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과연 국민의 건강에 진정 관심이 있는 것일까?

오늘 뉴스를 보니 일부 국공립 병원에서 시행해오던 "포괄수가제"를 강제적으로 전국에 모든 병원에 확대 시행한다고 하여 말이 많습니다. '의사협회(의협)'은 일방적인 시행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반대측에서는 의협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괄수가제에 포함되는 질환은 7개 질병군이며, 제왕절개와 충수돌기염 등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의사들을 포함한 의료계는 "정해진 수가 안에서 진료 및 치료를 하려면 '의료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충수돌기염 같이 이미 너무 낮은 수가때문에 수술 자체만으로 병원에서 손해를 보기 쉬운 질환을 포괄수가제로 묶는다면, 병원이 자선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존재하는 민간 병원과 그 병원들의 병상점유율이 80%를 넘는 민간에 의존하는 의료 체계인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제한한다는 자체부터가 말이 안되긴 합니다. 의료비로 악명이 높은 미국도 국공립 비율이 50%가 넘습니다.) '건강보험공단(건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 정부 및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은 이미 선진국에서도 시행하는 것을 너희들이 왜 반대하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수가 자체가 적정하지도 진료 기준이 교과서적이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비교는 "현재 수가를 선진국과 비교하여 GNP 대비 적정한 수가로 올려달라"는 의사들의 주장을 무시하는 모습과는 너무나도 상반됩니다. 교과서대로 진료를 해도 과잉진료라고 삭감을 하고 이미 터무니 없이 낮은 수가를 포괄수가제로 묶는 다는 것은, 진료권 탄압 및 포퓰리즘적인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혹은 의사 그만 두라는 의미일까요?

