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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스(Loro's) - Scent of Orchid
온라인을 통해 발매가 시작된 제 8회'쌈지사운드페스티벌'의 '숨은고수', '로로스(Loro's)'의 single 'Scent of Orchid'. '데미안' 1집, '흐른' EP, '하도' 1집에 이어 'TuneTable Movement'에서 발표하는 네번째 작품.
뛰어나고 다양한 음악을 숨은고수 다섯 팀이었지만, 특히 '로로스'는 여느 밴드들과 다른 언더그라운드 씬에서는 '독특한 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보컬'과 '기타'가 밴드의 중심을 이루는 보통 밴드들과는 다른, '키보드'와 '첼로'를 전면에 내세운 밴드 구성부터 독특하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더 독특합니다. '키보드'가 중심이 된 사운드에 '첼로'의 선율이 가미된 '로로스'의 음악은 Rock이 아닌, 언더그라운드 씬에서는 희귀하다고 할 수 있는 'Cross-over'에 가깝습니다.
single 'Scent of Orchid'는 (아쉽게도) 총 세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한 곡 한 곡 살펴보면,
첫번째, single의 타이틀 'Scent of Orchid'를 의미하는 곡인 '너의 오른쪽 안구에선 난초향이 나'는 '로로스'의 서정미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사실 '로로스'의 곡들 중 절반 정도는 '서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single에 실리지 못한 '방안에서'와 'It's raining'도 서정미가 물씬 풍기는 곡으로 아마 '너의 오른쪽 안구에선 난초향이 나'와 single에 수록되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키보드와 첼로의 선율과 드럼의 도움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이 곡이 Newage 곡이 아닌가 하는 착각일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키보디스트 '도재명'의 보컬은 그런 착각을 환기시킵니다. 보컬의 질감이 라이브 때와는 차이가 나는데, 마치 라디오로 듣는 듯하니 'Radio Edit'라고 해야하겠습니다. 드럼의 소리도 역시 라이브 때와는 차이가 느껴지는데 이어폰으로 들으면 아쉬운 느낌이지만, 스피커의 우퍼를 통해 들으면 또 다른 느낌입니다.
아쉬운 점은 곡이 절정에 오르고 첼로의 서정미가 극에 달하는 부분에서 정작 첼로의 소리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 부분에서 첼로가 좀 더 앞으로 드러났다면 더 진한 감동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 하는데, 혹시 데뷔 앨범을 위해 아껴둔 건 아니겠죠?
두번째는 '쌈사페'의 '숨은고수'로 응모할 때 공개되었던 '로로스의 시그널 송'이라고 할 만한, 'My Cute Gorilla'입니다. 리더 '도재명'의 공연 멘트 중에 세번째 'Habracadabrah'와 함께 희열이 느껴지는 곡이라고 했었는데 그래서 두 곡이 실리게 되었나 봅니다. '숨은고수'때 공개된 음원보다 깔끔해진 모습으로 찾아왔습니다.
어린 시절의 친구였던 '고릴라 인형'을 위한 만든 곡으로 가사에서도 그 고릴라에 대한 애정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가사는 소년이 고릴라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이지만 반대로, 낡은 고릴라 인형이 소년을 추억하는 곡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작은 고릴라(키보드)와 그 주위로 우아한 춤을 추는 발레리나(첼로)가 멤돌고, 뒤에서는 북치는 병정(드럼)과 나름대로 사뿐사뿐 걷는 코끼리와 곰(베이스), 그리고 고릴라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개구장이(기타)...이제 소년은 없는 작은 방 안에서 여러 인형들이 소년과의 즐거웠던 시간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그려지네요.
세번째, 'Habrahcadabrah'는 'Cross-over 밴드 로로스'의 또 다른 취향을 보여주는 곡입니다. 앞 선 두곡이 '서정성'이 강하다면 이 곡에서는 '로로스'가 추구하는, 경계를 넘어선 음악의 광활함이 느껴집니다. 주문의 한 구절인 'Habrahcadabrah'로 시작되는 곡은, 점점 고조되면서 신비로운 모습을 더해 갑니다. 하지만 주문에 의한 것이 결국 모든 허상이듯,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죠.
좋은 곡이 많기에 취향에 따라 이번 single의 선곡이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정식 앨범이 아닌 single로서 로로스의 '음악적 취향'과 그들이 추구하는 '다양성'을 세상에 알리기에 탁월한 선곡이라고 생각됩니다.
밴드 '로로스'의 장점은, 멜로디와 리듬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키보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보통 밴드의 '리듬파트'를 담당하는 '베이스'와 '드럼'이 '리듬의 유지'라는 고유의 영역에서 자유로워진 데에서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그 자유로움에 '베이스'와 '드럼'의 멜로디의 영역에 들어와 풍부하고 아름다운 사운드가 가능하게 되었죠.
하지만 라이브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절정에서의 '드럼'과 '첼로'의 '강렬함'이 single에서는 약해진 점은 참 아쉽습니다. 몇몇 부분에서의 악기 배치도 좀 아쉽구요. 그럼에도 '로로스'의 single 'Scent of Orchid'를 '올해의 필청(必聽) single'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single에서 생긴 이질감은 라이브에 대한 실망이 아닌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합니다. 그만큼 '로로스'의 곡들은 탁월하고, 이 밴드의 라이브는 듣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합니다.
'Scent of Orchid'는 온라인에서는 독점으로 향뮤직(http://www.hmusic.co.kr/)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또 '로로스'의 공연이 열리는 클럽에서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만, 수량이 많지 않으니 서둘러 주세요.
* 티스토리 블로그 (http://bluo.tistory.com/)에서 '너의 오른쪽 안구에선 난초향이 나'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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