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한 블록버스터가 없는 영화관에서 큰 기대 없이 선택했지만, 큰 여운을 남긴 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

'데이빗 핀처', 헐리우드에서 작품성으로 나름 인정받는 감독이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초기 작품들인 '에일리언3'와 '세븐'을 빼면 제대로 본 작품이 없었다. 이 영화도 사실 '데이빗 핀처'의 작품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보았다.

결론적으로는,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149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꽤 흥미진진한 영화였다. 'Gone Girl'이라는 원래 제목처럼, 소녀처럼 애지중지 자라온 '실종된 부인'의 행방에 관한 이야기가 전반의 내용이다. 벤 에플랙이 연기한 남편 '닉'이  범인처럼 보이면서도, 범인답지 않은 어리숙함은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관객과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진행은  베테랑 감독의 관록과 연출력이 빛나는 부분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후반에서 부인 '에이미'의 행적이 드러나면서 놀라운 반전이 시작된다. 그녀는 꽤 영리한 '사이코패스'였고, 인관 관계를 이용해 먹을 만큼 사악했다. 그리고 그녀의 계산에는 미국 대중매체의 반응과 사법 제도의 허점까지 들어있었다. 실종 사건의 시작부터 해결까지 모두 스스로의 각본 위에서 조종하는 그녀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와 같은 존재였다.

사실 이 거대한 사건의 발단인 '에이미의 정신적인 문제'는, 의사나 교육학 혹은 심리학에 조예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는 부분들이 보인다. 그녀의 성장 과장은 부모에 의해 상업적으로 이용되었고, 그 때문에 그 과정은 왜곡되고 과장되었다. 결국 그녀의 정신적 성장은 비틀어지고 미숙할 수 밖에 없었고, 그녀가 바로 절제를 모르고 자란 'spoiled child'의 미래였다. 딸의 실종 후 기자회견에서 웹사이트까지 만들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부모의 모습은 다분히 비정상적이다. 에이미가 대중매체를 능숙하게 이용하는 모습은 확실히 부모에게 매운 점으로 보인다.

'이용하기 쉬운 대중매체의 폐해'와 '여론/언론에 휘둘리는 미국 사법 제도의 허점'은 이미 여러 영화에서도 다룬 소재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폐해와 허점'을 뛰어넘어, 그것들을 이용하는 '인간의 위험성'을 직접 대면하게 한다. 그리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답게 사악하고 충격적인 결말은 꽤 진한 여운을 남긴다. 별점은 4.5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