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 2004.9.24


'연인'을 극장에서 관람할 분이라면 읽는 것을 참아주시길...

내용은 버리고 아름다운 영상만 구경하실 분이라면 괜찮지만..^^;;;



오랜만에 역근처의 XXX9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또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는 중국 무협 영화다.

이 영화의 감독인 장예모 감독의 전작 '영웅'에서

심히 실망을 한 경험이 있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보았다.



'영웅'은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하품하면서 본 영화였다.

영웅은 너무나도 화려한 색채를 제외하면 그 다지 볼 거리가 없는 영화였다.

격투 장면은 아름답기는 하였지만

아직 동양에 신비감을 갖고있는 코쟁이들에게나 통하지

무협영화는 줄줄 꽤고 있을 많은 한국인에게는 소문난 집에 먹을 것없는 격이었다.

오히려 최근에는 '매트릭스' 시리즈가 오히려 더 무협영화 답다고 생각될 정도니...



'연인'도 역시 화려한 색채가 눈을 자극한다.

시선을 자극하는 쪽빛과 녹색의 옷, 노랑과 빨강의 단풍, 하얗고 노란 수풀의 들, 껍질이 벗겨진 듯해 하얀 나무들이 가득한 숲, 연두빛의 대나무 숲, 그리고 설원의 풍경까지...

눈치빠른 관객들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 할만한 반전들이 숨어있지다

(장쯔이가 장님이 아니었다던지, 유덕화가 비도문의 첩자였더던지...)

매트릭스의 bullet time과 slow motion은 화려한 색채에 겯들여져

자칫 뻔할 수 있었던, 이젠 아무에 가까운, 격투 씬을 멋지게한다.

요즘 액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 혹은 '레골라스'를 향한 '오마주'라 보여지는 화살 씬은 금성무에 의해 재현된다.

(역시나 여성 관람객들은 화살 씬에서 탄성을..^^;;)



의외의 부분이지만 이 영화의 특징이라 하자면

보통 무협 영화에서 엑스트라로 등장해 주인공 등에게 단검에 도륙당하는 '잡졸'들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다.

주제에 대나무를 타고 다니면서 추격을 하지않나 수많은 대나무 미사일을 쏘아대지않나...

정예라지만 고수에게는 잡졸이나 다름없는 황군정예들이 그렇게나 무예가 출중하다니...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잡졸은 원래 무림인이었는데 부귀영화와 주색에 홀려 관군에 들어간 것이라고...



어이없게도 대나무 창 공격으로 장쯔이와 금성무를 다 잡아놓고 고작 검으로 하는 일이

대나무를 잘라 다시 대나무 창을 만드는 일이라니...정말 코웃음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죽어서 불쌍하다고 생각할 때쯤 분위기 깨며 자꾸 다시 살아나는 장쯔이,

마지막에 무공은 모두 엿바꾸어 먹은 듯 무협 영화 답지않게 무조건 치고받는 금성무와 유덕화...



몇몇 관객 뒤통수치는 결정적 장면들이 있긴하지만

장예모 감독이 이 영화를 무협 영화에 질린 아시아권을 겨냥해 만든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시장에서 재미를 좀 본 장예모 감독이 이번에도 서양인들의 '동양 신비주의'를 노린 영화가 아닐런지..



이소룡은 죽었다, 성룡은 지쳤다, 이연걸은 약하다...모 영화의 카피처럼 무협은 이제 한물갔다.



역시나 화려했던 색채와 그나마 괜찮았던 액션 덕에 별은 3.5개 정도?...
2004/09/25 22:02 2004/09/25 22:02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노래 제목 중에 이런 제목이 있다.
'첫사랑은 죽었다.'
매우 짧은 문구(文句)지만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만감이 교차하게 만들 문구일지도 모르겠다.

영화관에서 한 영화를 홍보하는 엽서를 보았다.

초록빛 하늘과 그 아래 펼쳐진 황량한 사막위에 기대고 선 두 남녀...
엽서 한 장만으로도 영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울컥들었다.
인터넷으로 예고편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시바사키 코우'도 나온단다.
영화 개봉까지 기다릴 수 없어 원작이 된 소설을 보기로 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 책은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죽은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연애 소설답게 독창적인 내용이 있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중학교 2학년때 같은 반의 학급임원으로 친하게 지내다가
고등학생이 되어 같은 고교로 진학하고 또 같은 반이되어
연인이 된 두 남녀와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은 정직하게도 많은 복선을 깔아주고 있다.
남자 주인공 '사쿠타로'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뽑히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보낸 여주인공 '아키'에 관한 사연,
사쿠타로의 할아버지와 그의 첫사랑과 유골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호주와 원주민 에보리니지에 관한 대화들...

소설은 결국 가장 현실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죽은 자는 죽은 것이고, 어쨌든 남겨진 자는 또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이 죽은 사람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
그 것이 죽은 자가 영원히 사는 길이 아닐까?

소설은 예고편으로 봐서는 영화와는 상당히 많이 다른 듯하다.
일본에서 350만부나 팔렸다는 원작 소설의
일부 설정과 대략적인 줄거리만 빌려오고 많은 부분을 더 극적으로 각색했나보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12월에 발간되었는데
이번 영화 개봉과 함께 이제서야 소설도 뜨기 시작한 듯...

난 중,고등학교 시절에 뭘했나 생각해본다.
생각할 수록 별 생각없이 지낸 듯하여 참으로 후회막심하다..랄까?
그 좋은 시절에 저렇게 멋진 사랑을 못 해보다니...후후...



지리적 가까운 일본의 이야기이지만 가까우면서도 먼 이야기이다.

수학여행을 호주로 간다거나, 고등학생들의 성(性)에 관한 이야기들

적어도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에 나와 내 친구들은 꿈도 못 꾸던 것들...



영화에 매우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영화 재미를 반감할까하는 걱정없이 읽을 수 있겠다.

책두께에 비해 읽는 진도도 빨라서 쉽게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2004/09/23 22:09 2004/09/23 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