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우주전쟁'를 잇는 '톰 크루즈'  주연의 세번째 SF 영화 '오블리비언'.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진실이 아니다'라는 주제는  SF영화에서 흔하게 쓰이는 주제였습니다. 이런 주제로 성공한 SF영화를 꼽자면 '매트릭스(the Matrix) 삼부작'이 되겠고, 이 주제는 많은 영화들에서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사용되어왔죠. 역시 같은 주제를 담고 있는 '오블리비언'의 내용은 보는 내내 데자뷰(deja vu, 기시감)을 일으킵니다. '매트릭스'를 비롯해, '다크시티(Dark City)' 등 오블리비언의 선배뻘 되는 영화들을 떨쳐버리기는 어렵습니다.

뻔한 주제라면, 볼거리가 중요한 요소인 SF영화에서 그 주제를 어떤 배경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할 수 밖에 없겠죠. 스크린에 펼쳐지는 -외계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달 파괴로 인한 인력의 변화와 핵무기 사용으로- 황량한 지구의 광경과 홀로 남아 발전시설을 지키는 '잭 하퍼 49요원(톰 크루즈)'의 모습은 (홀로 남겨진) 적막함과 (인간 본연의) 고독함을 전하기에  충분합니다. 황폐화된 지구를 떠나 토성(Saturn)의 위성 타이탄(Titan)으로 떠났다는 인류, 그리고 조만간 타이탄으로 떠다는 49의 요원들을 보면서 의문점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왜 타이탄에서 무척이나 먼 지구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가? 왜 '49 요원'들의 기억을 지웠으면 '49'의 의미는 무엇인가? 두 요원으로 지구 전체의 발전시설 관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타이탄으로 이주할 정도의 과학기술력을 갖고 있으면서, 요원들의 거주지와 장비는 그 과학기술 수준을 따라가지 못할까? 위험 지역인 방사능 구역에 가까운 곳이 왜 안전지역에서는 보이지 않는 '숲'이 존재할까?...누구나 이런 의문들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지구로 불시착한 우주선과 그 우주선의 조난자 가운데 잭 하퍼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여인이 나타나면서 의문은 하나씩 풀려갑니다. 지구와 인류의 불편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잭 하퍼', 잭 하퍼의 기억 속의 그녀 '줄리아(올가 쿠릴렌코)'. 그리고 살아남은 인류의 지도자 '말콤 비치(모건 프리먼)'의 조합은 여러모로 영화 '매트릭스'를 이끌어가는 '네오(키아누 리브스)',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 그리고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가 떠오르게 합니다. 조작된 인류의 기억 그리고 희생을 통하여 얻어지는 인류의 구원도 역시 닮아있습니다.

수 많은 비슷한 주제의 SF영화들도 그렇지만, '오블리비언'에서는 뚜렷한 무신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밝혀지는 49의 의미와 기억을 공유하는 52요원에서 모습에서 인간을 정의하는 것은 (확인 불가능한) '영혼'이 아니라 생명체 내에 기록되고 저장되는 (확인 가능한) '기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는 주연배우 톰 크루즈의 개인적인 신앙과도 어느 정도의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내용보다는 영화가 던지는 숨겨진 메시지와 영상과 어우러지는 음악에 더 관심이 가는 영화가 바로 '오블리비언'이 아닐까 합니다. 황폐한 지구를 보면서 떠오르는 적막함과 고독함에 잘 어우러져 그 감정들을 증폭시키고 전달하는 음악들은, 이 영화를 어느 멋진 뮤직비디오처럼 보이게도 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 '조셉 코신스키'의 전작 '트론:새로운 시작(Tron:Legacy)'에서도 음악감독을 담당했던 '조셉 트라파네스(Joseph Trapanese)'와 프랑스 밴드 'M83'의 멤버 '안토니 곤잘레스(Anthony Gonzalez)'가 함께 만든 음악은 이 영화를 완성시키는 '마침표'라고 할 만큼 뺴어납니다. 영화음악계의 두 거장,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심장을 울리는 웅장함과 박진감 그리고 '반젤리스(Vangelis)의 미래적이고 우주적인 음향을 적절하게 배합한 배경음악들은 엔딩크레딧까지 짙은 여운을 전합니다.

무난한 볼거리와 평범한 내용의 SF영화라고 할 수있지만, 해피 엔딩이라고 하기에는 꽤 무거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엔딩은 인간이 멸종하기 전까지도 고민할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블루레이로 감독의 코멘터리 등을 수록하여 발매가 된다면 꼭 소장하고 싶은 타이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