포괄수가제와는 별도로 '건보'와 '심평원'은 언론사들을 통해 매년 'XX 수술 잘 하는 병원' 등을 발표하고는 합니다. 특정한 수술을 해서 완치하거나 생존율이 높은 병원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수술 잘 하는 병원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잘 못하는 병원에는 삭감을 한다고 합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이 의사와 병원들만 압박하여 의료비 지출을 줄여보겠다는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과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XX 수술 잘하는 병원'에는 맹점이 분명있습니다. 수술을 얼마나 잘하는 지는 '수술 성공한 수'를 '수술 시행한 수'로 나눈 퍼센티지(%)로 평가할 수 밖에 없을 텐데, 여기에는 통계의 약점이 존재합니다. 암을 예로 들면, 같은 이름의 암이라도 하더라도 그 한 종류의 암에는 수 많은 등급과 상태(stage와 grade)가 존재하며, 그 등급과 상태에 따라 수술 성공율과 생존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등급이나 상태라고 하더라도 환자의 연령이나 체력, 기존의 합병된 질환 등에 따라 수무히 많은 변수가 존재하여 그 성공율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 병원이나 의사가 조금은 (나쁜 마음을 먹고) 수술 잘 하는 병원이 되고 싶다면, 암의 등급이나 상태가 좋지않거나, 수술하더하도 환자의 기본 상태가 좋지않아서 수술을 하더라도 그 성공율이 높지 않은 경우는 수술을 하지 않고, 수술 성공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만 골라 수술한다면 성공율은 충분히 조작이 가능합니다. 아예 위험한 경우는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수술 시행한 수'에 포함되지도 않으니까요. 건보나 심평원의 평가 기준으로는 30% 확률로 성공하는 경우들을 열심히 수술해서 40% 성공하는 병원보다, 80% 확률로 성공하는 경우들만 수술해도 70% 밖에 성공하지 못하지는 병원이 (어처구니 없게도) 더 'XX 수술 잘하는 병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XX 수술 잘 하는 병원' 선정이나 '포괄수가제'의 시행 목적은 분명합니다. '국민의 건장 증진'보다는 '건강 보험 지출 억제'에 촛점이 맞춰졌있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공단의 인력 감축이나 '의약분업'때문에 불필요한 과잉 지출을 막을 생각은 없고 언제나 그래왔듯이 가장 손쉬운 '의사와 의료계를 압박'하여 줄이겠다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갈 여지가 있습니다.
'수술 잘 하는 병원'도 그렇지만 '포괄수가제'의 시행으로 질병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수술을 하더라도 합병증이 많이 생길 확률이 높은 환자들은 본이 수술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수술받기 더욱 더 어려운 시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환자를 수술했다가는 수술 잘 하는 병원이 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포괄수가제'로 받는 수가 안에서 치료를 해야되는 상황에서는 괜히 수술을 했다가 합병중이 생기면 병원의 손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질병이란 시시각각 상태가 변합니다. 충수돌기염은 수술하지 않고 놔두면 충수돌기가 터져서 복강 안에 염증이 생기는 복막염이 될 수 있고 복막염으로 환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포괄수가제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아직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또 가정을 해봅시다. 충수돌기염은 포괄수가제의 제한을 받지만 복막염은 그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당연히 환자가 젊고 안전한 경우라면 충수돌기염 수술은 대부분 안전하게 끝날 것입니다. 하지만 환자의 나이가 많고, 많은 나이 때문에 증상 발현이 늦어서 염증이 생긴 충수돌기가 터지기 직전이라면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요? 괜히 위험한 수술을 해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합병증과 골치 아픈 의료 소송을 감수하느니, 최대한 항생제 치료 등 내과치료를 하고 만약 터져서, 전혀 다른 질병인 '복막염'이 될 경우에 수술을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XX 수술 잘 하는 병원'이라는 병원의 명성과 '포괄수가제'를 피해서 병원의 제원적인 면에서 이득이 될 테니까요.
수익에 연연하지 않는 국공립 병원이나 자선사업을 하는 병원이 아니고서야 의학적으로도 성공율이 높지 않거나, 병원을 유지하는데에 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경우라면 과연 위험을 감수할 병원이 있을까요?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가 민간 병원의 운영에 지원을 하기보다는 의료비 지출의 감축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상황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으로서 손해보지 않는 길을 선택한 병원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요? 결국 위험이 높은 환자는 기피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요즈음처럼 의료 소송이 더욱 많이 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안전한 길을 택하게 되겠지요. 과연 건보와 심평원은 국민 건강 증진에 진정 관심이 있는 것일까요?
또 일부 사람들은 포괄수가제의 강제 시행에 민간보험사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포괄수가제로 건강보험의 지출은 감소할 수도 늘어날 수도 있지만, 개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줋어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개인이 부담하는 금액'에서 민간보험사들의 이익과 관련이 있습니다. 개인이 부담이 줄어든다면 이 것은 곧 개인이 건강보험과는 별도로 계약한 보험금(암보험, 실비보험 등등)으으로 운영되는 민간보험사들의 지출이 줄어드는 일이며, 이는 민간보험사들의 이익 증대와 직접적으로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모두 '가정'일 뿐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미 FTA'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광우병 문제'같이 "만약에..."라는 최악의 가정을 염두하고 반대했던 경우처럼, 이 경우에도 최악의 가정을 생각하지 않아야 할까 합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대형병원과 민간보험사를 동시에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에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12/05/29 18:17 2012/05/29 18:17

쑈쑈쑈나른쑈 in 5월 12일 bookcafe IDEE

올해부터는 작년까지보다는 비교적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지만, 직장 때문에 거주지가 지방으로 바뀌면서 수도권에 거주할 때는 말로만 들었던 '지방민(?)의 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홍대 근처 클럽에서 공연을 볼 시간이 있고, 입장료를 지불할 돈도 있지만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공연 자체에 드는 시간과 비용보다 클럽에 가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너무나 커서 볼 수 없는 설움이죠. 보통 한 달에 한 번정도 집에 가기에 그때나 클럽을 찾아볼까하고 있었는데, 현재 거주지에서 서울보다는 비교적 가까운 '대전'에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얼씨구나! 올 봄의 첫 인디공연은 대전에서 보기로 결정하고 재빨리 예매를 하였습니다.

