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부스 & 한음파 acoustic set in 10월 11일 cafe Veloso

여러 밴드들의 어쿠스틱 공연이 열리는 'cafe Veloso(벨로주)',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가 알게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카페로 운영되다가 일요일에만 공연을 위한 공간이 된다는데, 출연 밴드들도 좋았지만 사진 속에서 꽤나 분위기 있어보이는 모습에 끌렸죠. 하지만 일요일에만 공연이 있기에, 최근 일요일에 바빠서 Veloso에 찾아갈 인연이 생기지 않더군요. 그러던 차에 지난 11일 바로 오랜만에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단독 공연이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사실 정식으로 말하자면 '단독 공연'이하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어쨌든 다른 밴드 없이 소규모 혼자 하는 공연이니 단독 공연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또 부를 말이 없네요.

마침 일요일에는 5시와 8시 두 개의 공연이 예정되어있었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은 8시였고, 5시는 '폰부스'와 '한음파'의 공연이었죠. 두 밴드 다 '빵'에서 알게된 밴드들로 차분한 모습의 Veloso에는 어울리지 않는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들인데, 5시에는 acoustic set으로 Veloso에 어울리게 꾸며질 예정이었죠. 8시 공연만 예약해두었지만, 공연 당일 바로 일요일 아침에 5시 공연이 매진되지 않아서 예약해버렸죠. 사실 5시와 8시 공연을 다 예약해서 보면, 기본적으로 공연당 하나씩 제공하는 1 free drink coupon을 하나 더 받을 수 있어, 총 3병의 맥주를 마실 수 있기에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일찍 도착한 Veloso의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첫 번째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폰부스와 한음파 중, 척 보기에도 멤버들이 더 어려보이는 폰부스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두 밴드가 각각 45분씩 공연하기로 예정되어있었죠. 5인조로 알고 있는데 무대에는 3명의 멤버, 보컬 한명 과 기타리스트 두 명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이전 빵에서 보여준 뭔가 요란한 모습과는 다른, 차분하게 앉아서 공연을 시작했죠. 그렇게 한 곡을 들려주고는 나머지 두 멤버, 베이시스트와 드러머도 무대로 올라왔습니다.

acoustic set이라고 해서 unplugged에 가까운 모습을 기대했지만, 역시 모든 멤버가 총 동원되다보니 그런 느낌은 힘들었습니다. 하긴, 보통 4~5인조 락밴드가 unplugged에 가까운 소리를 내려면, 다른 멤버들은 쉬고 보컬과 리드기타만 공연을 해야할테니까요.

아직 두 번째 만남이라 이 밴드의 곡들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It is your mind'와 역시 기억나지 않는 커버곡을 한 곡들을 수 있었죠. 커버곡은 분명 카툰밴드 'Gorillaz'의 곡은 아니었지만, Gorillaz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밴드의 데뷔앨범 타이틀이기도한 'Got a chance'는 흥겨우면서도 쉬운 멜로디 그리고 가사로 후렴구는 따라부를 수 있더군요. 그리고 뭔가 뭉클한 사연이 담겨있을 법한 가사의 '꿈이 춤을 추도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로큰롤의 느낌이 나는 연주는 상당히 흥겨워서 앉아 있는 보컬은 마치 뛰고싶어 안절부절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부족한 멘트는 아쉬웠지만, 성장이 기대되는 밴드 '폰부스'였습니다.

약 10분의 휴식이 지나고, 지난 '빵' 공연에서 '마두금'의 선율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한음파'가 등장했습니다. 역시 마두금은 보컬의 옆자리에 가지런히 앉아있었고, acoustic set이라니 왠지 마두금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더군요.

'소용없는 얘기'같이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기에 음원으로 들을 수 없는 노래도 있었지만, 지난주 '빵' 공연을 보고 음원으로 살짝 복습(?)을 하였기에 노래들이 좀 더 익숙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셋리스트도 한 장 획득하였기에 곡들도 기억할 수 있었죠. 'Pure'라는 곡을 시작으로 매미의 울음 소리를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인 '매미'가 이어졌죠. '매미'라는 곡에서는 현기증이 느껴지는데, 작열하는 태양 아래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에서 탈진하기 직전에 걷는 이미지가 떠오른달까요? 퇴폐적인 느낌이 강한 '독감'은 이제 원곡처럼 '네스티요나'의 '요나'와 함께하는 공연이 보고 싶어지더군요.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은 '소용없는 얘기'라는 곡도 들을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들려주었던 곡들과는 다르게 모던락의 느낌이 나기에, 그 '가벼움'때문에 실리지 못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acoustic으로서는 더 할 나위없이 좋은 곡이었어요. 커버곡이 한곡 있었고, 담긴 독특한 분위기의 초대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앞선 폰부스도 그렇고, 한음파도 그렇고 모두 남성 멤버이기에 그 땀냄새를 환기시켜주는듯, 지난번 '도나웨일'의 게스트로 등장했던 '황보령'의 밴드 'SmackSoft'의 미녀 멤버가 등장하여 아코디언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아코디언은 마두금의 연주와 어우려져, 불안함과 퇴폐적인 불온함이 짙게 담긴 공기를 만들었습니다.

