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뮤직에서는 지난 9월에 있었던 '파스텔뮤직 7주년 공연 시리즈'들에 이어 '그 겨울의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12월 4읿부터 6일까지 3일간 세 뮤지션의 단독공연을 진행했습니다. 각각 4일은 '요조', 5일은 '짙은' 6일은 '에피톤 프로젝트'였죠. '짙은'은 9월에 'SSAM'어 있던 단독공연에 이여 '7주년 공연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두 번 단독공연을 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죠. 3일 모두 가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4일 공연은 예매했다가 취소했고, 6일 공연은 좋은 자리들의 조기매진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직장인에게는 '공연을 보기 위한 황금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토요일의 짙은 단독 공연만을 보게 되었죠.

홍대 인근의 클럽들에서 열렸던 지난 공연들과는 다르게 이번 공연은 '마포아트센터'라는, 저에게는 다소 생소한 공간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마포아트센터는, 파스텔뮤직을 비롯한 몇몇 뮤지션들의 공연일정에서 본 기억이 있는 이름이지만, 실제로 가 본 일은 없었으니까요. 약도를 확인하고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내려 도보를 선택한 저는, 역시나 '정부의 시설'이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5월에 갔었던 '구로아트밸리'도 그렇고, 대중교통의 접근성과는 거리가 있는 위치는 정말 '대한민국다웠다'고 할까요?

공연의 제목은 'Whiteout'으로 '어두워짐' 혹은 '의식소실'을 의미하는 'blackout'과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뜻으로, '많은 눈이 내려 원근감이 사라지고 공간과 경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답니다. 그날따라 오전부터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이었기에, 선견지명이었는지 탁월한 공연 제목이었죠. 팬클럽을 통해서 조기예매했기에 티켓팅을 하고 확인한 좌석은 OP석 25번, 무려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게 되었기에 너무나도 생생히 경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성용욱 혼자 무대에 올랐던 단독공연과는 다르게, 성용욱, 윤형로 두 사람의 '완전체 짙은'의 첫 단독공연이기에 또 어떤 다른 매력을 발산할 지도 궁금했죠.

Whiteout의 시작은 바로 '달'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대 위에는 짙은 두 사람과, 계속 세션을 도와주고 있는 키보드의 '오박사(오수경)'과 드러머, 베이시스트 외에도 네 사람을 더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을 바로 지난 단독공연에서도 세션으로 등장해서 아름다운 첼로 연주를 들려주었던 '성지송'이었고, 다른 세 사람은 현악 세션으로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1대의 구성으로 성지송의 첼로와 어우려져 현악 4중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좋은 공연장에서 그에 걸맞는, 그리고 이번 공연을 더욱 특별하게 할 소리들을 들려주기 위한 노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White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어둠밖에 난 볼 수가 없어'로 시작하는 점이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짙은의 정규 앨범이 아닌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싱글로 발표되었던 'December'와 더불어 다음 앨범에는 정식으로 수록되었으면 하는 곡입니다. 이어서 역시 천체 3부작의 하나인 '별, 달, 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3부작의 나머지 하나가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기다려야 합니다.

'a little bit'과 'December'가 이어졌는데, 그 동안 12월이 아님에도 줄기차게 불러온 December는 드디어 제 때를 만나 절정에 달했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공연에서 들려주지 않으려나요? 'Wonderland'에 이어 기타리스트 윤형로가 군대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만들었다는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여러 곡을 만들었다는데, 성용욱의 반대로 대부분 봉인되고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곡인가 봅니다. 성용욱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기타 연주와 함께 윤형로의 보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곡이 좋지 않아서 반대한 것이 아나라, (그럴리 없겠지만) 윤형로의 능력을 경계하여 반대했다고 생각했을 정도로요. 윤형로는 눈물을 삼키며(?) 언젠가는 솔로 프로젝트로라도 선보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아니라고 뒷수습했지요. 밴드 짙은 붕괴의 시발점이 되는 것은 아니겠죠?

1부의 마지막 곡 'Feel alright'은 들으면 들을 수록 매력에 빠져드는 곡으로 차분한 성용욱의 음성과 가사가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는 느낌이 좋은 곡입니다. 1부의 마지막 곡은 처음 듣는 제목의 곡 '빙하'였습이다. 잠깐의 인터미션 후 2부가 시작되었고 게스트(?)로 '시켜서 하는 밴드'가 등장했습니다. 사실 시켜서 하는 밴드는 짙은 두 사람과 세션들이 '좋아서 하는 밴드'을 패러디해서 만든 프로젝트로, 버라이어티한 공연을 위해 준비되었답니다. 그리고 성용욱, 윤형로를 비롯하여 세션 드러머와 베이스, 그리고 키보드 세션의 오박사까지 일렬로 나란히 않아서 어쿠스틱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바로 지난달 '민트페스타'에서 보여주었던 것이었습니다. '아침'을 시작으로 지난 '민트페스타'에서 오박사의 아코디언 연주가 인상적이었던 '나비섬'과 '괜찮아' 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켜서 하는 밴드'가 내려가고 본격적인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찻집 분위기를 연출했던 1부와는 다르게 좀 더 뜨거운 분위기의 공연을 보여주었죠. 경쾌한 느낌의 'If'를 시작으로, 잡을 수 없는 짙은 안개같은 느낌의 '손톱', '손톱'과 한쌍처럼 이별을 노래하는 손톱의 주인 '그녀'가 이어졌습니다. '짙은'이라는 이름을 처음 기억하게 한 곡 'Rock Dove'는 라이브로 들을 때 더욱 좋았고, 짧지 않았던 공연의 마지막은 'If'이어 경쾌함을 이어가는 곡 'Secret'이었습니다. 단연히도 앵콜 요청은 이어졌고 공연에서 좀 처럼 들을 수 없었던 '이유'를 마지막으로 모든 셋리스트를 마쳤습니다.

'아트홀'이라는 이름만큼 홍대인근 클럽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한 소리가 인상적인 공연이었습니다. 현악 4중주의 보조도 편안한 소리에 한 몫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맨 앞줄이라 그랬는지, 현악 4중주의 소리는 밴드에 가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편안한 좌석은 좋았지만, 고개를 들고 보아야했기에 머리가 좌석에 닿아 졸음이 올 정도로 너무 편안해진다는 점은 단점 아닌 단점이었습니다. 내년 다시 찬바람이 불기 전에 새로운 앨범으로 찾아오겠다는 두 사람, 그 겨울의 시작은 꼭 짙은과 함께하길 바라는 팬들의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