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클럽 10년 밴드'라는 모토로 진행 중인 '인디루트페스타(Indie Root Festa)', 6월 6일 홍대 '빵'에서 있었던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이날은 총 5팀의 공연이 예정되어있었는데, 홈페이지에서 시간을 잘못 확인하고 가는 바람에 첫 번째 순서였던 '아톰북'의 공연은 놓치고 두 번째 '흐른'부터 볼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데뷔앨범을 발표하고 활동 중인 '흐른'은 소속사인 '튠테이블무브먼트(TuneTableMovement)'의 단골 세션맨들인 '로로스' 삼인방(베이스 ; 석, 드럼 ; 재명, 기타 ; 종민)과 함께였습니다. 1집 발매 후 활발히 활동 중인 그녀의 모습은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완전한 밴드 사운드는 기타 연주와 함께하던 그녀의 목소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아직은 예전 달랑 기타와 노래하던 모습이 더 좋은데, 다른 사람들의 느낌도 궁금하네요. 1집 수록곡들 중 가장 인상적인 두 곡, 강한 메시지의 'Global citizen'과 공감되는 가사의 '그렇습니다'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세 번째는 바로 '페퍼톤스'의 마스코트였던 '뎁(deb)'이었습니다. '페퍼톤스'의 EP나 1집과는 다르게 2집에서 그녀의 비중은 많이 줄어들어서 페퍼톤스라는 수식어는 부적절해졌지만, 아직도 뎁과 페퍼톤스는 때어놓을 수 없는 이미지입니다. 역시 작년에 발매된 그녀의 1집 수록곡 위주로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Golden night'도 들을 수 있었고 커버곡(?)으로 '페퍼톤스'의 'Ready, Get set, Go!'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솔로 공연에서 페퍼톤스의 곡을 부르는 일은 처음이었나봅니다.

네 번째는 '올드피쉬'였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이었는데, 예전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바로 밴드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었습니다. 기타 세션맨이 있음에도 'Soda' 역시 기타를 연주하는 락 밴드 분위기의 공연이었습니다. 3집 발매 직후 여행을 다녀와서, 이번이 3집 발매 후 두 번째 공연이랍니다. 공연을 많이 안해서 앨범이 잘 안나갔다나요. 면과 전혀 관계 없는 신곡 '누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만든 곡이라네요.

마지막은 '에브리싱글데이(Every single day)'였습니다. 1997년에 결성하여 1999년에 첫 앨범을 냈다고하니, 오늘 공연한 밴드들 중 '인디루트페스타'의 모토에 부합하는 유일한 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록이 느껴지는 무대와 더불어 멘트도 재미있었습니다. 원래 기타리스트가 있었지만 생계문제로 2년전에 나가서 지금은 가수 '지선'의 세션맨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공연은 '피아'의 기타리스트 '헐랭'이 도와주었습니다. 밴드하고 10년이 지나면 세상이 달라지듯 많이 달라질 것으로 알았는데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고 하네요. 밴드들도 그렇고 빵도 그렇구요. 재미있게 말했지만 그 속에 뼈가 담겨있는 말들이었습니다.

한국 인디씬 현실의 풍자라고 할까요? 저는 인디밴드들의 공연을 보기 시작한지 5년 정도 되어가는데 주변인으로서 보기에도 인디밴드들의 앨범이 좀 더 많이 나오는 점을 빼면, 홍대 클럽이나 인디밴드들의 처우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보입니다.

새로운 디카 '삼성 VLUU WB1000'과 함께하는 첫 홍대 나들이였지만, 결과물들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물론 아직 제가 새로운 디카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이 새로운 '눈'의 성능에 조금은 의구심이 드네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빵 입구에서 임진모씨를 비롯한 평론가로 보이는 사람들을 여럿보았다는 점은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수확이라고 하겠네요.

사진과 동영상은 http://loveholic.net에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