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약 2 달동안은 책을 잡아도 끝까지 읽기가 어려웠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읽으려고 잡은 책도 몇 페이지를 읽고나면, 덮어놓고 다시 펴 읽게되지 않았달까? 정말 내 마음에도 가을이 왔나? 그러다가 요즈음 몇일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다시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가을의 효과인지 버스나 지하철에서 않기만 하면 스르르 눈이 감기던 습관이 조금은 줄어들어서, 앞부분을 읽다가 그만두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2009년 3월에 발매된 책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책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 이후로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책을 사고 있는 유일한 외국 작가다.(베르나르 베르베르도 그랬었지만 이제는 식었달까?) 원래는 진작에 읽었어야했지만, '좌안'과 '우안' 시리즈에 밀리다보니 10월까지 오게되었다. 9월 말에 앞부분을 조금 읽었다가 덮어서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역시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은, 이제는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인지 기대에 비한다면 실망스러웠던 '좌안'과는 달리, 언제나 마음에 들었던 앞던 단편집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좋았다. 그녀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에쿠니 가오리식 여주인공'들의 근본을 찾을 수있다고 할까? 목욕을 좋아하고,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하고, 술과 담배를 좋아하고, 소소한 것들에서 찾는 재미를 좋아하는 그녀의 주인공들은, 모두 그녀 본인의 투사라고 확인할 수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 좋아하는 색들, 좋아하는 소품들... 좀 더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온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취하기 부족하지 않은'이 아닐까한다? 그녀의 전형성에 면역이 생긴 독자라도 그녀의 매력에 다시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