지난 빵 공연에서는 들을 수 없엇던 'Sleep in'에서도 마두금의 매력은 이어졌습니다. 이어 제목처럼 신나는 '200만 광년으로 부터의 5호 계획'이 이어졌죠. 마지막 곡은 당연히 기다렸던 '무중력'이었고 acoustic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acoustic이라 마두금의 선율에 더 집중할 수 있었서 좋았죠. 멘트처럼 악기의 소음들이 서로를 가려주는 공연과는 다르게, acoustic이기에 적나라했습니다. 이 날 멘트는 거의 베이시스트가 담당했는데, 보컬이 요즘 멘트에 슬럼프가 있다나요. 두 사람이 주고 받으면 더 재밌을 법했습니다. 예상보다 5분 정도 일찍 시작한 공연은
역시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끝났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앵콜요청이 있었고, 한음파는 '연인'을 비롯한 준비된 두 곡을 들려주고 공연을 마쳤습니다.

지금을 쓰고 있는 시점에 알게 되었는데, 두 밴드가 괜히 같이 공연한 것이 아니고 같은 레이블 소속이었군요. 그래서 이 공연 전에도 또 다음에도 같은 무대에 서는 공연들이 있었고, 예정되어있더라구요. 한음파는 정규앨범은 겨우 1장이 나왔지만 밴드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는데, 그렇기 때문인지 acoustic set에서도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두 밴드다 종종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충동적으로 예약했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공연이었습니다.

동영상은 역시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10/15 01:11 2009/10/15 01:11

피카, 폰부스, 미내리, 데미안 in 7월 18일 클럽 빵

금요일 보다 비가 덜 내린 7월 18일 토요일, 오랜만에 홍대 '빵'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6월 6일에 있었던 '인디 루트 페스타' 이후 처음 가는 빵은 '피카', '폰부스', '미내리', '데미안' 이렇게 네 팀의 공연이 잡혀있었습니다. 공연 시작은 7시 30분이었고 빵에는 약 1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미리 들어온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될 때 즈음부터 슬슬 사람들이 들어와서 약 20명이 넘는 관객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로로스'의 홍일점 '피카'가 오프닝을 담당했습니다. 로로스의 음악과는 많이 다른 그녀 많은 세계를 들려주었죠. 가사가 거의 다 영어고 한국어 발음도 좀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제목이나 가사는 거의 모르겠더군요. 요즘 방학이라 그런지, 직업으로 학원 강사(아마도 영어?)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 스트레스가 많나 봅니다. 제도 그녀의 강의를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이어서 남성 5인조 '폰부스'가 등장했습니다. 언젠가 온라인 음반샵에서 앨범이 발매된 것을 본 기억이 있지만, 이들의 곡을 들어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빵에서 공연을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나 봅니다. 추구하는 장르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펑크로 들리는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아마도 이 밴드를 보러온 관객들이 꽤 있었나 봅니다.

세 번째는 '미내리'가 등장했습니다. 미내리의 전신인 밴드 '페인트 박스'를 공중캠프에서 처음 본 때가 벌써 4년이나 되었네요. 그 때와는 보컬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입니다. 베이시스트는 한때 그림자궁전의 멤버였던 '황규성'군이 담당하고 있고 드러머는 '오!부라더스'의 드러머였고 최근에는 '플라스틱 피플'과 함께하는 '오주연'군이었습니다. 상당히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무기한 활동 중단 중인 '그림자궁전'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마지막은 '데미안(데미안더밴드)'였습니다. '빵'이 홍대로 이사오기 전부터 빵과 함께했던(그 시절에는 멤버가 조금 달랐지만) 데미안은 이제 빵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밴드입니다. 제가 이 밴드를 처음 본 2005년부터 지금까지 멤버의 변화 없이 꾸준하게 활동을 하는 빵 밴드는 데미안이 거의 유일하지 않나 하네요. 오래전부터 느껴온 점이지만, 데미안 멤버들 사이에는 정말 끈끈하고 진득한 뭔가가 있나봅니다.

원래 순서대로라면 데미안이 세 번째고 미내리가 마지막이지만, 지난 번에 두 밴드가 같이 공연했을 때 데미안이 먼저해서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1집 'Onion Taste'를 발매하고 2006년 11월의 고별 공연이 마지막이었으니 정말 오랜만인데, 그 동안 상당히 많은 곡을 만들었나 봅니다. 'Wolf', 'I becone to you', 'fucking umbrella', 'Vintage Dance' 등 대부분 처음 듣는 곡들이었습니다. 'Wolf'의 인상은 강렬했고, 'Vintage Dance'는 제목처럼 댄서블하여 데미안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언제쯤 이 곡들을 모아서 2집을 낼지 궁금해지네요.

정말 정말 오랜만에 찾는 (특별한 행사난 페스티벌의 일환으로서가 아닌) 빵 정규 공연이었습니다. 앞으로 종종 가고 싶지만, 시간이 될지. 또 라인업이 저랑 맞을지 모르겠네요.

공연 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역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07/22 01:40 2009/07/22 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