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진행되는 독특한 '테러' 영화 '더 테러 라이브(the Terror Live)'.

현재 '대한민국 대표 배우'라고 할 만큼 성장한 '하정우'가 단독 주연으로 등장하고, 스튜디오 안에서 거의 모든 것이 진행되는 영화이기에 상영시간의 절반 이상에서 그가 연기한 앵커 '윤영화' 모습만을 비춰줍니다. 하지만 영화는 지루하거나 느슨하기는 켜녕, 매우 긴박하고 박진감 넘칩니다. 앵커로서의 올바론 이미지와 적당히 불량하면서도 퇴폐적인 이미지가 섞여있는 '하정우'가 아니면 할 수 없을 연기들로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앵커 윤영화가 상대하는 폭파 테러범의 목소리 연기도 좋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일상에 지친 우리 가운데 누군가의 목소리이자, 국가에게 정당한 사과를 요구하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목소리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폭파 테러범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다분히 정치적입니다. 영화는 국가를 위해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국가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테러범이 바라는 고작 '한 마디 사과'이면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음에도 '권위'를 내세워 거부하고 의도하지 않았던 더 많은 희생이 발생하는 모습은, 선거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른 현실의 정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대한 정부와 정치인들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기는 커녕, 오히려 국민 개개인의 사소한 과오를 이용한 언론 플레이로 무마시키려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고, 관객들을 '스톨홀름 신드롬'에 빠저들게 할 만한 충분합니다. 귄위적이고 부폐한 권력자들에 의해 국민 누구라도 (가해자처럼 보이지만 결국 피해자인)'폭파 테러범 박노규'가 될 수도 있고 '앵커 박노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윤영화는 재결합하려던 전부인을 잃고 목숨까지 위험하게 되면서, 폭파 테러범대신하여 결말을 내는 '새드 엔딩'이지만, 방송국 건물이 무너지면서 덮치는 건물의 모습을 확인하면 상당히 통쾌합니다. 평소 우리나라의 부폐한 정치판의 물갈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사당에 모여있는 국회의원들을 몰살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원작자 혹은 각본가도 같은 생각이었나 봅니다. 하정우의 뛰어난 영기와 더불어, 한정된 공간에서 긴박하고 팽팽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감독의 역량은 최근 국내 영화계에서 최고로 뽑을 만한 완성도의 영화를 만들었고, 장르적으로도 국내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