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영등포'에서 타의로 보게 된 '내 사랑 내 곁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역시 별 기대를 안하기 잘 한 영화였다. 시작부터 유치 풀풀 풍기는 대사들로 시작하여 결국 신파로 막을 내리는 그저그런, 아니 이제 한국영화에서도 꽤 괜찮은 작품들이 나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평균을 깎아먹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장준혁', '강마에'를 그럴싸하게 소화해낸 배우 '김명민'의 권위적인 느낌의 목소리는, 안타깝게도 영화 속에서 동정심을 유발해하여 눈물샘을 자극해야할 환자의 목소리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눈물샘을 자극하기 보다는 오히려 웃음보를 자극하더라. 다행히 '하지원'의 연기는 이제 발연기를 확실히 벗어났고,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한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의 연기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가인은 은근히 귀엽더라.

루게릭병(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가 재활의학과 영역의 질환에서 흔하지는 않지만, 의사로서 합병증 예방을 위한 보존적 치료 외에는 질환의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질환이라 조금 답답하기는 헀다. 결말은 너무나 뻔했고 그 과정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궁금했는데, 병원 생활을 그린 부분은 그나마 괜찮았달까.

귀에 익은 가요들을 사용하여 배경음악으로 풀어낸 점은 나쁘지 않았지만, 드라나마나 TV용 영화가 아닌 극장용 영화에서 오리지널 스코어가 빈약한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하지원이 부른 '내 사랑 내 곁에'를 삽입한 점은 너무나 아쉬웠다. 나중에 음원으로 한 몫 잡아보려고 했던 것일까?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가창력이 아닌 하지원의 목소리가 장의를 치루는 그녀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너무 노골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상조회사들이 난립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데, 이 영화는 상조회사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2시간 여의 '상조회사 광고'같은 느낌도 들었다. 제 2의 '너는 내 운명'을 노렸을지도 모르지만, 결과는 대 실패. 다행히 미칠 듯한 졸음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별점은 3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