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디씬의 경향을 담았다고 할 수 있는 컴필레이션 'SAVe tHE AiR  : GREEN CONCERT'.

작년 11월 경부터 진행되어온, 환경캠페인 'SAVe tHE AiR  : GREEN CONCERT'가 이제 무대 위에서 뿐만 아니라 방안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이 환경캠페인은 항공사인 '진에어(JinAir)'가 주최하고 '파스텔뮤직'이 주관하는 콘서트 시리즈로 수익금은 유엔 환경단체인 'UNEP'에 전달된다고 하네요. 이렇게 좋은 취지이지만 그 내용물이 부실하다면 그 취지가 빛날 수 없겠죠? 일련의 콘서트들을 통해 보여준 화려한 라인업에 버금갈 정도의 멋진 라인업으로 컴필레이션 'SAVe tHE AiR  : GREEN CONCERT', 이제부터 살펴봅니다.

지난 한 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여성 듀오, '옥상달빛'이 첫 곡 '빨주노초파남보'로 앨범을 시작합니다. 누구나 '무지개'를 떠올릴 제목으로 그 '무지개'만큼 밝은 희망을 세박자의 노래에 담아 들려줍니다. 옥상달빛과 궁합이 좋은 어쿠스틱 기타와 실로폰 등 소박한 악기들과 함께하는 그녀들의 노래는 가사 한 줄 한 줄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간결하고도 감동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자연보호'라는 이 앨범의 주제를 가장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죠.

'어항'은 '파스텔뮤직'의 대표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 '한희정'의 곡입니다. 무심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녀의 음성과는 다르게, '감쪽같이 바뀐 물고기'를 통해 전하는 다소 무거운 가사는 '자연보호'의 메시지를 던지기에 충분합니다. 마지막 가사 '아버지 보시기에 참 좋았더라'는 기도문을 떠올르게 할 만큼, 종교적 채색가 짙기에 재밌습니다.

역시 작년 뜨거웠던 '좋아서하는밴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부르는 '1초 만에 만나는 방법'처럼 바로 1초만에요. 경쾌하고 씩씩한 멜로디와 동요나 자장가를 불러도 딱 좋을 마치 교과서같이 진솔하고 명료한 보컬로 이 밴드의 매력을 뜸뿍 표현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멤버 본인들은 '좋아서 하는 밴드'라지만 '좋아할 수 밖에 없을 밴드'라고 하고 싶네요.

주목받는 남성 듀오 밴드 가운데 하나인 '짙은'은 'Sunshine'을 들려줍니다. 이 곡의 가장 큰 미덕은 '짙은'의 이름을 달고 나온 음반들(정규앨범과 EP)이 담고 있는, 주로 '우울이 짙은' 노래들과는 다르게, 제목처럼 밝고 희망적이라는 점입니다.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 캠퍼스  로맨스같은 낭만을 부르는 짙은의 모습도 어색하지 않네요. 앞으로도 이런 밝은 노래들을 자주 불러주었으면 합니다.

보컬리스트에서 이제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요조'는 그녀의 시선을 통해 길 고양이 '나영이'를 소개합니다. 환경캠페인과는 조금 떨어진 소재라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소외된 동물들에 대한 관심도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나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꽃'이 연상시키는, '단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기 원하는 고양이 모습은 처량함을 느끼게 합니다. 기타 연주에 '이상순'이 참여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네요.

최근 세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한 '몽니'는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전화기가 없어도'를 들려줍니다. 요즘에는 '핸드폰'이나 '휴대폰'에 밀려, 일상 생활 속에서도 언어적인 면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도구이자 단어인 '전화기'조차도 범접하기 힘든 시절에 대한 노래입니다. 지금  30대 혹은 그 이상의 연령층의 어린 시절, 집마다 있는 한 대씩은 있는 전화기이지만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노래 속의 주인공의 그 시절 전화기는 가끔 친한 친구에 약속 확인 정도를 위해 '용건만 간단히' 사용하던, 어른들의 물건이었구요. 그런 시절의 연애 또한 마찬가지여서 수줍은 이야기는 전화기로 더욱 힘들었을 것이고, 직접 만나지 않으면 닿을 수 없던 그 시절의 기다림과 설렘은, 휴대폰으로 언제든 닿을 수 있는 요즘날과는 달랐겠죠.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격체를 만나지 않고,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점점 피상화 되어가는 요즘 시절에 대한 씁씁함을 반어적으로 담고있지 않나 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파니핑크'는 상당히 매력적인 일렉트로니카 넘버 'Love  is You'로 찾아왔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유는 모던락에 가까운 정규앨범과는 많이 다른 이 곡의 분위기 때문입니다. 환골탈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뮤지션의 앨범에 remix로 참여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이미 예고된 변화라고 해야겠네요. 이전 파니핑크의 음악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댄서블한 일렉트로니카에 빠져보세요.

