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 달콤한 작은 거짓말

최근에 여러 책을 읽었고 읽고 있지만, 장르소설이 아니면 꾸준히 읽기가 어려워서 읽다가 놓곤해왔다. '에쿠니 가오리'의 '달콤한 작은 거짓말'도 그 놓은 책들 가운데 하나인데, 얼마전 마음을 잡고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하여 마지막 장까지 읽을 수 있었다.

제목부터 왠지 아기자기하게 '달콤한 작은 거짓말'이라고 하여서 부부 사이의 작은 거짓말을 이야기할 줄로 알았는데, 거짓말의 규모가 참 '발칙'하다. '발칙'이라는 단어 선택이 적합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에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발칙'만큼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과거 세대와 비교해보면 미성숙한 어른의 전형 혹은 '키덜트(Kidult)' '루리코'와 '사토시'은 다른 나라 이야기만 같지는 않다.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은 가부장적인 지금의 할아버지/할머니 세대나 황혼 이혼나 외도에 의한 이혼이 많은 아버지/어머니 세대와는 또 다른 세대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모순된 모토(?)로 외도를 합리화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바다 건너 이웃나라의 세태를 풍자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모로 닮아가는 우리나라이기에, '결혼'과 '그에 대한 환상'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혼율은 높아지고 결혼 관계에 대해서도 서구적인 개방성이 퍼지는 상황에서, 확실히 발칙하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에 더 가까이 다가온다. 고전적인 의미의 사랑이 아닌, 사랑과 비슷하면서도 사랑과는 조금 다른 어떤 유대감으로 심리적/정신적 안정을 위해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은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동거와는 조금 다른, 또 다른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2010년에 번역되어 출간되었지만, 원래는 약 10년전인 2004년에 발표된 소설인 점을 생각한다면, 일본 사회는 이미 10년을 앞서 이런 고민을 해왔다는 말이 되기에 그들은 어떤 해답을 찾았을지 궁금하다.

2013/03/20 17:29 2013/03/20 17:29

옥상달빛 단독 공연 '수고했어, 올해도!' in 12월 23일 Lotte Hotel World Crystal Ballroom

작년 12월 23일, 초대로 다녀온 '옥상달빛' 단독 공연 '수고했어, 올해도!' 후기.

콘서트홀이 홍대쪽이 아니고 잠실에 있는 '롯데호텔월드'라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달뮤직' 이벤트 응모에 당첨되었기에 먼 거리지만 다녀왔다. 사실 음반으로만 듣던 '옥상달빛'이기에 공연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오후 6시 시작이었고 약간의 여유를 두고 도착했는데, 공연이 열리는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의 입구 앞은 이미 인파로 북적거렸다. '왜 정식 공연장도 아니고 더구나 거리도 먼 잠실에서 단독 공연을 할까?' 궁금했는데, 입장하기 전에 확인한 좌석 배치도를 보니 알겠다. 대략 1500석 이상의 좌석배치를 보니, 가뜩이나 대목을 노리고 공연이 많이 열리는 연말이라 그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장소는 얼마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대라 그런지 뒤쪽에 가깝게 앉았는데, 앞쪽의 1000석 정도는 유료 관객, 뒤쪽은 무료 초대로 구분되는 듯했다. 아무튼, 인디 밴드의 단독 공연으로는 엄청난 규모임에는 틀림 없었다.

홍보나 무대는 꽤나 신경을 쓴 공연으로 보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무척 아쉬운 공연이었다.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20곡이 되지 않는 곡수로는 단독 공연을 꾸려가기에는 곡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랬다. 2시간이 넘는 공연을 노래로만 채우기에는 부족했는지 두 사람의 이야기(멘트)는 많았다. 라디오 활동을 통해 '옥상달빛'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을 노래로 알게되고 음반으로만 접해왔고 그들의 라이브가 궁금했던 한 사람으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큰 규모에 비해 '들을 것'은 없었다고 할까나?

모델 출신으로 최근에 음반을 발표한 사람이 게스트로 나온다고 하길레, 누구나 기대한 '그녀'가 아닌 홍진경이 나온 점도 그랬다. 라디오 팬들에게는 좋았을 수 있겠지만, 좋은 음악이 듣고 싶었던 나에게는 '완벽한 무리수'였다. 초대로 가서 그나마 위안이었지만, 잠실까지 가는데 든 시간이나 공연의 규모에 비해 내용은 아직 부족했다.  옥상달빛이 한 두 장의 앨범을 더 발표한 다음, 열릴 공연들이나 기대해 봐야겠다.

2013/03/05 16:20 2013/03/05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