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의 'J. R. R. 톨킨'과 , '나니아 연대기'의 'C. S. 루이스'와 함께 판타지 3대 거장이라는 '필립 풀먼'의 '황금나침반'.

'반지의 제왕'의 경우 세 편 모두 DVD를 gift set으로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지만 원작은 전혀 읽어보지도 않았고 '나니아 연대기'는 첫 번째 영화를 보고 책으로 모두 읽은 터라, '황금나침반' 시리즈는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읽어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를 누려보고 싶었다.

'나니아 연대기'처럼 어린 '리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작은, 조금은 쉽고 유치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했다. 주인공의 배경과 우리의 현실 세계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다중우주(Multiverse)이론' 속의 또 다른 지구같은 '황금나침반'의 세계를 그려내는 도입부는 1권의 1/3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장황했다. 하지만 불필요한 묘사는 배제하고 사건의 전개와 그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며 빠르게 전개되는 글은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하였다. '데몬', '말하는 곰', '마녀'같은 이 소설만의 환타지적 요소와 '비행선','소립자', '오로라'같은 과학적 요소가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의 '반지의 제왕'이나 '성인용'이라 하기에는 조금 유치할 수 있는 '나니아 연대기'의 중간 정도의 무게랄까? 특히 '말하는 곰'인 '이오레크'가 등장하는 전투장면의 묘사는 이 소설의 결코 '어린이용'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총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황금나침반'은 도입부 성격의 1장을 지나면 더 긴박하게 진행된다. 옥스퍼드에서 볼반가르를 거쳐 스발바르로 이어져는 주인공의 여정은 점점 긴박해지고, 어린이답게 유쾌하기보다는 '운명'이라는 험난한 길을 따라 주제는 점점 무거워진다.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은 소설의 흐름 내내 독자에게 고정시켜 놓았던 소설 속 인물들의 '선과 악', '아군과 적군'을 혼동하게 하고, 주인공 '리라'의 궁극적인 '운명의 임무'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며 1권의 끝을 알린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황금나침반의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긴 도입부를 영화에서는 어떻게,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그려낼지 궁금하다. 환타지 대작이라면 당연히 기대할 만한 엄청난 스케일의 전투씬은 아직 1권이라 그런지 볼 수 없다. 하지만 '황금나침반'과 다루는 '리라'와 천진난만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지혜와 용기', 그리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만한 '이오렉'의 위용을 제대로 그려낸다면, 긴장과 스릴을 제공하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소설의 내용을 예고편과 비교해보았더니 다른 점이 벌써 눈에 뜨인다. 영화에서 금발의 '니콜 키드먼'이 '마리사 콜터'역을, 흑발의 '에바 그린'이 '마녀 세라피나'역을 맞았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두 인물의 머리색은 반대여서 마리사는 흑발, 세라피나는 금발이다. 그리고 예고편의 몇몇 장면들 역시 소설 속의 비슷한 상황과는 다르게 각색되었는데, 어떻게 어색함 없이 진행될지 궁금하다.

1권의 마지막에 뜻하지 않은 배신을 행하고 반전을 겪는 '리라의 모험'은 앞으로 어떤 곳에서 펼쳐지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리라의 진정한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