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 않은 여성 이인조 루싸이트 토끼의 데뷔앨범 'twinkle twinkle'.

작년부터 파스텔뮤직의 레이블 공연에서 혹은 소속 밴드의 단독 공연 게스트로 모습을 보여왔던, '유망주' '루싸이트 토끼'의 앨범이 공개되었습니다. 우선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기타와 운전을 담당한다는 리더 '김영태'와 보컬과 요리를 담당한다는 '조예진'으로 이루어진 이 86년생 동갑내기로 이루어진 밴드입니다. 보컬 '조예진'은 이미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3집과 '해파리 소년'의 2집에도 객원으로 참여하여 조금씩 이름을 알린 상태죠.

여러 공연을 통해 신인답지 않은 완성도의 곡들과 라이브 실력을 들려주었던 '루싸이트 토끼'는 데뷔앨범을 통해서 그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파스텔뮤직의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더 멜로디'를 잇는 '유망주'라고 불러도 아까우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86년생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데뷔앨범 'twinkle twinkle'을 살펴봅시다.

첫 곡 '수요일'의 깔끔한 연주와 사운드는 새천년이 시작된 후 인기가 급상승한 라운지 음악을 연상시킵니다. 쿨한 느낌의 보컬은 그런 분위기에 힘을 더하구요. 하지만 이어지는 'In My Tin Case'에서는 분위기를 달리하여 소녀의 목소리로 경쾌한 팝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이런 첫 두 곡의 대비는 크게 두 부류로 분류될 수 있는 수록곡들의 경향을 대표합니다.

첫 번째 큰 경향은 다양한 장르가 녹아든 '라운지'입니다. '수요일'을 시작으로 '12월', '미래도시', '디스코' 등으로 이런 분위기가 연결됩니다. '수요일'은 경쾌하고 가벼운 사운드와는 달리, 부제(Piano Lesson)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피아노 선생에 대한 소녀의 마음을 노래하는 가사의 '부조화'는 흥미롭습니다. 가사 때문에 잘못하면 치기 어린 느낌이 될 수도 있었지만 차가운 어조로 부르는 보컬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게 하니까요.

또 다른 큰 경향은 'In My Tin Case', '꿈, 여름', '꿈에서 놀아줘', '봄봄봄'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소녀적 감수성의 팝입니다. 보사노바 풍의 연주와 풋풋하고 새침한 보컬은, 그리고 영화의 한 장면같은 가사는 그리운 학창시절의 기억으로 이끕니다.

이 앨범의 '추천 트랙' 가운데 하나인 '12월'에서는 차창으로 비치는 네온사인같이 쿨한 도시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이 들뜬 크리스마스의 밤거리를 홀로 유유히 스쳐가는 어떤 이의 뒷모습 같습니다. '미래도시'는 제목처럼 미래적인 느낌의, 일렉트로니카 트랙입니다. 아직 소녀티가 남아있는 이 밴드의 두 멤버를 생각한다면 놀랍기도 합니다.

'꿈, 여름'과 '꿈에서 놀아줘', 두 곡 모두 제목처럼 꿈에 대한 노래입니다. '꿈, 여름'은 꿈같이 아득한 여름날 해변의 기억을 노래하고 있고, '꿈에서 놀아줘'는 기다리다 지친 서운함을 꿈에서라도 달래어달라는 투정을 귀엽게 노래합니다.

역시 '추천 트랙'인 '비오는 날'은 보사노바 풍으로 비처럼 깔끔한 연주에 따뜻한 느낌의 보컬이 더해져 '루싸이트 토끼만 매력'을 들려줍니다. 비오는 날의 테마로 쓰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곡도 가사도 좋습니다.

이어지는 두 곡은 밴드의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목에 '토끼'가 들어갑니다. '북치는 토끼'는 모 건전지 광고의 토끼 완구에서 모티프를 얻은 곡으로, 유쾌한 겉모습과는 다른 서글픈 내면을 처절하게 노래합니다. 귀여움 속 이면의 루싸이트 토끼식 해석이 흥미롭습니다. 이어지는 '토끼와 자라'는 용궁의 용왕을 위해 토끼간을 구하러 육지로 떠난다는 자라의 전래동화에서 빌려온 제목으로, 인간관계에서 전래동화의 한 장면을 떠올린 재치가 기발하네요.

최근 가요계에 부는 복고바람에 편승하는 제목의 '디스코'는 강한 비트와 속삭이는 보컬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아마도 '미래도시'와 더불어 가장 의외의 트랙이 아닌가 하네요. 두 트랙은 '캐스커'나 '클래지콰이'에게나 기대할 만한 사운드를 들려주니까요.

마지막은 나른한 기분이 들게하는 '봄봄봄'으로 이미 컴필레이션 앨범 '12 Songs about You'로 소개된 곡입니다. 차분하고 나른한 분위기는 파스텔톤의 동화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하네요.

다양한 분위기를 들려주는 트랙들의 배치는 다소 난잡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컬 조예진의 신인답지 않은, 선굵은 목소리는 이 앨범의 무게 중심이되어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맛을 느끼게합니다. 또한 메이저 음반사들의 음반들과 비교해도 깔끔하고 세련된 사운드는 프로듀싱에 참여한 뮤지션 겸 프로듀서 '방승철'의 저력도 느낄 수 있구요.

'파스텔뮤직' 밴드다운 파스텔톤의 팝과 한국식 라운지 음악, 이 앨범을 이끌어가는 두 가지 분위기의 밀도있는 조화로 한 트랙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응집력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이 앨범은 기존 파스텔뮤직 소속 팝밴드의 계열을 이으면서도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새로 영입한 '캐스커'를 비롯한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바람과도 무관하지 않아, 두 흐름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반짝' 한 번이 아닌, '반짝 반짝'입니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CF에 배경음악으로 일반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더 멜로디'로 파스텔뮤직의 가요계를 향한 '파스텔 인베이젼(Pastel Invasion)'은 조용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 침공에 이제 '루싸이트 토끼'의 이름도 포함되어야겠습니다. 최근 파스텔뮤직에서 발매한 인디밴드의 1집 중에서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만한, 가장 고무적인 앨범이 아닌가 하네요. 앨범 타이틀처럼 빛나는 앨범이 되길 바라며, 또 최근에 별점 4개를 준 앨범들의 별을 깎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앨범의 별점은 4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