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내 서늘한 마음이 들었던 영화,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주인공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을 포함한 일부의 인류 외에 대부분의 사람이 사라진 뉴욕의 모습은, 조용한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축복과 같은 모습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용한 삶이 완전한 인간관계의 차단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쓸쓸하고 적막한 영상을 보면서 고독을 간접적으로 체험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점이 바로 이 영화의 제작진이 노리던 점이 아니었을까 한다.

사실 '나는 전설이다'라는 엄청난 제목을 생각한다면, 그에 어울리는 볼거리는 없는 영화다. 전형적인 미국식 영웅물들과는 차별을 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텅빈 도시에서 약 1000일 동안 한 인간이 살아나가는 방식을 관찰할 수 있는 점은 이 영화의 매력이다. 혼자 살아남은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한 번은 생각해 볼만도 하겠다. 원작 소설과는 달리 '로버트 네빌'은 군인이자 생물학자로 등장하는데 그의 생존 방식과 연구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설정인가보다.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장면이 아닌, 네빌의 남은 유일한 가족인 '샘'의 죽임이다. 인간으로서 혼자 살아남은 상황에서 그나마 가족같이 지내던 애견 '샘'의 죽음은 애견생활이 보편화되어 정신적 유대관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인들에게 어필하는 점이 클 것이다.

우연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결말은 조금 아쉽다. 우연에 가까운 샘의 죽음에 이어지는 우연들은 1000일 동안 꾸준히 유지되던 네빌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다. 그리고 그 우연과 마지막 용기로 원작 소설과는 다른 의미의 '전설'이 된 결말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아마도 영화적 감동을 위한 타협이 아니었을지.

 윌 스미스의 괜찮은 연기와 CG 작업보다 어려워 보이는 텅빈 도시를 잘 촬영한 제작진에 노고에 별점은 3.5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