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에 발매되었으니, 벌써 나온지 4년째가 되어가는 앨범의 리뷰를 이제야 써봅니다.

지금의 이루마를 한국 최고의 뉴에이지 스타로 만든 앨범이자, 이루마 discography 최고의 앨범 'First Love'의 Repackage가 지난 5월 기존의 15곡에 3곡을 추가하여 발매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2002년 즈음에 First Love를 구입하였기에 이번 repackage는 넘어갈까 했지만, 이미 이루마의 국내 발매 앨범은 모두 소장하고 있고 이루마 앨범의 초판은 디지팩 같은 특별한 케이스로 되어있고 초판 소장에 대한 혜택(?)이 있기에 결국 repackage도 장만했습니다.

명작(名作)이라고 불러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앨범 'First Love'에는 주옥같은 곡들이 실려있습니다. 그만큼 이루마의 앨범들 가운데서도 가장 꾸준히 또 많이 팔리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저는 너무 많이 들어서 첫소절만 들으면 뒤의 흐름이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질 정도랍니다.

첫곡 'I'는 기존의 piano solo version과 cello로 함께한 version(I...)에 현악 4중주와 함께한 string version이 repackage로 발매되면서 추가되어 총 3곡이 실려있습니다. piano solo가 계속 잔잔히 진행되는 반면 string version에서는 감정의 격정이 느껴집니다.

'May Be', '5월이 오면'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나요? 두 단어를 붙여서 읽으면 'maybe', '어쩌면'이 됩니다. 예전부터 중의적 표현을 노린 것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해 왔던 곡입니다. 제목처럼 오월의 분위기를 이루마식으로 표현한 곡입니다.

'Love Me', 모 아이스크림 전문 브랜드의 아이스크림 이름이기도 합니다. booklet을 보면 역시 아이스크림에서 착안한 제목이라네요. 제목만큼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First Love의 이미지를 잘 담고 있는 곡입니다. 제가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구요.

'River Flows In You', 제목처럼 듣고 있으면 마음 한 가운데를 유유히 흘러가는 강이 느껴집니다. 그 강은 맑고 깨끗하네요.

'It's Your Day', 앨범에서 경쾌하게 흘러가는 곡입니다. '오늘의 당신의 날, 즐거운 하루 되기를', 이런 느낌입니다.

'When The Love Falls', 드라마 '겨울연가' 배경음악으로 더 유명한 곡이죠. '사랑이 저물 때'라는 제목만큼 쓸쓸함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프랑스 원곡을 피아노 연주에 맞게 편곡한 곡이랍니다. 추가 수록된 string version, 지난해 드라마 콘서트 투어에서 현악 4중주와 함께 했던 연주가 반응이 좋아 레코딩으로 옮겼나 봅니다. 추가 3곡 모두 콘서트에서 현악 4중주와 함께 했었죠. 격정이 더해지면서 쓸쓸함이 더 강하게 느껴지네요.

'Time Forgets...', 잊고 잊혀진다는 것, 바람에 흔들리다 결국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의 궤적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Till I Find You', 제목처럼 만남, 그 전의 기다림의 시간을 표현한 곡이라고 할까요? 햇살 좋은 가을날 고즈넉한 길을 걷는 분위기의 곡입니다.

추가 수록곡 'Kiss the Rain'의 string version, 원래 이루마의 3집 'From The Yellow Room'에 수록된 곡으로 드라마 '여름향기'에서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됐었죠. 곡으로만 따지만 아마 Kiss the Rain이 이루마의 최고 인기곡이라고 생각되네요. piano solo 곡도 좋지만 지난해 투어에서 여러번 들었던 터라, string version이 더 좋네요. 현악 4중주가 어우러져 애절함이 더 하네요.

모든 곡을 소개하지 못했지만, 소개에 빠진 곡들도 상당히 들을 만한, 대단한 짜임새를 갖춘 앨범입니다. 뒤에 나온 앨범들보다 화려함을 떨어지지만 아기자기 하고 소박한, 이루마만의 매력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구요. 제가 들어본 뉴에이지 앨범 중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추가로, 이번 repackage는 디지팩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전판이 일반 CD 케이스에 담겨있던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깔끔하고 괜찮네요. 전판을 소장하지 않은 분들은 물론이고 소장하고 있더라도 string version으로 수록된 추가 3곡만으로도 소장가치는 충분해 보이네요. 물론 기획사 Stomp Music도 그 점을 노렸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