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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날아온 삼인조 'Swinging Popsicle'의 'Go on'.

Swinging Popsicle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평소 자주 들르는 '파스텔뮤직'의 홈페이지에서 어떤 곡을 듣게 된 후였습니다.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약간은 어설픈 느낌의 영어 보컬이 어우러져 흥겨운 배경음악은 바로 제 귀를 사로 잡았죠. 그 곡의 제목은 사운드와 너무 잘 어울리는 'Chocolate Soul Music'이었습니다.
 
'Swinging Popsicle'은 보컬에 '미네코 후지시마', 기타에 '오사무 시마다', 베이스에 '히로노부 히라타'로 라인업을 이룬 삼인조 밴드입니다. 1995년에 신문광고를 통해서 서로 만나 밴드를 결성했다고 하니, 10년이 넘은 장수 밴드인 셈이죠. 가사는 노래를 부르는 '미네코'가 주로 쓰고 작곡은 거의 전부 '시마다'와 '히라타'가 각각 하는 듯한데, 이런 분업은 (아쉽게도 얼마전에 보컬 '지선'이 탈퇴한) '러브홀릭'을 떠올리게 합니다. 러브홀릭도 작곡을 각각 기타와 베이스를 담당하는 '강현민'과 '이재학'이 나뉘어 했으니까요. 10년 넘게 한 밴드에 함께했지만, '시마다'와 '히라타' 두 사람이 작곡한 곡들에는 각자의 개성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개성에 따라 앨범 'Go on'의 트랙들을 두 가지 분위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시마다의 곡들은 주로 일렉트로니카와 접목한 팝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히라타의 곡들은 밴드 사운드에 기반한 팝-락에 가깝습니다.

이 밴드의 기존 인기곡들과는 다르게, 청량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앨범을 시작하는 'Rainbounds'는 앨범의 타이틀 곡인 'Chocolate Soul Music'과 더불어 시마다가 지향하는 방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クラッシュ'은 역시 시마다의 곡으로 일렉트로니카와 거리가 있지만, 히라타의 곡들과는 다른 느낌의 곡입니다.

반면 세 번째 트랙'Stay By My Side'는 히라타가 지향하는 방향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안정적인 밴드 사운드를 바탕으로 편안하고 서정적인 팝을 들려줍니다. 사랑스러운 가사 역시 '팝다움'이 느껴집니다.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 'Cracker'를 통해 미리 공개되었던 '哀しい調べ(Sad Melody)'는 제목처럼 앨범에서 가장 슬픈 곡이고, 이어지는 'フレンザゲイン'은 가볍고 경쾌한 연주와는 달리, 방향을 알 수 없는 청춘의 단편을 가사에 담고 있는 곡입니다. 두 곡 역시 그의 스타일이 녹아있습니다.

스타일리쉬한 'Chocolate Soul Music'은 데뷔 10년이 넘는 밴드의 곡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신선함을 자랑합니다. 댄서블한 사운드는 시부야계의 곡들과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구요. 아기자기하고 깜짝한 사운드의 'Nothing's Gonna Changes My World'는 시마다의 실험 정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마다의 두 곡이 지나고 다시 히라타의 두 곡이 이어지는데, '?像とノイズ'은 누렇게 변할 정도로 오래된 책장 사이에서 찾은 추억의 흑백사진 같은 이미지로 들립니다.  'I Will Ж My Will'은 흩날리는 가을 바람처럼 쓸쓸함으로 충만한 곡입니다. 감정을 흔드는 바이올린 연주와 코러스는 담담하고 메마른 보컬에 처량함을 더해줍니다. 후렴구에는 애끊는 감정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Chocolate Soul Music'이 사마다의 타이틀 곡이었다면, 저는 이곡의 히라타의 타이틀 곡이라고 하고 싶네요.

마지막은 시마다의 두 곡으로 마치게됩니다. '雨音~I wish you were here~'는 '빗소리'라는 제목처럼 빗방울이 떨어지는 느낌의 전자음으로 시작합니다. 비 갠 뒤 화장한 날씨처럼 밝은 목소리지만, 가사는 혼자 걷는 비 속에서 그리움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곡 'Go on'은 제목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이 긴, 7분여에 이르는 트랙입니다.

서로 다른 음악색을 지향하는 시마다와 히라타이지만 두  사람의 곡들은 이 한 장의 앨범 안에서 위화감 없이 녹아들어 Swinging Popsicle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조화의 중심에는 대부분의 가사를 쓰고 노래하는 '미네코'의 탁월한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으라 생각됩니다. 밴드 결성 10년이 넘었지만, 세월에 마모되지 않고 진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Swinging Popsicle, 앞으로도 기대해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