뜨거운 주목을 받아온 남성 듀오 '10cm'은 '열대야'를 들려줍니다. 10cm의 특징 가운데 하나를 '성인용(?) 가사'를 꼽을 수 있겠는데, 이 곡에서도 역시 농밀한 에로티시즘을 함축적으로 풀어냅니다. 그리고 함축적인 가사만큼이나 상당히 교태로운 보컬은 분위기를 고조시키네요. 참 '대담'하면서도 '대단'한 듀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흥겨운 연주가 매력인 Irish trad band '바드(Bard)'는 연주곡 '초록 물결 사이로'를 들려줍니다. 푸른 바다 위로 넘실거리는 파도만큼이나 흥겨운 멜로디는 귀에 어쩐지 익숙합니다. 바로 '바드'의 뿌리가 되는 '두번째달'을 좋아했던 청자라면 '바다를 꿈꾸다'가 떠오를 법도 합니다. 바다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음유시인(바드)의 마법이 깃든 연주가 아닐까 합니다.

탁월한 멜로디와 감성으로 청자를 사로 잡아온 '디어 클라우드'는 제목처럼 싱그러움이 가득한 '아침'으로 다가옵니다. 중성적인 음색인 '나인'의 보컬이 이렇게나 로맨틱하게 들릴 수도 있을까요? 맑고 상쾌한 주말의 아침에 듣는다면 더 없이 좋을 트랙입니다.

2007년부터 매년 한 장의 음반을 발표하며 어느 밴드보다 꾸준한 활동을 보여온 '보드카레인'은 애절한 '불편한 진실'을 들려줍니다. 무엇보다도 우선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불편한 진실'은 바로, 우리에게는 미합중국의 부통령으로 먼저 알려졌고 지금은 환경운동으로 더욱 유명한 '앨 고어'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담아 쓴 책의 제목이기 때문이죠.(후에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었고 앨 고어도 출현햤죠.) 앞선 10개의 곡이 모두 긍정적인 분위기였다면 이 곡의 분위기는 많이 다릅니다. 얼핏 들으면 '슬픈 사랑 노래'일 수도 있겠지만, '보드카레인'이 말하는 '너'는 우리의 소중한 '지구'와 '자연'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은 이 컴필레이션에 참여한 밴드들 가운데 가장 고참이라고 할 수는 밴드 '허클베리핀'의 'Aurora People'입니다. 절제된 가사에서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진 지구에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결국 지구를 떠나는 상황이 연상됩니다. 그렇기에 이 밴드가 전하는 메시지는 앞선 어느 곡들보다도 직설적이고 처절하게 들립니다. '나라는 존재는 없었어 나라는 건 흔적(먼지)일 뿐'이라는 가사는, 지구의 긴 나이에 비교한다면 인간의 인생은 먼지처럼 덧없이 짧다는 인간 존재의 무상함과 그렇기에 인류는 지구와 자연과 후손을 위해 겸손해야한다는 진리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와 더불어 최근 인디씬에서 가장 주목받고 뜨거운 밴드들 다수가 신곡으로 참여했다는 점은 이 앨범을 빛나게 합니다. 켐페인을 위해 모였지만 최근 인디씬의 경향을 보여주는 샘플러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라인업이니까요. 또한 '바드'나 '디어 클라우드'처럼 좀처럼 컬필레이션으로 만날 수 없었던 밴드들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이 앨범의 소장가치를 더하네요. 자연보호에 대한 인디밴드들의 염원과 더불어 이 밴드들이 꾸준히 활동해주기를 바라는 팬들의 염원 또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좋은 취지에 캠페인이 멋진 밴드들과 함께 꾸준히 있으면 좋겠네요.