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안'에 한탄하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료법 개정안'.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정말 할 말이 없어지더군요. 이 땅에서 '의업(醫業)'에 종사하는 것이 그렇게 못 마땅한 일인가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정부는 모두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라지만 과연 그런가요? 지난 2000년 '의약분업'때 어땠나요? 그때도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 아래 의사들의 반대는 정부,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의 뭇매를 맞으며 묵살되었었죠. 그 결과는 어떤가요? 고작 약을 싸는 일에 드는 국민건강보험 지출액이 '의약분업 전 2조원'에서 '의약분업 후 4조원'으로 증가했다네요. 고작 약을 봉투에 넣는 일일 뿐인데 왜 그렇게 지출이 많은거죠? 왜 약을 싸는 일에 국민들이 더 부담을 해야하죠? 그때 '국민 건강 증진' 외치던 무리들은 모두 어디갔나요?  왜 우리 정부는 100년은 커녕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나요? 왜 우리는 반성할 줄 모르죠?

이번 개정안의 일부 내용도 그렇습니다. 조금만 더 알아도 뻔히 보이는데, 왜 정부와 언론은 또 눈을 가리려고 할까요?

그야말로 의사가 '교과서대로' 진료를 해도 '과잉 진료'라고 하는 정부와 건강보험공단, 과연 누가 옮은 것일까요? 교과서라하면 물론 영어로 쓰여진 미국에서 나온 교과서를 말합니다. 미국의 실정을 한국에 적용한다는 점이 옳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의학'이란 엄연히 서양의 학문입니다. 그리고 그 '의학'이란 학문의 최정점에 있는 나라가 미국이구요. 그 최정점만큼, 의료비 지출의 부담이 가장 큰 나라가 미국이기도 합니다. 의료 수준이나 의료비 지출 모두 최정점에 있는 만큼, 미국의 교과서는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한 진료과정의 최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겁니다. 단지 '최소의 비용'은 아니겠지만, '비용 대비 효과', 즉 '효율'에서 최고를 낼 수 있는 진료 과정을 그 '교과서'가 담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 교과서로 진료하는 것이 국민과 사회를 위해 올바른 의료가 아닐까요? 누가 어떤 근거로 그런 진료를 과잉 진료라고 하죠?

왜 정부는 어떤 근거도 없이 추진하는 일이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하죠? 지금 한국과 같은 '이상한 의약분업'을 시행하는 의료 선진국이 어딘가요? 이번 개정안 같은 시도를 하는 국가는 또 어딘가요? 왜 정부는 의료의 내실을 다지려 하지 않고, 부실로 몰고 가려하죠? 자본주의적인 즉, '영리적 의료법인'인 외국계 병원을 들려오려 하면서, 정작 국내 의료는 사회주의로 몰고 가려하나요?

우리 정부의 우스운 점은 어느 부분보다도 의료를 민간에 의존하고 있으면서, 무조건 통제하려는 점입니다. 주위에 국공립 병원이 얼마나 있나 생각해보세요. 수도권 대학 병원만 생각해 볼까요? 국립대 대학병원하면 저는 '서울대학병원'과 그에 딸린 몇명 병원 밖에 생각나자 읺나요.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수 많은 대학병원들, 대부분이 사립대학병원 즉 민간이 설립한 병원입니다.

의료비의 막대한 사회적 지출로 골치를 썩고 있고 의료비 지출이 가정 파산의 큰 원인 중 하나인 미국에서도 의료시설의 국공립 설치 비율은 50%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어느 수준인지 아시나요? 국공립병원은 10% 정도랍니다. (이 수치에서 '병원'이 아닌 '의원'은 제외일 겁니다. 의료법 상 병원과 의원의 정의는 다릅니다.) 단순히 병상수만으로도 국공립의 차지하는 비율이 역시 10%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국민 건강 증진'을 외치는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거죠?

이런 비율이 무슨 문제가 될까요? 지금은 보이지 않겠지만, '한국 의료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미 FTA를 진행하면서 논의 되었던 '의료 시장 개방'이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외국계 병원과 의료 개방에 대한 '암울한 예측'은, 썼던 관련글(http://bluo.net/1223)을 참고해주세요. 예로, 정말 FTA가 성사 되어 의료 시장이 개방된다면, 얼마전에 반대를 외치던 '한의사'들은 역시나 힘들어지겠죠. 개인적으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한의학'을 꾸준히 발전시키지 못한 한의사들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하니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죠. '약사'들도 역시 암울해 질 것같네요.

FTA의 본질은 '기업'이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모든 병원에 강제로 적용되고 있는 '의료보험적용'을 문제 삼아서 , 아마도 높은 수가로 의료보험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외국계 병원'이나 '의료 자본'이  '한국 정부'를 제소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정부가 버텨낼 수 있을까요? 의료보험이 강제가 아닌 선택이 된다면 어찌될 까요?

아마 모든 병원은 아니겠지만, 상당수의 병원들이 의료보험을 빠져나갈 겁니다. 정부에 압박에 숨통을 막혔던 많은 병원들이 빠져나가지 않을까요? 누구나 알 만한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병원들은 당연히 빠져나가겠죠. 그 병원들은 국공립이 아닌, 자유로운 '사립'이고 그만큼 자신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현재의 '터무니 없는 의료 수가'를 정상화 시켜주지 않는 이상 상위 그룹에 속하는 대학 병원들이 이탈합 것입니다. 적은 의료 보험 수가로 많은 환자를 보나, 비보험으로 적은 환자를 보나 수입이 비슷하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지 않나요?

