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994년에 발표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07년 10월에 번역되어 소개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홀리 가든'. 30세의 동갑내기 친구 '가호'와 '시즈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다지 나이가 뚜렷하지 않은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나이가 뚜렷한 주인공을 내세웠을까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1964년 생인 에쿠니 가오리는 이 소설이 발표된 1994년에 30세였다.

그녀 소설의 단골 메뉴인 '불륜'은 당연히 들어가고 부메뉴인 '실연'과 '우울'도 빠지지 않는다. 또 언제나 그렇듯이 크고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은 아니다. 5년전 실연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는 '가호'와 건강해보이지만 '불륜'이라는 위태한 사랑을 하는 '시즈에', 두 친구의 서른살 일상과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실연의 수렁'과 '위험한 사랑', '하룻밤을 보내는 남자들과 이름 모를 여자친구들'과 '정신적 친구들', '잘 차려진 밥상'과 '기능성 식단'...여러가지로 대비는 두 친구의 모습은 겉으로는 '가호'가 더 이상하게 보이지만, 내면적인 안정은 또 다르다. 불안이 엄습하면 '올라잇'이라고 되되이는 '시즈에'가 더 위태롭게 보이는 것은 왜일까?

마지막 장면에서 '가호'가 마지막 남은 홍차잔을 꺼내어 '나카노'에게 차를 대접하는 장면은 결국 다시 현실로 돌아온 가호를 의미하나보다. 그리고 가호와 나카노의 나이차이 '5년', 5년 연하인 나카노의 설정은 가호가 최악의 실연 시건으로 보낸 '5년', 그리고 그 실연 후 지나간 '5년'을 의식한 설정이었을까?

에전부터 그랬지만 에쿠니씨의 소설을 읽은 후, 엄청난 감동이 밀려온다거나 깨닮음을 얻게 된다거나 의지를 굳게 다지게 되지는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여서 깊은 생각 없이 가볍게 읽을 만했다.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점은 TV드라마와 닮았달까?

'어떤 모습이 올바른 사랑의 모습일까?'는 우스운 생각인가보다. 아마 누구나 자신이 지금하고 있는 사랑이 가장 '올바른 사랑'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