조금씩 숙녀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만큼 북쪽 나라는 추워졌고,
또 그 만큼 소년과 소녀사이에서 사랑이 자라났지.
아주아주 추운 겨울날이었어,
북쪽 나라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추위의 겨울이었지.
하지만 아직까지 아이들에게는 좋았어.
호수가 꽁꽁 얼어붙어서 새로운 놀이터가 되었거든.
호수는 완전히 얼어붙었고 눈으로 덮여서
여느 겨울의 얼어붙은 땅과 다름없었어.
소년과 소녀는 호수를 멀리 돌아가지 않고,
얼어붙은 호수를 가로질러서 만날 수 있었지.
긴 긴 겨울의 어느날이 었어.
소년과 소녀, 두 사람의 약속에서
점점 소년이 조금씩 늦게 얼굴을 보인
두 사람의 마지막 겨울의 어느날이 었어.
그 겨울의 다른 날처럼
소년과 소녀는 얼어붙은 호수의 한 가운데에
그 차디찬 추위 속에서도
얼어붙지 않은 작은 연못이 있는,
바로 얼음연못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어.
호수를 두고 서로 반대편에 있는 마을,
그 중간 즈음에서
친구들과의 놀이를 핑계로 자주 만나곤 했어.
몇 번의 계절이 지났을까?
소년의 키는 한 뼘정도 자라났고,
소녀는 조금씩 숙녀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만큼 북쪽 나라는 추워졌고,
또 그 만큼 소년과 소녀사이에서 사랑이 자라났지.
아주아주 추운 겨울날이었어,
북쪽 나라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추위의 겨울이었지.
하지만 아직까지 아이들에게는 좋았어.
호수가 꽁꽁 얼어붙어서 새로운 놀이터가 되었거든.
호수는 완전히 얼어붙었고 눈으로 덮여서
여느 겨울의 얼어붙은 땅과 다름없었어.
소년과 소녀는 호수를 멀리 돌아가지 않고,
얼어붙은 호수를 가로질러서 만날 수 있었지.
긴 긴 겨울의 어느날이 었어.
소년과 소녀, 두 사람의 약속에서
점점 소년이 조금씩 늦게 얼굴을 보인
두 사람의 마지막 겨울의 어느날이 었어.
그 겨울의 다른 날처럼
소년과 소녀는 얼어붙은 호수의 한 가운데에
그 차디찬 추위 속에서도
얼어붙지 않은 작은 연못이 있는,
바로 얼음연못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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