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상대성

시간은 누구에게나 객관적으로는 똑같이 흐르지만, 때로는 객관적으로 같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다르게 흐른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여행에서도 그렇다. 마음에 드는 여행지를 가면 주관적인 시간은 빠르게 흐를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느리게 흐를 것이다. 이번에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얼마전 울산과 경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대부분이 고속도로이기는 하지만, 왕복 700km가 넘는 자가 운전 여행으로는 쉽지 않은 경로였다. 인천에서 울산, 남한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여행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중부내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까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여정이었다. 새벽에 출발하여 오랜 운전에 대한 피로감이었을까? 가는 날은 시간의 상대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울산 정자항에 둘러 대게를 사고 경주에서 1박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100km가 넘는 2차선의 고속도로는 규정속도가 110km/h이지만 구간에 따라서는 추월을 위해 120km/h이상까지도 달릴 수 밖에 없었다. 2차선 구간을 지나 4차선 혹은 5차선이나 되는 구간에 들어서면서 시간의 상대성은 그렇게 다가왔다. 2차선을 110km/h로 달리다가 4차선 위를 90~100km/h로 달리고 있을 때, 체감 속도는 4차선 위에서 1.5배에서 2배 가까이 느리게 느껴졌다. 고작 10~20km/h 정도의 차이였고,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늘어났을 뿐인데 내가 느낀 주관적인 시간은 어느 때보다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조금 느리게 흐르는 필름처럼.

고속도로 주행의 지루함일 수도 있겠지만, 당연히 나는 불편한 2차선 보다는 운전하기 편한 4차선을 선호한다. 단순한 시간적인 변화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상대성의 상대성이랄까? 천천히 흐르던 고속도로 위의 풍경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2012/02/08 00:36 2012/02/08 00:36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 불쾌한 앨범 'Yiruma & Piano'

오랜시간 이전 소속사와 법정 공방을 하던 대한민국 대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루마'는 얼마전 법정 공방을 끝내고 새 소속사 소니뮤직과 정식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소속사와 시작과 함께 신곡을 수록한 베스트 앨범 '더 베스트 : 10년의 회상'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를 데뷔앨범부터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도 기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소속사는 그의 새로운 출발에 찬 물을 끼얹는 듯, 그를 순순히 놓아주지 않고 새 소속사의 앨범이 나온지 몇일 지나지 않아 이런 비슷한 성격의 베스트 앨범을 발표하네요. 다분히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이점은 우리나라 음반 시장의 매니지먼트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2005년 가수 '이수영'의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해에 새로운 소속사로 이적하고 7집을 발표했는데, 새 앨범 발표보다 바로 하루 앞서 베스트 앨범을 발표했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그녀의 이전 소속사는 4.5집, 5.5집, 6.5집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사골 우려먹듯 우려먹었고 불과 몇개월 앞서 발매되었던 6.5집이 이미 베스트 앨범 성격의 앨범이었기에 어처구니가 없었죠.

이번 이루마의 베스트도 그렇습니다. 2010년 4월 이미 이루마의 이전 소속사는 그의 기존 정규앨범을 6 CD짜리 박스세트로 발매한 (기존 팬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경력이 있기에, 이 베스트 앨범은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이루마 팬들의 주머니를 끌어오기 위한 한 수였는지, 박스세트에 수록되지 않아 아쉬웠던 두 번째 디지털 싱글이 수록되어있는 점이 유일한 소장가치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팬이라면 이 앨범보다는 새로운 소속사와 함께한 앨범을 우선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 불쾌한 앨범보다는 말이죠.(저는 그의 이름을 달고 나온 앨범을 한정판/초판 한 세트와 일반판 한 세트 모두 소장하고 있습니다. 작년 박스세트까지 앨범당 3장을 갖고 있네요.)

이루마의 팬으로서, 음반 시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음반 수집인으로서 이 앨범에 다시 분노합니다.

2011/11/23 21:55 2011/11/23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