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끔은 일상을 벗어나 멀리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나도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지만,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상황과 시간은 여의치 않고, 그렇게 먼 곳으로 가기에는 휴가가 여유롭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럴 때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곳이 제주도가 아닐까? 섬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한라산과 푸른 바다의 픙경은, 비록 그곳이 꿈꾸던 낯선 곳은 아닐지라도 일상에 찌든 마음에 위로와 상쾌함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렌트카를 타고 도시와는 다르게 탁트인 도로에서 맑은 공기를 즐기면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고, 자전거나 모터사이클을 빌려서 일주도로를 따라 수일에 걸쳐 섬을 한 바퀴도는 낭만은 분명 다른 관광지에서는 누리기 어려운 제주도만의 장점이다. 하지만 교통수단이 결정되었다고 해도, 이것은 아마 제주도 여행 계획에 있어서 첫 단추에 불과하다. 아직 여러가지 고민 사항들이 남아있고, 특히 '어디서 자고, 어떻게 식사를 해결하고 무엇을 즐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마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자 걱정일 것이다.

처음으로 배를 타고 건너갔던 10여년 전 학생시절의 제주도와 비교한다면, 지금의 제주도는 과거와는 다르게 볼 것도 먹을 것도 즐길 것도 훨씬 많아진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가 되었지만, 제주공항에 내리면서 보이는 풍광은 그 시절 목포발 배편으로 점점 가까워지던 섬의 모습만큼 설렘을 주기에 충분하다. 모든 것이 풍부해진 만큼 제주도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 언론 기사 등의 정보들도 많아지고 있지만, 그 만큼 신뢰하기 어려운 광고성 글도 많아지면서 그 많은 정보(information) 가운데 내게 필요한 자료(data)를 찾기란 쉽지만은 않다.

'제주 버스 여행 : 뚜벅이들을 위한 맞춤 여행법'은 그 고민에 대해 최고라고 하기에는 부족할 지도 모르지만, 간편하고 적절한 해답이 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제목처럼 '버스 여행'을 기본으로 하기에, 제주도의 북쪽에 위치한 제주시에서 출발하는 버스 노선에 따라 권역별로 나누어 안내하고 있다. 버스의 동선을 따라 가볼만 한 관광지와 먹거리, 즐길거리를 모아서 설명하지만, 제주공항에서 제주여행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의 동선도 대부분 비슷하기에 버스 여행이 아니더라도 알찬 정보들이 많다. 어느덧 어리지만은 않은 나이가 되어버려, 버스 여행이나 자전거 일주는 엄두도 나지 않는 나에게도 꽤 알찬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의 두 저자는 부부로 결혼 후 2년동안 제주에 살면서 구석구석 누빈 경험으로 썼다고 하는데, 이미 몇 차례의 제주 여행에서 직접 경험했던 '좋았던 곳들'은 역시 이 책에도 여러 곳 소개되어 있기에 꽤 신뢰를 갖고 읽게 되었다. 또, 오랜 제주 여행의 경험이 묻어나는 내용들을 보면서, 이 책이 단순히 업체들과 뒷거래를 통한 광고성 혹은 그저 책을 팔기위한 상업성이 아닌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송악산 올레길, '카페 숑',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그리고 월정리 해변 카페 거리는 가볼만 곳이었다. 더불어 게스트하우스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아기자기한 특색의 게스트하우스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그곳들을 거쳐가는 여행도 하고 싶어졌다.

다만 쉬운 점도 있어서, 책을 기획하고 출판하기까지의 시간과 '지금의 여행'이주는 '시차'의 문제이다. 책이 출간된 때가 올해(2013년) 5월인데 벌써 책 내용과 다른 점이 있는 부분이다. '흑돼지돈까스'의 맛이 궁금해서 찾아간 두모악 근처의 카페 '오름'은 주방장의 사정으로 이제 식사 메뉴는 주문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맛깔스러운 정식을 소개한 한 집은 최근에 사나운 인심으로 더 유명했다. 제주 여행 안내서로서 스테디 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일년에 한 두 차례 판올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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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