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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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뮤직'의 'the Greatest Album of All Time Series'로 정식 발매된, 여성 듀오 'Azure Ray'의 마지막 정규 앨범 'Hold on Love'.

'Azure Ray'의 약력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CD에 포함된 속지나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 잘 소개가 되어있으니까요. 2001년 첫 앨범을 발표하고 2004년 세 번째 앨범을 끝으로 해체한 Azure Ray는 전부터 일부 매니아들 사이에서 좋다는 입소문이 있었지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해외 드라마에 이들의 노래가 수록되면서 한국에서는 좀 더 대중에게 알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려는 앨범 Hold on Love는 이들 음악의 정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앨범이 전체적인 느낌은 '기쁨과 슬픔의 잔상들'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형체들처럼, 기쁨과 슬픔의 감정들을 아스라이 노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느낌은 네 번째 트랙 'Look to Me'에서부터 확연히 느껴집니다. 슬픔이 지나치면 차마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것처럼, 처절하게 슬픈 마지막 장면같은 가사와 구슬프게 울리는 목소리는 마음에 담아둘 수 없는 감정을 일으키고, 그 감정을 잡으려고 하면 연기처럼 흩어져버립니다.

이어지는 'The Drinks We Drank Last Night'은 딱히 형용하기 어려운, 하지만 익숙한 소소하고 쓸쓸한 감정들을 노래합니다. 가사에 나오는 파도, 먼지, 바람처럼 익숙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들처럼 흐르는 감정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잔잔히 흐르는 바다처럼 잔잔한 연주가 인상적인 'Across the Ocean'은 시간이 지나서 색이 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진 기억의 끝자락을 노래합니다. 희미한 기억의 끝자락 역시, 가장 빛나던 시절의 그림자처럼 남아서 존재하지만 결코 소유할 수 없습니다.

'If You Fall'은 이 앨범 수록곡들 중 가장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기쁜 가사에도 그녀들의 목소리는 마냥 환하지만은 않습니다. 조금은 지친 기색이 느껴지고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할까요? 제목처럼 가정법으로 진행하는 가사는 그 기쁨이 '현실이 아닌 가정'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기쁨의 감정이 마음 속에 딱 담아두기만은 힘든 것이 아닐까요? 다가올 수도 있는, 혹은 그냥 눈 앞에서 지나갈 수도 있는 기쁨의 잔상처럼요.

'의심의 바다'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Sea of Doubts'은 서정성이 빛나는 트랙입니다. 그 바다를 가로지르는 진취적인 항해를 연상케하는 피아노와 현악은 보컬이 없다면 멋진 뉴에이지 트랙이 될 법하고, 이 곡의 서정성의 튼튼한 받침이 됩니다. 그 바다 위에서 떠오르는 태양, 바로 '그대'만이 이 의심의 바다를 해쳐나갈 수 있는 희망이겠죠.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수평선 끝까지 아무리 나아가도 결국 그 태양에 닿을 수는 없을지라도.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소개한 앨범 'Hold on Love'의 네 번째부터 여덟 번째까지, 다섯 개의 트랙들이 바로 이 앨범을 빛나게하는 곡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기쁨과 슬픔의 잔상들'을 노래하는 트랙들이구요. 그런 형용하기 힘든 감정들에서 더 공감이 생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에서도 한 가지 기분만으로 딱 형용할 수 있는 순간보다는 그렇지 않은 순간들이 더 많으니까요. 울다가 웃다가 혹은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모를 삶의 순간들, 그렇게 손에 잡히지 않는 감정들과 함께 Azure Ray의 음악을 가슴 깊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2010/09/19 22:42 2010/09/1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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