문제는 강제적으로 묶어둘 수 있는 병원 비율이 10%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대학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상당한데, 그때 정말 몇일 대기해야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보험적용 없이는 수배 혹은 수십배 뛰어버린 진료비와 수술비의 사립병원을 갈 엄두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테니까요. 보험이 적용되는 의료 수가를 올려주어 잡아둘 수 있는 사립병원들도 있겠지만, 이미 터진 뚝을 막기는 뚝이 떠지기 전에 보수하는 일보다 힘든 일이지요.

많은 개념없는 사람들이 외치는 한미 FTA의 '의료 시장 개방', 저는 제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의사들이 바라고 있구요.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보다 나빠지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 다수의 의견입니다. 죽기 일보 직전인데, 어차피 이대로 압박당하면 죽을 터인데, 개방된다고 못되어야 죽기밖에 더하겠습니까?
2007/02/04 15:56 2007/02/04 15:56

의료개방에 대한 잘못된 생각

오늘 네이버에 한 간호사의 자살에 대한 글이 떴더군요. (그 사건의 전말은 분명 수간호사의 모욕적 언행이 원인이었는데 의사가 그 모욕적 언행의 주체인 마냥 '물타기'를 하고 있더군요.) 글에 달리 답글 중에 '의료개방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의사들이 의료개방을 반대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이 있기에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제로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미국계 병원이 들어온다', '미국의 의료 수가는 보통 한국의 10~20배이다' 그리고 '진료 행위에는 언어가 중요하다'입니다.

첫번째 전제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미국계 병원이 들어온다'는 바로 미국계 병원이 들어온다면 그 병원은 철저히 상업적 이익을 위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국가이자 의료 서비스에서도 정점에 있는 국가입니다. 같은 질병으로 치료를 받아도 다양한 치료법이 있고 같은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의 지불 능력이 된다면, 최고 의료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국가가 바로 미국입니다. 의료에서도 경제 논리가 적용되어 의사가 능력이 된다면 최고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미국이기에 전세계 최고의 의사들이 모이는 나라이구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의료시장 개방을 외치는 이유는 바로 미국의 '세계 최고 서비스' 때문일 것입니다.

'세계 최고 서비스'를 받을 부푼 꿈을 생각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점 바로 두번째 전제 '미국의 의료 수가는 보통 한국의 10~20배이다'입니다. 우리나라에 외국계 병원(정확히는 미국계 병원)이 들어온다고 해도 '과연 미국 최고 의료진이 올까'하는 의문이 먼저듭니다. 머나먼 유라시아 대륙의 변방까지 와서, 최소한 미국에서와 같은 수준이나 그 이상의 보수가 약속되지 않는다면 올까요? 미국과 같은 수준의 보수를 준다는 것은 결국 환자가 미국과 같은 수준의 진료비, 치료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한국의 의료비가 비싸다는 인식이 많은 상황에서 그것의 10배에 가까운 진료비를 지불할 용기가 있을까요?

의료시장의 개방을 의사들이 반대한다는 편견에 대한 대답은 세번째 전제 '진료 행위에는 언어가 중요하다'가 답이 됩니다. 미국의 의사들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하여도 한국어를 할 수 없다면 치료에 앞서 중요한 진료와 진단을 할 수 없습니다. 수술은 외국인 의사가 할 수 있어도 진찰실에서 언어 문제 때문에 동시통역을 둘 수도 없는 일이고, 설령 동시통역을 둔다고 하면 그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수준의 의학 지식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또 통역을 위한 인력을 고용해야 하고 결국 환자 부담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론은 결국 외국계 병원도 진료를 위해서는 한국인 의사를 고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외국계 병원이 한국인 의사를 고용할 때, 실력있는 의사를 고용하기 위해 최소한 현재 연봉보다 높은 연봉으로 스카웃할 것이고 일부 유능한 의사들에게는 정말 '엄청난 기회'입니다. 그렇기에 의료시장 개방에 찬성하는 의사가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능력이 되지 않는 의사들은 어쩌냐?'하는 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답변은 '평균 수준 이상의 의사들의 경우, 결국 외국계 병원이 살려준다'입니다. 외국계 병원이 한국에 들어온 이상, 상대적으로 '미칠 듯 비싼' 의료수가 차이 때문에 환자가 적어 적자를 면하기 힘든 점은 명백할 것입니다. 결국 '1인당 국민소득(GNP)'과 비교할 때 저수가 정책의 국민건강보험을 공격할 공산이 큽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결국 미국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 공격에 무너질 테고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의료 수가는 현재의 3~4배 이상 상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GNP가 우리의 3배라고 잡고 의료수가가 1/10로 가정했을 때 그 비율을 맞추기 위해 3~4배) 그래야 외국계 병원과 국내 병원의 의료비 차이가 크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의사들은 하루에 현재의 절반도 되지 않는 환자를 진료하더라도 현재의 수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환자 한 명 당 진료 시간은 그만큼 늘어날 터이고, 온 국민이 원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자동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 만큼 의료비 부담이 커지겠지요.

그토록 원하던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지갑을 열 준비는 하셨는지요? 참고로 국민건강보험의 붕괴를 두려워하는 집단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이고 의료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집단도 정부입니다. 언론 플레이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을 뿐이지요.

원래 loveidea.net을 위해 2006년 4월 29일 작성된 포스트로, 사이트 폐쇄와 함께 옮겨온 글입니다.
2006/09/27 00:39 2006/09/27 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