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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블루(Misty Blue) -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2005년에 발표된 앨범들 가운데 기억해야할 앨범,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여성 보컬을 앞세운 3인조의 전형적인 '한국형 모던락 밴드 구성'을 갖춘 '미스티 블루'는 2005년 6월 데뷔 앨범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를 통해 조용히 등장합니다. 2005년은 이 밴드의 소속 레이블인 '파스텔뮤직'이 다른 레이블 소속 뮤지션의 영입과 새로운 뮤지션의 발굴로 인디씬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보여준 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5년에 '카바레사운드' 소속이었던 '푸른새벽'이 파스텔뮤직을 통해 앨범을 발표했고, 기존 파스텔뮤직 소속이거나 새로 영입된 '허밍어반스테레오', '올드피쉬', '티어라이너', '불싸조', '해파리소년', 'Love & Pop' 등 거의 한 달에 한 장 꼴로 수 많은 밴드들의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파스텔뮤직의 행보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을 영입한 이듬해 초까지 이어집니다.
양질의 앨범을 꾸준히 발매하는 '파스텔뮤직'이 인디씬의 '악의 축'으로 떠오른 시기에, '미스티 블루'의 등장은 그야말로 조용했습니다. 같은 레이블 소속으로, 이미 인기밴드 반열에 오른 '푸른새벽'이나 떠오르는 신예 '허밍어반스테레오'가 더 많은 주목을 끌었고, 조만간 파스텔뮤직이 영입할 '소규모아카시아밴드'도 대단했구요. 하지만 '지나친 확장'으로 레이블만의 색을 잃어가는 듯한 파스텔뮤직에게 '미스티 블루'의 데뷔 앨범은 '파스텔뮤직다움'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였습니다. '파스텔뮤직다움'을 확실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겠지만, '쓸쓸함, 그리움, 설렘의 감정을 진하지 않은 파스텔톤으로 표현한 소녀적 감수성'정도가 되지 않을까합니다.
컴퓨터나 MP3는 생각할 수도 없었고 라디오가 음악생활의 주요 수단이었던 시절을 추억하는 'Radio Days', 초컬릿을 건네는 순간의 설렘을 회상하는 '초컬릿'에서 그런 소녀적이고 그리운 감정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피아노와 드럼의 째즈풍 연주와 함께하는 'cherry'에서는 슬픔이 묻어나지만, 화자의 목소리에서 들을 수 있는 그 슬픔은 애절함이기보다는 아련함입니다.
이어지는 'Daisy'는 '화요일의 실루엣', '위로' 등과 함께 이 앨범에서 손에 꼽을 트랙으로 '미스티 블루'다운 매력이 물씬 풍기는 곡입니다. 쓸쓸함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분홍과 하늘빛의 감정들, 바로 미스티 블루의 색이 아닐까요? 나른하고 조금은 무덤덤한 고양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그녀의 고양이'는 가사를 통해 또 목소리를 통해 보컬 '은수'의 표현 방식을 확고히 합니다.
미스티 블루의 곡들에는 계절이나 시간 감각이 명확한 편인데, 앞선 'Daisy'처럼 이어지는 세 곡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봄의 시작에서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Spring Fever'에서는 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듬해 발매된 EP에 수록된 '날씨맑음'과 괘를 같이 하고, 미스티 블루로서는 흔하지 않은 발랄한 느낌의 '일요일 오디오'에서는 어느 여름 일요일의 설렘이 느껴집니다. 베스트 트랙 중 하나인 '화요일의 실루엣'에서 그 감각은 앞선 두 곡에 비해 명확하진 않지만, 어느 쓸쓸한 가을의 오후일 듯하네요. 낭송하는 듯한, 연기처럼 사라지는 듯한 화법에서 보컬의 매력이 듬뿍 느껴집니다. 감정의 덧없음을 표현한 가사도 일품이구요.
희망차고 경쾌한 '마음을 기울이면'은 수록곡들 가운데 가장 귀를 사로잡은 트랙으로 밝은 보컬과 마음에 속삭이는 듯한 코러스의 교차가 인상적입니다. '거품'은 하루에도 수도 없이 마음 속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과 그로 인한 괴로움을, '8월의 8시 하늘은 불꽃놀이 중'에서는 사춘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일 법한 모습을 미스티 블루만의 팝적 감수성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푸른 그림자'는 '화요일의 실루엣'만큼이나 쓸쓸함의 그림자가 짙은 곡으로, 제목이나 가사의 '회색 빛 날개'처럼 '미스티 블루식 화법'의 특징 중 하나인 회화적 화법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트랙인 '위로'는 대미를 장식하는, 가사와 연주에서 완벽하게 '미스티 블루다운' 곡입니다. '슬퍼도 슬픈게 아냐, 기뻐도 기쁜게 아냐, 울어도 우는게 아냐, 웃어도 웃는게 아냐'라는 후렴구는 그야말로 미스티 블루의 감수성과 화법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가사입니다. 그런 알 수 없는 감정이 사춘기 소녀의 감성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소녀다움이 '파스텔뮤직의 색'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살펴본 미스티 블루의 감수성을 '파스텔뮤직 감수성'의 '중심이자 표준'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그 감수성은 풋풋하면서도 오묘한 소녀의 감수성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또 미스티 블루가 이 앨범을 통해 들려주는 노래들은 '농도 100%의 팝'이라고 하겠습니다.
2005년 6월에 발매되어, 처음 손에 들었을 때는 내용물인 수록곡들보다는 이쁜 일러스트가 담긴 디지팩이 더 끌리는 앨범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알 수 없는 은근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고 이제서야 리뷰를 작성합니다. 2006년에 EP를 발표한 뒤 긴 휴식기에 들어간 뒤,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하여 간간히 근황을 알리고 있습니다. 해가 바뀌고 꽃피는 봄이 오면, 반가운 앨범 소식을 들고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농도 100%의 팝,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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