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 발매되었던 '그림 읽어주는 여자'와 2001년에 발매된 속편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 이 후, 정말 오랜만에 출간된 '한젬마'의 책 '화가의 집을 찾아서'와 '그 산을 넘고 싶다'. 구입할까 망설이다가 두 권을 세트로 구입하면 적립금도 각각 구매할 때보다 높기에 '반충동구매'식으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월야환담 창월야' 등과 함께 구입했던 책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을 하루도 안걸려 다 읽은 것에 비하면, 이 책은 조금씩 읽다보니 한 달도 더 걸렸다.

'한국미술에 관한 입문서'같은 책이다. 그렇기에 한 작품에 대한 깊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작가들의 인생이나 미술관 등을 지루하지 않게 재조명하고 있다. 미술이나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시시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나처럼 미술에는 문외한(門外漢)에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신선한 내용이 될 수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미술 교과서에서 보았던 '나무와 두 여인'을 그린 '박수근' 화가나 '초충도'를 그린 '신사임당'의 인생에 대해 읽는 기회가 흔하겠는가?

아직 두번째 책 '그 산을 넘고 싶다'를 읽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우리미술'에 대한 '자부심'일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수치심'이었다. 그 '수치심'은 다름아닌, 현재 한국에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문화에 대한 무지' 때문이었다. 매일 정부와 언론은 '문화강국'을 외치고, 모두들 '문화인'인듯 해외 유명 작가의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정작 우리의 문화에 대해서는 그리 소홀한 것일까?

유명작가와 작품이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일까? 유명작가가 탄생하기까지 문화에 대한 인식과 문화 활동에 대한 지지기반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있는 것일까? 어찌 우리나라는 '베짱이의 노력'으로 '개미의 성과'를 이룩하기만을 바라고 있을까? 눈 앞에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천대되던 미술을 비롯한 문화의 힘이 21세기에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 한국이지만, 이 책을 보면 '알았다는 것'을 결코 알았다고 할 수 없겠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앎은 가치가 없으니까.

지역 개발을 이유로 동네 주민에게까지 위협받고 있는 한 작가의 생가를 보면서 안타까울 뿐이다. 옛날의 업적이나 외국의 업적만을 좇을 뿐, 현재의 그리고 우리의 업적을 만들어나갈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우리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후대에 빈약한 문화유산을 물려받은 후손들이 20세기, 21세기에 한국에 살았던 세대의 무지와 몽매함을 얼마나 비웃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