5월 12일, 기다리던 공연날이 찾아왔고 공연은 비교적 늦은 오후 8시 시작이었지만 주말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비교적 일찍 자가 운전으로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날씨도 좋았고, 교통 체증도 없어서 여유롭게 도착하였고, 미리 알아둔 무료 주차장에 안전하게 주차를 하고 '북카페 이데(IDEE)'를 찾아 걸었습니다. 대전을 두 번정도 잠깐 방문한 적이 있지만, 번화가 쪽에는 처음이라서 조금 헤매다가 찾을 수 있었고, 가져간 책과 넷북을 들고 '이데' 근처 공원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데'에 자리잡고 시간을 보낼까 했는데, 밝은 밖에 비해서 책을 읽기에는 조금 어두워 보였기에 근처 조광이 좋은 카페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답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공연 시간이 1시간 반정도로 다가왔고, 이데에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두 사람이 도착해있었습니다. 오늘 공연의 제목은 '쑈쑈쑈나른쑈'로 문화예술 월간지인 '월간 토마토'의 창간 5주년 기념 행사의 하나였습니다. (잡지는 볼 수 없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페이퍼'나 '클럽 빵'에서 볼 수 있었던 '보일라'와 비슷한 성격의 잡지가 아닐까 합니다.) 홍대에서는 카페에서 공연하는 일이 이제는 흔한 일이기에 1층 북카페 안에서 공연을 할 만한 장소가 있나 둘러보았는데, 놀랍게도 공연장소는 바로 그 건물의 옥상이었습니다. (그 건물은 바로 '월간 토마토'의 사옥이었고 북카페 이데는 토마토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이었습니다.)

공연 시작 시간인 8시가 가까워지면서 리서헐하는 동안 밖았던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지만 공연을 보기위해온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뭐, 옥상의 공연 공간이 넓은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대전이고 해서 공연홍보가 덜 되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완전히 어두워진 8시가 되었을 때, 다행히도 자리에 앉은 사람은 20여명 정도로, 넓지 않은 옥상 공연장을 넉넉하게 채우고 있었습니다. 옥상이기 때문에 시끄러운 공연에서는 근처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고 경찰이 찾아오기도 한다는데, 공연 제목인 '쑈쑈쑈나른쑈'처럼 관객을 나른하게 만드는 소규모의 노래가 민원이 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본 때가 언제였는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데(지난 공연 기록을 찾아보니 2010년 1월..헉!) 두 사람이 주는 아우라는 기억 속의 마지막 공연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음반으로는 나오지 않았고,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공개헀던 동요앨범의 곡들(룰루랄라, 개나리 본수, 숲...)을 중심으로 컨셉앨범 '일곱날들'의 수록곡(물고기종, 할머니...)과 정규앨범의 몇 곡들(ladybird, 두꺼비)로 공연을 꾸려나갔습니다. 그리고 언제 발표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 앨범에 수록될 수도 있는 신곡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은 약 1시간20분 가까이 알차게 진행되었지만, 대전 관객들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음악'에 대한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는지 공연이 끝나고도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고, 결국 무려 세 곡의 신청곡을 앵콜로 들려주었습니다.

포근하면서도 조금은 서늘하고 흥겨우면서도 조금은 나른한 '쑈쑈쑈나른쑈'는 아직은 쌀쌀한 봄의 밤을 물들이며 낮잠처럼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민원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주변 주민들에게 소규모의 노래라면 소음이 아니라 흥겨운 자장가(?)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언제 다시 두 사람의 공연을 볼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홍대 클럽에서 만나겠죠? 민홍은 '단편숏컷'이라는 매우 독특한 이름의 프로젝트로 앨범을 준비중이고 그 이름으로 공연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날 공연 전에 '월간 토마토'와 인터뷰도 있었는데 내용은 바로 월간 토마토에 실린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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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03:17 2012/05/29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