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네이버에 한 간호사의 자살에 대한 글이 떴더군요. (그 사건의 전말은 분명 수간호사의 모욕적 언행이 원인이었는데 의사가 그 모욕적 언행의 주체인 마냥 '물타기'를 하고 있더군요.) 글에 달리 답글 중에 '의료개방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의사들이 의료개방을 반대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이 있기에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제로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미국계 병원이 들어온다', '미국의 의료 수가는 보통 한국의 10~20배이다' 그리고 '진료 행위에는 언어가 중요하다'입니다.

첫번째 전제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미국계 병원이 들어온다'는 바로 미국계 병원이 들어온다면 그 병원은 철저히 상업적 이익을 위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국가이자 의료 서비스에서도 정점에 있는 국가입니다. 같은 질병으로 치료를 받아도 다양한 치료법이 있고 같은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의 지불 능력이 된다면, 최고 의료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국가가 바로 미국입니다. 의료에서도 경제 논리가 적용되어 의사가 능력이 된다면 최고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미국이기에 전세계 최고의 의사들이 모이는 나라이구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의료시장 개방을 외치는 이유는 바로 미국의 '세계 최고 서비스' 때문일 것입니다.

'세계 최고 서비스'를 받을 부푼 꿈을 생각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점 바로 두번째 전제 '미국의 의료 수가는 보통 한국의 10~20배이다'입니다. 우리나라에 외국계 병원(정확히는 미국계 병원)이 들어온다고 해도 '과연 미국 최고 의료진이 올까'하는 의문이 먼저듭니다. 머나먼 유라시아 대륙의 변방까지 와서, 최소한 미국에서와 같은 수준이나 그 이상의 보수가 약속되지 않는다면 올까요? 미국과 같은 수준의 보수를 준다는 것은 결국 환자가 미국과 같은 수준의 진료비, 치료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한국의 의료비가 비싸다는 인식이 많은 상황에서 그것의 10배에 가까운 진료비를 지불할 용기가 있을까요?

의료시장의 개방을 의사들이 반대한다는 편견에 대한 대답은 세번째 전제 '진료 행위에는 언어가 중요하다'가 답이 됩니다. 미국의 의사들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하여도 한국어를 할 수 없다면 치료에 앞서 중요한 진료와 진단을 할 수 없습니다. 수술은 외국인 의사가 할 수 있어도 진찰실에서 언어 문제 때문에 동시통역을 둘 수도 없는 일이고, 설령 동시통역을 둔다고 하면 그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수준의 의학 지식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또 통역을 위한 인력을 고용해야 하고 결국 환자 부담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론은 결국 외국계 병원도 진료를 위해서는 한국인 의사를 고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외국계 병원이 한국인 의사를 고용할 때, 실력있는 의사를 고용하기 위해 최소한 현재 연봉보다 높은 연봉으로 스카웃할 것이고 일부 유능한 의사들에게는 정말 '엄청난 기회'입니다. 그렇기에 의료시장 개방에 찬성하는 의사가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능력이 되지 않는 의사들은 어쩌냐?'하는 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답변은 '평균 수준 이상의 의사들의 경우, 결국 외국계 병원이 살려준다'입니다. 외국계 병원이 한국에 들어온 이상, 상대적으로 '미칠 듯 비싼' 의료수가 차이 때문에 환자가 적어 적자를 면하기 힘든 점은 명백할 것입니다. 결국 '1인당 국민소득(GNP)'과 비교할 때 저수가 정책의 국민건강보험을 공격할 공산이 큽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결국 미국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 공격에 무너질 테고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의료 수가는 현재의 3~4배 이상 상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GNP가 우리의 3배라고 잡고 의료수가가 1/10로 가정했을 때 그 비율을 맞추기 위해 3~4배) 그래야 외국계 병원과 국내 병원의 의료비 차이가 크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의사들은 하루에 현재의 절반도 되지 않는 환자를 진료하더라도 현재의 수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환자 한 명 당 진료 시간은 그만큼 늘어날 터이고, 온 국민이 원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자동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 만큼 의료비 부담이 커지겠지요.

그토록 원하던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지갑을 열 준비는 하셨는지요? 참고로 국민건강보험의 붕괴를 두려워하는 집단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이고 의료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집단도 정부입니다. 언론 플레이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을 뿐이지요.

원래 loveidea.net을 위해 2006년 4월 29일 작성된 포스트로, 사이트 폐쇄와 함께 옮겨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