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시작이라는 '비오는 토요일', 홍대앞 'SoundHolic(사운드홀릭)'에서 있었던 한희정의 "Dawny Boom Live".

사운드홀릭은 제가 홍대 라이브클럽들 중에서 가장 먼저 찾았던 클럽이기도 합니다. 작년 'Alice in Neverland'의 공연이 마지막이었고 최근에 홍대역 출구 근처에서 그야말로 '홍대 정문 앞'으로 이전 하였더군요. 지난달 쇼케이스 공연 때 티케팅을 시작하는 5시에 거의 맞춰서 도착했더니 입장번호가 40번대여서, 이번에는 한 시간 일찍 약 4시경 도착하여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입장번호 5번을 획득, 가장 앞줄에 앉아서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운드홀릭은 이전하였지만 분위기는 이전 홍대역 앞 분위기 그대로인 느낌이었습니다. 단지 넓어져서 마치  '확장판'같았다고 해야겠네요.

 입장은 6시 30분경에, 공연은 거의 7시에 맞춰서 시작되었습니다. 오프닝 게스트는 '루싸이트 토끼'였습니다. 약 5개월만에 하는 공연이라고 하고, 2집을 준비하고 있다네요. 나름 만담 듀오인 루싸이트 토끼는 역시 누군가의 압력(?)으로 만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첫 곡은 '비오는 날'이었는데, 딱 날씨에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밴드의 가장 인기곡이라고 생각되는 '봄봄봄'과 2집에 수록될 예정인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루싸이트 토끼도 자주 공연했으면 좋겠네요.

지난 쇼케이스 때는 멋진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지만, 이번 단독 공연 때는 상당히 편안해 보이는 옷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모자까지 매치하면서 마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모습같았어요. 산책, 러브레터 등 지난 공연 때와 들었던 곡들을 다시 들려주었어요. 몇 곡이 지나고 갑자기 그녀를 제외한 모든 세션들이 퇴장을 하더군요. 마치 마지막 곡을 하고, 그녀는 그냥 앵콜까지 하고 가려는 분위기였다고 할까요. 하지만 키보드 쪽에 세팅이 이루어지면서, 어떤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스페셜 게스트로 바로 그녀의 '절친', '네스티요나'의 '요나'가 등장하였습니다. 언젠가 공연에서 두 사람이 함께 공연할지도 모른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드디어 성사되었지요. 두 사람은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한 곡은 영화 'Sound of Music'의 수록곡으로 유명한 곡인 'My favorite things'였습니다, 요나의 목소리로 듣는 이곡은 역시 상당히 음침하고, 마치 금지된 탐욕을 바라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비가 되면서 한희정의 목소리는세상에 바라는게 거의 없는듯한 목소리로 들렸어요. 두 번째 곡은 바로 '멜로디로 남아'로 EP에서 같이 불렀던 '김종완'은 상당히 귀가 간지러웠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 길지 않게 느껴졌지만, 거의 한 시간 정도의 공연이 지나고 막이 내렸습니다. 하지만 끝나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바로 단지 '1부'가 끝났을 뿐이었죠. 1부, 2부로 나뉘어져있는 공연, 상당히 오랜만이라고 생각되네요. 기억에는 아주 오래전에 예전 사운드홀릭에서 있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 정도가 생각나구요. 인터미션 동안 스크린에서는 그녀의 사진들을 보여주었고, 배경음악으로 이번 앨범 수록곡들을 미리듣기 형식으로 들려주었습니다.

2부는 'Acoustic Breath'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역시 싱얼롱의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지난 공연의 커버곡이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로 10대에서 20대 초반을 겨냥했다면 이번에는 더 넓은 연령대를 겨냥한 그녀의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바로 첫 번째 커버곡은 '심수봉'의 '미워요'였습니다. 구성지게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쩌면 중년이 넘어선 그녀는 트로트 가수가 되어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쌩뚱맞은 두 번째 커버곡은 어린이 층과 아직 그녀를 모르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노린 '추억의 만화주제가 메들리'였습니다. 바로 '날아라 슈퍼보드', '아이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로 제 나이 주변의 연령층이라면, 특히 국민학교 세대라면(졸업은 초등학교로 했을지라도 입학은 국민학교로) 기억할 만한 만화들이었습니다.

앨범과 EP 수록곡 몇 곡이 지나고 또 하나의 깜짝 커버곡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힙합 듀오 '듀스'의 히트곡 가운데 하나인, 다가오는 여름에 어울리는 '여름안에서'였습니다. 듀스의 앨범은 2집과 리믹스, 그리고 3집을 CD로 소장하고 있는데, 그녀의 목소리로 듣는 어쿠스틱 버전은 색다르면서도 시원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팬으로서 그녀와 새로운 '공감의 끈'을 연결한 것같은 기분이었구요. 마지막 곡은 나무였고, 앵콜 시간에는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8월, 방학이 끝나기전에 다시 단독 공연이 있을 예정이라네요. 앵콜의 마지막은 아련한 사랑의 추억에 빠져들게 하는 '이문세'의 '옛사랑'을 들려주었습니다.

2시간에 가까운 공연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참 빠르게 지나간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허망해진다는 그녀의 말처럼 공연 내내 즐거웠지만, 참 빠른 시간은 역시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공연을 본 팬들은 그렇게 허망하지 많은 안을듯합니다. 재밌고 풍성한 공연, 그리고 그녀와의 공감, 그런 것들을 보고 듣고 얻어가는데 허망하다면 뮤지션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콘서트는 음반과는 다르고, 특별하기에 찾게 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특별한 것은 가끔씩 즐길 수 있어야 그 특별함이 바래지지 않겠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연 사진과 동영상(앵콜곡 세 곡 포함)은 loveholic.net에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