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ker - Skylab



'Stylish Lounge'를 표방하며 지난 5월에 나온 Casker의 두번째 정규 앨범 'Skylab'.

전작 '철갑혹성'의 사운드가 거의 전자음에 의존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두번째 앨범에서는 여성 보컬 '융진'의 참여로 대중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앨범이 되었습니다.

여객기 안내방송을 연상시키는 intro 'airtrip'을 지나 '고양이와 나'가 시작됩니다. 흥겨우면서도 아기자기한 사운드로 가장 대중적인 곡입니다. 잡담이지만 'Clazziquai'의 'Cat Bossa'부터 'W'의 '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 '두번째 달'의 '고양이 효과'까지 '고양이'를 다른 음악들이 상당히 많네요. 뮤지션들에게 고양이란 동물이 상당히 인기가 좋은가봅니다. '미스티 블루'의 '그녀의 고양이'라는 곡들도 있구요.

이국 해안의 작고 조용한 마을을 연상시키는 '7월의 이마네파 소녀'. 여름 해변의 아련한 기억을 노래합니다. 검색해 보니 '이마네파'는 브라질에 있는 멋진 해변이더군요.

잠 못 이루는 밤, 'midnight moment'과 이별을 앞둔, 마지막 열정적 춤의 향연 'tango toy'를 지나, 'fragile days'가 흐릅니다. 햇살이 따사롭고 맑아 걷기 좋지만, 그럴수록 어쩐지 더욱 울먹이게 되는 날이 떠오릅니다. 제목처럼 덧없는, 망쳐지기 쉬운 날이랄까요.

'어느날 pt.1'과 더 뒤어 등장하는 '어느날 pt.2', 멜랑콜리하고 모든 것이 느러지는 날들을 들려줍니다. 분위기 있는 남성의 대사(?) 샘플링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구요. '선인장'은 보컬과 어우러진 흥겹고 강렬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이구요. 'ela (bajo de la luna)' 역시 빠르면서도 흥겨운 곡입니다. 가볍고 단순한 댄스도 매우 잘 어울릴 듯합니다.

Casker의 2집 Skylab, 보컬을 내세운 시도는 이미 휩쓸고 지나간 'Clazziquai'를 벤치마킹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Clazziquai가 멜로디와 보컬의 역량에 상당히 의존하는 쪽에 가깝다면 Casker는 보컬을 악기나 효과음처럼 사용하는 쪽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어느쪽이 더 좋다할 수는 없겠지요. 두 팀다 두 팀만의 방식으로 멋진 곡들을 들려주고 있으니까요.

1집 '철갑혹성'에 비해 저같은 초보자들도 상당히 즐길 만한 2집 'Skylab', 별점은 4개입니다.
2005/09/17 23:06 2005/09/17 23:06

츠지 히토나리 -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내가 읽은,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5번째 책.

'냉정과 열정사이'를 공동 집필한 '에쿠니 가오리'와의 대화를 담은 '황무지에서 사랑하다'는 빼놓고 그의 소설 3편, '냉정과 열정사이 blu', '안녕, 방랑이여', '사랑을 주세요'에서 주인공들의 모습은 어떤 일관된 점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분명히 그 주인공들은 감정적으로 독자들과 매우 가까이 있었다. 역시 츠지 히토나리가 젊은 시절 대필한 편지들과 그에 대한 사연을 담은 이번 작품 역시 그러했다.

수필이라고 해야할까?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이번 작품의 장르를 명확히 구분함은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분명 츠지 히토나리의 젊은 시절 대필의 경험담을 담은 수필이지만, 그가 대필한 편지들은 대필 의뢰인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상상력이 더해져 가공되고 재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뭐, 수필에 더 가깝긴 하다.

10개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말로는 할 수 없는 '편지의 마법'에 조금씩 빠져들게 된다. 연애편지에서부터 유서까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의 문자들...

빠리고 편리한 쪽으로 변해가는 '인스턴트' 시대. 가벼운 방법으로 진실된 마음을 전하기 힘든 사람에게 팬을 들어 편지를 써봄은 어떠할까? 절친한 사람에게 쓰는 짧은 안부의 편지라도 보낸이의 마음의 향기는 받는이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아있지 않을까?

못난 글씨체이지만, 문득 팬을 들어 그리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2005/09/17 13:58 2005/09/17 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