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에 보았던 '라디오스타'. 영화 리뷰를 이렇게 미루었다가 쓰는 것은 처음이네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정말 오랜만에 종로에 있는 '서울극장'에서 보았습니다. '서울극장'은 '매트릭스 : 리로디드' 이후로 안갔으니 정말 오랜만에 가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준익 감독의 전작 '왕의 남자'보다 '라디오스타'가 더 좋더군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왕의 남자'가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웠다는 점이 의심될 정도로 대단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에게 '왕의 남자'는 그냥 '잘 만든' 영화일 뿐이었죠.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으로 이미 '대한민국 영화계 최고의 콤비'라고 할 수 있는 '박중훈(최곤 역)'과 '안성기(박민수 역)'의 캐스팅이나 연기 모두 최고 수준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왕년의 인기를 못있고 까칠한 모습을 보여주는 '최곤'의 모습은 아무리 연기라지만 상대역(박민수) 입장에서는 받아내기 힘들 법도 한데 그 상대역의 배우가 '안성기'라면, '박중훈'과 '안성기'의 콤비였다면 왠지 '눈빛만으로도 대화하며 촬영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까요.
어찌 생각해보면 '이준익 감독'은 소위 말하는 '마초 감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전작 '왕의 남자'나 '라디오스타'나 주연은 모두 남자입니다. '왕의 남자'는 주연이 '감우성', '이준기', '정진영'으로 모두 남자였고 '라디오스타'는 '박중훈'과 '안성기'로 왕의 남자'에 비해 한 명이 줄었을 뿐 역시 모두 남자입니다. 물론 두 영화나 여자 조연('왕의 남자'의 강성연, '라디오스타'의 '최정윤')이 있지만 이 여성들은 영화의 '감초' 정도의 역할일 뿐 처음부터 끝까지 남성들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주변에 머물 뿐입니다.
'라디오스타'에서 더 노골적인데, 안성기와 박중훈의 주연 콤비 외에도 두 남성 조연 콤비인 '박기사(정석용)'과 '김국장(윤주상)'도 티격태켝하는 남자들의 우정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강PD(최정윤)' 외에도 비중있는 여자 조연이라고 할 수 있는 '다방 김양(한여운)'도 존재하지만 두 케릭터 사이에는 어떤 관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준익 감독이 그려내는, 이성(異性) 관계와는 또 다른 '남자들의 관계', 여성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남자 세계'의 의리(義理)와 우정(友情)은 수 많은 학원물이나 스포츠물의 만화가 그려내는 그것과 닮아있습니다. '의리'나 '우정'이라는 단어는'친구'라는 단어를 연상시키고 이 '친구'라는 단어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거의 남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매우 가까운 친구사이'를 의미하는 '불알 친구'도 다분히(혹은 당연히) 남성적이구요. '친구'라는 영화도 그런 내용의 영화였구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를 잘 포장해서 다루는 이준익 감독이야 말로 진정한 '마초 감독'이 아닐런지요.
딴 이야기가 많았습니다만 '라디오스타', 화려하지는 않은 영화였지만 나이가 들 수록 점점 각박해져가는 우리들의 마음에 '정(情)'이라는 단어를 던지는 멋진 영화였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