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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이야기'와 짝을 이루는 앨범 '고양이 이야기'.

한정판의 경우 '강아지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파우치에 담겨있고 크기도 같습니다. 다른 점은 파우치의 털 색깔정도구요. '강아지 이야기'가 회갈색이라면 '고양이 이야기'는 흰색이죠. 참여 뮤지션들 또한 '강아지 이야기'에 뒤지지 않게 화려합니다.

고양이는 '흔히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 '영물(靈物)',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 등으로 묘사되며 강아지와는 매우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동물입니다. '고양이 이야기'의 수록곡들도 그런 고양이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 살펴보도록 하죠.

앨범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장세용'의 '나의 고양이'는 경쾌한 분위기의 팝입니다. 어찌 들으면 '좋은사람'같은 '토이' 분위기의 노래같습니다. '장세용'이라는 뮤지션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그의 보컬에서는 '토이'의 객원보컬 '김형중'의 느낌도 있구요. 너무나 밝은 분위기는 '강아지'에게 더 잘 어울릴 법도 합니다.

두 번째, 두 번째 앨범이 기대되는 '소히'의 '미안해'는 이 여성 뮤지션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합니다. 남미 음악을 들려주는 '소히'다운 멜로디 위로 흐르는 담담하면서도 정이 담긴 목소리가 매력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고양이를 가두어 기르는 미안한 고뇌가 절실히 느껴집니다. '고양이를 기르는 일'은 '사람을 사귀는 일'과 비슷하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소히'의 물음에 대답하는 고양이는 왠지 상당히 담담하고 도도할 것만 같습니다.

세 번째, '캐스커'의 '고양이와 나 pt.2'는 '캐스커'의 2집에 수록되었던 '고양이와 나'의 후속곡입니다. '캐스커'의 앨범과 다른 뮤지션들의 피쳐링으로 매혹적인 목소리 들려주던 '융진'의 보컬은 도입부를 지나면 귀를 의심할 만한 '청순함'으로 변합니다. '캐스커'다운 무게감있는 비트는 여전합니다. 가사 속의 고양이와의 교감은 일본 영화 'All about my dog'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하네요.

네 번째, 오랜만에 찾아오는 '스웨터'의 '날아라 멀리 뛰어라, 그게 내 이름'은 고양이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보컬 이아립의 목소리는 역시 매력적이고 하늘을 향해 끊임없이 뛰어오르는 호기심 많은 어린 고양이의 순수함을 노래합니다.

다섯 번째, '델리 스파이스'의 리더로 더 유명한 '스위트피'의 '한 여름밤의 꿈'은 경쾌한 락입니다. 경쾌한 느낌은 '스위트피'보다는 '델리 스파이스'에 가깝게 들리네요.

여섯 번째, '나루'의 '연극'은 빠르고 힘차게 흘러가는 곡입니다. 도도한 외모와는 달리 슬픔을 간직한 고양이를 노래하는 것일까요?

일곱 번째,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Hello stranger'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지린'과 '시나에'의 주고받는 가사는 길 잃은 혹은 집 나온, 일명 '도둑 고양이'들의 사랑이야기네요. 나긋나긋 고양이를 표현하기에는 두 사람의 가창력이 좀 아쉽습니다.

여덟 번째, '아워멜츠'의 '지혜의 주말' 은 째즈풍의 곡입니다. 이국의 도시에서 고양이와 함께한 한가로운 주말의 느낌입니다.

아홉 번째, 'espionne'의 'chatte nattie'는 조금이라도 쉴 틈없이 너무나 분주한 고양이같은 느낌의 연주곡입니다. 듣고 있다보면 어쩐지, 쫓고 쫓기는 톰과 제리의 추격전이 연상됩니다.

열 번째, '강아지 이야기'에 참여한 '페퍼톤스'의 곡에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뎁'의 'Cat's Advice'는 '페퍼톤스'에서 들려줬던 그녀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곡입니다. 어느 화려한 뮤지컬의 한 장면에 나올 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한 번째, '쟈보 아일랜드'의 'It's a trick'은 왠지 익숙한 느낌의 흥겨운 곡입니다. 익숙한 느낌은 바로 보컬의 목소리나 곡에서 왠지 '마이 앤트 메리'의 느낌이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가사가 참 재미있는데, 다른 곡에서 언급했던, 바로 유명한 숙적 '톰과 제리'에서 톰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톰은 제리를 맛있게 요리(?)할 수 있을까요?

열두 번째, '네스티요나'의 '묘아'는 의외의 곡이라고 하겠습니다. '네스티요나'가 이런 분위기의 컴필레이션에 참여한 점은 의외이고, 이런 어두운 분위기의 곡을 담기로 한 음반 제작사의 결정도 의외입니다. 다른 어떤 곡들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마치 태양계에서 추방당한 '명왕성'같은 곡입니다. 하지만 곡 자체는 좋아서 '네스티요나'다운 어둡고 처절한 느낌으로 올해 발매된 '네스티요나'의 1집에 실리지 못한 곡이라고 해도 믿길 정돕니다.

열세 번째, '세렝게티'의 'Sabina'는 나른한 분위기의 곡입니다. 주인의 무릎 위에서 몽롱한 낮잠을 자는 고양이는 좋은 꿈을 꾸나봅니다.

마지막은 너무나 반가운 '토이'의 '즐거운 하루'입니다. 오랜만에 듣는 '유희열'의 목소리는 반갑지만, 사실 이 곡이 왜 '고양이 이야기'에 수록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희열의 수필집 '익숙한 그집앞'에 수록된 '옆모습'의 후속곡 같은 느낌입니다. '옆모습'때보다는 조금 밝아진, 시간으로 치유된 모습입니다.

'강아지 이야기'가 남성 뮤지션들의 압도적인 강세였다면, '고양이 이야기'에서는 여성 뮤지션들의 약진이 돋보입니다. '소히', '스웨터', '뎁'은 새 앨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고 '캐스커'와 '네스티요나'는 기존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무색하지 않게합니다. 개인적으로 여성 보컬을 상당히 좋아하긴 하지만 남성 보컬 곡들이 존재감이 강하지 않은 점도 이런 성향에 한 몫하고 있습니다.

'강아지 이야기'가 컴필레이션답게 다양하면서도 한 앨범으로서의 응집력이 강하다면, '고양이 이야기'에서는 한 컨셉을 갖는 컴필레이션이라고 하기에는 응집력이 약합니다. 이런 대조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성향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들개들은 큰 규모의 집단 생활을 모여주지만 도둑 고양이들은 큰 무리를 이루지 않는 성향처럼요.

약한 응집력에도 불구하고 앨범을 구입하게 할 만한 강력 추천 트랙은 '강아지 이야기'보다 확실하고 많습니다. 물론 여성 뮤지션들의 활약이고, 이 점은 이 앨범이 대중에게 어필하기에 '강아지 이야기'비해 강점이 되겠습니다. 약한 응집력을 강한 인상으로 상쇄한 '고양이 이야기' 별점은 3.5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