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을 극장에서 관람할 분이라면 읽는 것을 참아주시길...

내용은 버리고 아름다운 영상만 구경하실 분이라면 괜찮지만..^^;;;



오랜만에 역근처의 XXX9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또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는 중국 무협 영화다.

이 영화의 감독인 장예모 감독의 전작 '영웅'에서

심히 실망을 한 경험이 있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보았다.



'영웅'은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하품하면서 본 영화였다.

영웅은 너무나도 화려한 색채를 제외하면 그 다지 볼 거리가 없는 영화였다.

격투 장면은 아름답기는 하였지만

아직 동양에 신비감을 갖고있는 코쟁이들에게나 통하지

무협영화는 줄줄 꽤고 있을 많은 한국인에게는 소문난 집에 먹을 것없는 격이었다.

오히려 최근에는 '매트릭스' 시리즈가 오히려 더 무협영화 답다고 생각될 정도니...



'연인'도 역시 화려한 색채가 눈을 자극한다.

시선을 자극하는 쪽빛과 녹색의 옷, 노랑과 빨강의 단풍, 하얗고 노란 수풀의 들, 껍질이 벗겨진 듯해 하얀 나무들이 가득한 숲, 연두빛의 대나무 숲, 그리고 설원의 풍경까지...

눈치빠른 관객들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 할만한 반전들이 숨어있지다

(장쯔이가 장님이 아니었다던지, 유덕화가 비도문의 첩자였더던지...)

매트릭스의 bullet time과 slow motion은 화려한 색채에 겯들여져

자칫 뻔할 수 있었던, 이젠 아무에 가까운, 격투 씬을 멋지게한다.

요즘 액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 혹은 '레골라스'를 향한 '오마주'라 보여지는 화살 씬은 금성무에 의해 재현된다.

(역시나 여성 관람객들은 화살 씬에서 탄성을..^^;;)



의외의 부분이지만 이 영화의 특징이라 하자면

보통 무협 영화에서 엑스트라로 등장해 주인공 등에게 단검에 도륙당하는 '잡졸'들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다.

주제에 대나무를 타고 다니면서 추격을 하지않나 수많은 대나무 미사일을 쏘아대지않나...

정예라지만 고수에게는 잡졸이나 다름없는 황군정예들이 그렇게나 무예가 출중하다니...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잡졸은 원래 무림인이었는데 부귀영화와 주색에 홀려 관군에 들어간 것이라고...



어이없게도 대나무 창 공격으로 장쯔이와 금성무를 다 잡아놓고 고작 검으로 하는 일이

대나무를 잘라 다시 대나무 창을 만드는 일이라니...정말 코웃음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죽어서 불쌍하다고 생각할 때쯤 분위기 깨며 자꾸 다시 살아나는 장쯔이,

마지막에 무공은 모두 엿바꾸어 먹은 듯 무협 영화 답지않게 무조건 치고받는 금성무와 유덕화...



몇몇 관객 뒤통수치는 결정적 장면들이 있긴하지만

장예모 감독이 이 영화를 무협 영화에 질린 아시아권을 겨냥해 만든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시장에서 재미를 좀 본 장예모 감독이 이번에도 서양인들의 '동양 신비주의'를 노린 영화가 아닐런지..



이소룡은 죽었다, 성룡은 지쳤다, 이연걸은 약하다...모 영화의 카피처럼 무협은 이제 한물갔다.



역시나 화려했던 색채와 그나마 괜찮았던 액션 덕에 별은 3.5개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