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완성된 박찬욱 감독 숙원(?)의 작품 '박쥐 (thirst)'.
한국영화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뱀파이어'를 소재로한 '박쥐', 제 관점에서는 'B급 판타지 로맨스물'이라고 하고 싶네요. 대부분 평생 독신으로 사는 남자 수도사에게 발생하고 흑인에게는 발병하지 않는 EV(이브) 바이러스의 특성은 크리스트교를 은근히 풍자하고 있습니다. 평생 신을 섬기는 독신의 남자(아담)들에게 잘 발병하는 EV(이브)는 언어유희에 가깝습니다.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크리스트교와 관련된 성화(聖畵)들이 모두 백인들만 등자하는 점도 비꼬고 있는 듯합니다. 이 외에도 뱀파이어가 되길 갈구하는 노신부(박인환)의 모습도 그렇구요. 하지만 종교에 대한 풍자의 수위는 강하지 않습니다. 사실 영화에서 풍자하는 모든 대상들에 대한 풍자의 강도는 상당히 약한 편입니다.
'전 이제 모든 갈망을 갈구합니다.'
인간도 짐승도 될 수 없는 뱀파이어의 모습을 대변하는 의미에서 '박쥐'라는 제목을 선택하였나 봅니다. 이 영화가 공포나 액션물이었다면 적절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제는 영어 제목인 'thirst'에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우리말로 '갈망'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뱀파이어로서 '피'에 대한 갈망과 사람으로서 '육체'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갈망들은 결국 '사랑'으로 귀결되구요. 그리고 '피'와 '사랑' 두 갈망이 만나면서 두 주인공 사이의 틈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하여 애증이 교차하는 비극적 로맨스가 완성되지요.
마지막에 '태주'가 '상현'의 헌 구두를 다시 꺼내어 신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점점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지만, 태주가 마지막까지 그 구두를 간직하고 있었다는 점은 놀라웠습니다. 아마도 서로를 가장 사랑했던 순간에 대한 증거의 의미였을까요?
송강호의 성기 노출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반드시 필요했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김옥빈의 탐욕스러운 연기도 좋았고, 용감한 노출도 대단했습니다. 조영욱 음악감독과 류성희 미술감독에 대한 언급이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을 듯하네요. 역시 박찬욱, 별점은 4.5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